미안하다며 절하는 어르신. 내 자식 같다며 눈물 흘리는 어머니와 아버지. 세월호 참사 이후 또 대형 참사를 겪어 분통을 터뜨린 2030 청년들. 영정사진 한 장 없는 이름 없는 합동분향소에 고개를 숙였다. 향을 피우고 하얀색 국화꽃 한송이를 단상에 올려 156여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서울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대구지역 추모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1일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 추모객 발길이 이어졌다. 대구시가 지난 31일 오후 4시부터 운영한 분향소에서는 첫날 546명, 1일 오후 2시 30분 기준 623명이 다녀갔다. 이틀째 누적 추모객은 1,169명이다.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 24시간 운영한다.
스무살, 취업준비생, 직장인 2030 청년 세대들도 하얀색 국화를 헌화하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40~50대 중장년층과 60대 이상도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 넋을 기리고 부상자들의 쾌유를 빌었다. 두류공원 일대에서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이 붙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슬픔의 추모가 계속됐다.
취업준비생 채성민(26)씨는 “누군가의 아들딸, 소중한 자녀들이 희생됐다”며 “특히 외국인 중 안타까운 사고를 겪은 분들도 많은데 진짜 비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1년에 한 번 즐겁게 놀러 나온 날인데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번 참사 피해자 연령대는 20~30대에 몰렸다.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채씨는 “세월호 당시 그 친구들과 같은 나이어서 학교에서 엄청 슬퍼했다”면서 “세월호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 그런 참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젊은 친구들이 이태원에서 재밌게 놀러 갔다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너무 슬프다. 가족들에게 어떻게 말해도 위로가 안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무살 청년도 헌화를 했다. 천홍은(20.서구 평리동)씨는 “제 또래 분들이 참사를 당하셔서 너무 비극적”이라며 “뉴스를 보고 하루 종일 마음이 먹먹해서 아침 일찍부터 할머니랑 같이 분향소에 왔다”고 밝혔다. 이어 “막 꽃 필 나이에 떠나서 더 마음이 아프다”면서 “부상자들도 빨리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영상이 SNS(사회관계망) 상으로 퍼져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그런 유포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한 30대 여성은 “참사 초기 대응만 잘 했으면 안 일어났을 사고”라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희생자 숫자가 너무 많아서 잘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서울시, 경찰 모두가 사고 초기 대응을 잘못했고 사고 이후 대처도 잘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윤상혁(42.손해사정사)씨는 “사건이 궁금해 뉴스 등 여러 영상을 봤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서 추모라도 하러 왔다”며 “유튜브 댓글에 장례비, 돈 이런 말이 많은데 사람이 죽었는데 저런 말을 하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나도 20대를 겪었지만 자유를 표출하고 싶었던 젊은 친구들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더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중장년층의 조문도 계속됐다. 김분이(70)씨는 “내 손자, 아들, 가족 같은 사람들이 죽어서 남일 같지 않고 너무 안됐다”며 “이 나라에 재앙이, 국난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려운 시기에 이런 사고가 터져서 더 안됐다”고 밝혔다. 이어 “추모할 공간이 두류공원 말고 다른 곳에도 여러 곳 있으면 시민들이 더 편하게 추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연화(66)씨는 “너무 안돼서 잠을 못 잤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국가가 그렇게 통제도 안하고 멋대로 놔두면 어떻게 하냐”며 “그 좁은 골목길에 그렇게 관리해서 되겠는가. 국가가 너무 허술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에 관광을 왔다가 분향소를 찾은 시민도 있다. 이성수(62), 채미영(52)씨 부부는 경남 마산에서 대구에 관광을 왔다. 시티투어 중 택시를 타고 분향소를 찾았다. 이씨는 “각 기관이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사건이 났을 때 행안부 장관보다 먼저 단도리(관리)했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비통하다”고 했다.
지방의원들도 조문을 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련, 장윤영 북구의원은 이날 오후 분향소에 들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김 의원은 “고1 아들 엄마로서 희생자들이 다 내 자식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며 “이번 사고는 누가봐도 인재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는 광역 시.도 17곳, 기초지자체 42곳 등 전국 59곳에 설치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1일 기준 156명(외국인 26명), 부상자 151명(경상 122명, 중상 29명)으로 전체 사상자는 307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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