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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틈새 '외로운 죽음'...대구 첫 고독사 통계, 고위험군 "무직·50대·남성"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12.0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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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실태조사 / 2010년~2022년 196명 고독사 사례분석
1인가구 최다, 남성 73% 압도적, 정신질환 등 질환 83.7%
60%대 소규모 공동주택 살아...수급자 74%, 돌봄 탈락 14%
긴급생계비·수호천사 '기본계획' / "대구시, 지역 전체조사"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孤獨死)' 위험군이 통계로 드러났다. 

평소 질환을 앓고 있으며 원룸이나 빌라 등 소규모 공동주택에 사는 직업이 없는 무직자 50대 남성이다. 행정력 틈사이로 통계조차 없어 죽음마저 묻혔던 이들의 마지막 삶의 윤곽이 나타났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구걸하는 노숙인 모자에 동전이 쌓였다.(2022.6.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구걸하는 노숙인 모자에 동전이 쌓였다.(2022.6.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남구사회복지행정연구회(회장 이창지)와 남구종합사회복지관(부장 최진이)은 지난 11월 30일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구 지자체 중 첫 실태조사 결과다. 

이들은 2021년 4월부터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조사를 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등록된 2010년부터 2022년 5월까지 311건의 사례 중 196건의 유효 사례를 자료로 활용했다. 코딩은 남구 사회복지공무원 16명, 분석 의뢰는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진숙 교수팀이 맡았다. 분석 방법은 통계프로그램(SPSS)을 활용했다. 
 
대구 구.군별 1인가구 현황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대구 구.군별 1인가구 현황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대구 남구 연도별 고독사 발생 건수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대구 남구 연도별 고독사 발생 건수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대구 8개 구.군별 ▲1인가구 현황을 보면 남구가 45.3% 비율로 가장 높고, 중구 43.6%, 서구 36.7%, 동구 33.5%, 북구 32.9%, 달서구 31.7%, 달성군 27.3%, 수성구 26.7% 순이다. 대구 1인가구 평균 비율(34.7%)과 비교하면 남구, 중구, 서구의 1인가구 비율은 대구 평균보다 높았다. 

1인가구 최다 남구의 연도별 ▲고독사 발생 건수는 2010년 21건, 2011년 19건, 2012년 18건, 2013년 12건, 2014년 13건, 2015년 10건, 2016년 16건, 2017년과 2018년 각 15건, 2019년 18건, 2020년 21건, 2021년 12건, 2022년 5월까지 6건이다. 13년간 고독사한 이는 모두 196명이다. ▲성별은 남자가 143명으로 73%를 차지하고, 여자는 53명 27%다. 연령별로 50대가 30.1%로 가장 높고, 60대 19.9%, 70대 18.4%, 40대 12.8%, 40세 미만 10.7%, 80세 이상은 8.2%다. 사망 전 ▲직업 유무는 94.9%에 이르는 186명이 '무직', 직업이 있다는 10명(5.1%)에 불과했다.
 
고독사 성별, 연령별 비율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고독사 성별, 연령별 비율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살 유무는 '아니다'가 57.1%(112명),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42.9%(84명)로 나타났다. ▲질환 유무는 '있다'가 164명(83.7%)으로 나타나 대다수가 질환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없다'는 16.3%(32명)에 그쳤다. ▲질환의 종류는 '정신질환'이 41.5%로 가장 많았다. '순환계통' 28%, '신경계통' 12.8%, '소화계통' 8.5%, '호흡계통' 7.9%, 기타 1.2% 순이다.

발견 당시 ▲주거형태는 과반 이상인 60.2%가 '소규모 공동주택', '단독주택' 29.1%, '비주거 공간' 4.6%, '대규모 공동주택' 4.1%, 기타(객사) 2%로 조사됐다. ▲발견인은 가족이 4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회복지사와 지인이 13.3%로 동률로 조사됐고, 건물 관리인 9.7%, 친척 9.2%, 이웃 8.7%, 기타 3.5%로 나타났다. ▲발견 경로는 가족, 지인과 연락두절이 82.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감각적 인지요인 7.7%, 전세 체납 4.1%, 공과급 체납 1.0%, 기타 5.1%로 조사됐다.
 
고독사 성별, 연령별 비율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고독사 성별, 연령별 비율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고독사 전 질환 유무, 질환 종류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고독사 전 질환 유무, 질환 종류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이들의 ▲기초생활수급 여부를 보면 74%(145명)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조사됐다. 43명(21.9%)은 수급자가 아니었다. 6명(3.1%)은 수급이 중지됐고, 2명(1%)은 수급신청에서 탈락했다. ▲돌봄 공적 지원 상태를 보면 167명(85.2%)은 돌봄 지원을 받았고, 29명(14.8%)은 돌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돌봄 서비스 관련 ▲민간 지원 유무를 보면 115명(58.7%)이 서비스를 받았고, 81명(41.3%)은 받지 못했다. 시신 인수 여부를 보면 167명(86.7%)은 인수했으나 26명(13.3%)은 시신인수를 거부했다. 
 
고독사 전 기초생활수급 여부, 돌봄 공적 지원 여부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고독사 전 기초생활수급 여부, 돌봄 공적 지원 여부 / 자료.2022년 대구 남구 고독사 실태조사 보고서

남구(구청장 조재구)는 이를 바탕으로 '남구 고독사 예방을 위한 기본계획'을 세웠다. 

기본계획을 보면 ▲'공통기반 ·데이터베이스 구축' 공영장례와 유품정리, 발견인 심리 지원 서비스 명문화 등 조례 정비, 구청 내 1인가구 대책팀, 고독사 사회부검 의무화, 1인가구 전수 조사, 1인 전입자 실태조사, 지역활동가 양성·배치 ▲'생애주기별 일상생활 지원체계 구축' 반찬 나눔 등 일상 생활 지원, 긴급·상시 돌봄 서비스 구축, 대상자간 중복·누락 방지 시스템 구축, 평생학습관 연계 ▲'사회 안전망 재정립' 방문보건 연계, 만성질환 관리, 정신보건 전달 체계 개선, 공공일자리 우선지원, 진로상담과 생애계획 세우기, 취업 훈련과 알선, 긴급생계비 공공부조 지원, 안정된 주거지원 ▲'공공-민간-시민 협력 체계 구축' 현실적인 주민발굴단 구성, 1대1 수호천사 매칭, 공유 부엌·텃밭 등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30일 논평을 내고 "수원 세모녀 사건, 인천 서구와 서울 신천 등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일가족 생활고 사망 사건 등 고독사 문제는 이제 덮고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며 "국가와 지자체의 행정 틈, 사각지대로 인해 위기 가구들을 발굴하지 못해 이 같은 쓸쓸한 죽음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에서 남구가 처음으로 의미있는 실태조사를 했으니 이어 대구시와 다른 지자체들도 적극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고독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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