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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장애인 건강주치의' 병원?...휠체어 못가고 수어통역 없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4.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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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시행 35곳 중 22곳 "접근권·건강권 차별"
장애 고려 시설 없어 건강검진·치료 못하는 실정
대구 장애인단체, 인권위에 26건 '차별' 집단진정
"마음 놓고 아프지도 못해...권리 침해 구제" 촉구


청각장애인 박모씨는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시행하는 대구 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이 수어통역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치료에 불편함을 겪었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건강주치의 제도 지정 병원이라고 해서 찾아갔지만 장애인 편의시설 미설치로 인해 정당한 편의를 제공 받지 못했다.  

뇌병변 장애인 양모씨는 수성구에 있는 건강주치의 지정 병원을 찾았다. 아파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휠체어 경사로 각도가 높고 엘리베이터 내부가 좁아 접근이 불가능했다. 뇌병변 장애인 권모씨도 대구 남구에 있는 건강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는 한 치과를 찾았다. 구강검진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장애인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해 병원 안으로 아예 들어갈 수 없었다. 

지체장애인 채모씨는 대구의료원 건강검진센터에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방문했지만 장애를 고려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아 제대로 건강검진을 받지 못했다. 이 밖에 2층 병원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휠체어가 접근 못하고, 장애를 고려한 대장·위내시경 시설이 없어 건강검진을 못받은 장애인들도 있다. 
 
박명애 대표가 정연걸 대구인권위 소장에게 집단진정서를 건냈다.(2023.4.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명애 대표가 정연걸 대구인권위 소장에게 집단진정서를 건냈다.(2023.4.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건강주치의를 시행하는 대구지역 병원들이 장애인 차별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됐다.   

'410장애인차별철페대구투쟁연대'와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는 11일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소장 정연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차별 관련 건강권 21건, 일반진정 5건 등 진정 26건을 접수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지역 내 장애인 차별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에 집단 진정하게 됐다. 법 시행 이후 매년 이맘때면 집단 진정을 하고 있다.

올해 차별 사례를 보면, 피진정기관은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경북지부, 대구의료원건강증진센터, 대구의료원 등 22곳이 병원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경북지부를 포함한 일부 병원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지정 병원이 아니다. ▲공공기관은 대구시청 장애인복지과, 동구청, 달성군청 등 3곳이다. 휠체어 보행 불편, 선입견 문구 등이다. 동구청은 휠체어 보행로 불편으로 2번 진정됐다.  

'장애인차별금지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2008년 제정돼 올해로 15년을 맞았다.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권 실현이 법률 목적이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장애인 건강주치의 의료기관 찾기>
   
▲ 대구 장애인 건강주치의 병원은 모두 35곳이 검색됐다(2023년 4월 11일 기준)

특히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29일 '장애인건강과'를 출범시켰지만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시행하는 병원에 승강기가 없어 진료를 보지 못했다. 건강관리협회 건강검진 시 장애를 고려한 보조기구를 지원하지 않아 건강관리도 거의 불가능하다. 좋은 취지로 시행했지만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수어통역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증상과 경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주치의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병원, 의원이 어디인지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대구 장애인 건강주치의 의료기관(2023년 4월 11일 기준)은  모두 35곳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5월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5년 집단진정 기자회견(2023.4.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5년 집단진정 기자회견(2023.4.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명애 (사)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15년이 되도 장애인을 향한 사회의 차별은 여전하다"며 "마음 놓고 아프지도 못하는 현실이 서럽다. 권리 침해를 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지성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가 자조모임 '삐장' 리더는 "보건복지부는 이런 좋은 사업을 하면서도 홍보도 하지 않고 시행 병원들에게 인센티브도 주지 않아 사실상 주치의 제도를 방치하고 있다"며 "제대로 홍보를 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건강주치의 제도가 제대로 굴러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경북지부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병원을 이용하는데 있어 불편한 지점이 없도록 그 동안 편의 시설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는데, 충분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시설을 개선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앞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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