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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가로막는 스타벅스 대구 종로고택 '4중턱'..."장애인 차별" 반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11.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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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돌계단과 문턱, 휠체어ㆍ유모차ㆍ보행기 사실상 못 들어가
인권위 4년 전 '편의시설 설치' 권고에도, 신규매장 경사로 없어
지체장애인 항의에..."한옥 컨셉이라, 다른 매장 이용하라" 답변
장애인단체, 인권위에 차별시정 진정ㆍ1인 시위 "접근성 보장"


"이건 차별입니다"

대구 중구 '스타벅스 종로고택점' 입구에 28일 경고문이 잔뜩 붙었다. 종로고택점 입구 돌계단 곳곳에 종이를 붙인 당사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다. "대구 관광 중심지에 장애인 차별 카페 웬말이냐?", "자유를 느끼고 싶다. 접근 가능한 경사로를 설치하라", "스타벅스 종로고택점은 장애인 접근성 보장하라" 등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들은 다양한 규탄의 메세지를 스타벅스 매장 출입구 곳곳에 붙였다. 
 
   
▲ “이건 차별입니다” 휠체어 탄 장애인이 스타벅스 종로고택점에 붙인 경고문(2022.11.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스타벅스 대구 종로고택점 장애인 접근성 보장 촉구’ 기자회견(2022.11.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세계 프랜차이즈 카페 매출 1위(2022년11월 기준)의 스타벅스는 10월 종로고택점 문을 열었다. 종로고택점은 1919년 지어진 100년 넘은 아름다운 고택으로 199평 120석을 갖춘 대형 매장이다. 한옥과 정원 경관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른바 '핫플+맛집(핫플레이스.맛있는 가게)'으로 알려져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개점부터 폐점 시간까지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종로고택점에 들어갈 수 없다. 출입구 2곳 중 주요 입구에는 돌계단 4중턱이 버티고 있고, 옆쪽 입구에는 5cm 넘는 나무 문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우회해 종로고택점 마당까지 들어간다해도 주문을 하려면 매장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곳에도 돌계단 4중턱이 휠체어 출입을 가로막는다.   
 
   
▲ 스타벅스 대구 종로고택점…한옥 고택과 정원의 모습(2022.11.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장애인 차별 카페 시정하라”…장애인들의 규탄 피켓팅(2022.11.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종로고택점에서 커피 한잔을 사먹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경사로, 리프트 등 접근을 돕는 장비는 설치되지 않았다. 휠체어뿐 아니라 유모차, 보행기 출입도 어렵다. 다른 스타벅스 매장과 비교해도 종로고택점 접근성은 유독 불편하다. 인근 스타벅스 3개 매장에는 입구에 휠체어 접근을 돕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실제로 지체장애인 김시형(38.뇌병변장애1급)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과 노지성(28) 대구권익옹호활동가 자조모임 '삐장' 활동가는 지난달 휠체어를 타고 종로고택점을 찾았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 핫플 소식에 매장을 방문했지만 출입부터 가로막혔다. 주차장을 통해 겨우 들어갔지만 매장안에 들어갈 수 없어 다른 손님들이 직원을 불러내 겨우 주문을 했다. 하지만 "내부방침상 손님 카드를 직원이 사용해 결재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경사로를 설치해달라는 요구에는 매장 직원이 "다른 매장을 이용해 달라"고 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한옥이 컨셉이다", "고택을 활용해 계단만 있어 휠체어 사용자가 들어가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권익옹호활동가 자조모임 '삐장',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8일 종로고택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휠체어 이용자 특성을 무시한 카페는 장애인뿐 아니라 유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제한 것"이라며 "스타벅스 코리아는 종로고택점에 경사로 등을 설치해 장애인의 매장 접근성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에 손정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를 상대로 '인권침해 차별시정' 진정을 냈다. 오는 29일부터 종로고택점 앞에서 '접근성 보장' 1인 시위를 진행한다.
 
동성로 한 스타벅스 입구에 휠체어 출입을 돕는 경사로가 있다.(2022.11.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로 한 스타벅스 입구에 휠체어 출입을 돕는 경사로가 있다.(2022.11.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스타벅스 코리아 측에 입장을 물었지만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종로고택점 직원은 "공식 입장은 본사에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장애인들은 이용 가능하다"며 "휠체어 출입 문제는 현재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2018년 바닥면적 약 90평 미만인 시설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한 '장애인등편의법’에 대해 “접근성을 가로막는 규정"이라며 개선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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