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수준", "적과 동지만"...이재명·홍준표 '협치' 한 목소리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5.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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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에서 환담→30분간 지역경제·당내정치 의견 나눠
달빛고속철도 특별법 통과·균형발전, 민주·국힘 협치 동의
이 "합리적 대화 없어"...홍 "사라진 막후 조정, 나라 혼란"
대통령실 향해, 홍 "정치 잘 모르는 사람들...야당이 도와야"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한자리에 모였다. 

이 대표가 이날 민주당 대구시당 개소식 참석을 위해 대구를 찾으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성사됐다. 제20대 대권에 나란히 도전했다가 이 대표는 본선, 홍 시장은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두 사람은 야당 대표와 광역단체장 신분으로 다시 만났다. 환담은 30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두 사람은 먼저 지역 경제와 관련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홍준표 시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구시청에서 만나 악수 중이다. (2023.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홍준표 시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구시청에서 만나 악수 중이다. (2023.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대표는 "홍 시장님이 온 이후로 대구가 활기가 있어졌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홍 시장은 "대구 GRDP(지역내총생산)는 전국 꼴찌"라며 "영광을 되찾고자 '대구 굴기'를 내세우고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을 띄웠는데 민주당이 통과를 도와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지방도시 쇠락은 국토 균형발전의 역행"이라며 "신공항 문제는 균형발전 측면에서 접근한 것으로 홍 시장도 애를 많이 쓰셨지만 우리 당도 균형 발전에 필요한 일이라 통과를 도왔다"고 답했다.

신공항에 이어 홍 시장은 '대구-광주 달빛고속내륙철도'와 관련해서도 협조를 부탁했다. 홍 시장은 "신공항 특별법처럼 달빛고속철도 특별법도 여야가 공동 발의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금년 내에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특히 "달빛고속철도는 동서화합의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라며 "일부 멍청하고 무식한 사람들이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나라 전체에 중차대한 일로 광주와 대구가 지방거점 도시로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달빛고속도로 문제는 우리 당이 다음 주력 사업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지연없이 신속하게 실제로 시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홍 시장은 이어 "그렇게만 되면 대구에서도 민주당 표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홍 시장은 환담 중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과거 환담을 언급했다. 
 
홍 시장과 이 대표가 다양한 의제를 놓고 환담을 이어가고 있다.(2023.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홍 시장과 이 대표가 다양한 의제를 놓고 환담을 이어가고 있다.(2023.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 전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2015년 당시 경남도지사였던 홍 시장과 만났다. 두 사람은 '무상급식' 등을 놓고 격론을 펼치다 얼굴을 붉힌 채 헤어졌다. 홍 시장은 "2015년 문 대통령과 만나서 30분간 논쟁만 하다가 끝났다"며 "그때는 싸우다시피 논쟁만 하고 끝났는데...(오늘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늘도 그럴 것이라는 일부 보도가 있었는데 아니네요"라고 답했다.

대화는 여야 당내 정치로 넘어갔다. 

홍 시장은 "민주당은 현안 처리 속도가 빠른데 우리 당(국민의힘)은 30년 있었는데 잘못하고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면서 "민주당은 잘못한 사람이 탈당해 부담을 더는데 우리 당은 욕심만 가득차 당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나만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헌신이 없다"고 비판했다.

여당에 대해서도 홍 시장은 쓴소리를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대표가 옹졸하다"며 "좀 이야기를 하니까 상임고문에서 나를 해촉하고 그런다"고 말했다. 이어 "상임고문에서 해촉된다 해서 할 말을 못 할 사람은 아니다"면서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 나는 대구시정에만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정치 분야 대화는 홍 시장이 주도하고 이 대표가 맞장구치는 식이었다. 홍 시장은 "지금 정치를 보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국민에 봉사하는 게 아니라 서로 목을 내놓고 싸우기만 한다"며 "예전에는 원로들이나 정치 선배들이 나서서 막후에서 조정하고 협력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졌다"고 한탄했다. 때문에 "각당이 타협 없이 자기 갈 길만 간다. 그래서 나라가 혼란스럽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방문했다.(2023.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대표가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방문했다.(2023.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대표는 "모든 사람이 동의하면 정치가 나설 일이 없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으니 정치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요즘은 모든 영역에서 여야 이해충돌이 발생해 합리적 토론이 없어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지금 홍 시장님과 제가 대화하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정치 본질인데, 요즘은 정쟁을 넘어서 거의 전쟁 수준으로 진입했다"며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홍 시장은 "지금은 적과 동지 밖에 없다. 점점 그렇게 돼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떤 사안을 놓고 다툴 때 감정이 없어야 하는데 지금은 모든 사안에 감정을 싣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두 사람은 "양쪽 당 다 그렇다", "우리는 아니다"라며 잠시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에 대한 평가는 자제했지만, 대통령실을 도와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홍 시장은 "윤석열 정권이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며 "거대 야당 민주당이 도와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제안했다. 또 "과거에는 대통령 권력이 80%라면 지금은 국회와 5대 5"라며 "민주당이 타협으로 국회를 풀어주면 좋겠는데 그게 안돼서 보기에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남의 당 이야기를 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이야기를 잇지 않았다. 다만 "누구 잘못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원칙과 상식대로 관철되면 좋은데 잘 안돼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대화를 마치고 대구시청을 떠나는 이 대표와 배웅하는 홍 시장(2023.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화를 마치고 대구시청을 떠나는 이 대표와 배웅하는 홍 시장(2023.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간호사법' 통과를 놓고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일인데 (거부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반면 홍 시장은 "처우개선은 약속했지만 공약은 아니었다. 대선 때 정책본부장 혼자 떠들어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동의가 안된다고 해도 이해 조정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홍 시장은 "조정 안하고 밀어붙인 사람이나, 조정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손 놓은 사람이나 똑같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의 최근 논평 논란도 대화 주제에 올랐다. 

정무직 공무원들 실명을 거론하며 '환관'이라고 쓴 민주당 대구시당 논평에 대해 홍 시장은 "몰상식한 논평으로 직원들이 고소까지 했다"며 "나는 전광훈 목사에게 '이 새끼, 저 새끼' 욕을 먹어도 더러워서 고소 안하지만 공무원들까지 인격 말살을 하며 환관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했다. 이어 "정책 비판 논평은 알마든지 되지만 인격을 폄하하면 그때부터 정상적 논평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아이고 시장님. 논평이야 거짓말만 아니면 자유롭게 하는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 다만 "정치 풍토가 너무 거칠어진 것은 맞다"면서 "그런데 (논평이) 많이 아프셨던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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