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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폐쇄 100일' 앞둔 조양한울...닫힌 문 언제 열릴까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3.08.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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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산단 기어펌프 생산업체, 파업 하루 만에 직장폐쇄
노동자 20여명 석달째 월급 0원→연대기금·후원행사 생계비
10차 교섭 결렬, "노조 인정·갑질 사과" vs "2년 쟁의 금지"
"재물손괴", "부당노동행위" 분쟁...해법 없이 '장기화' 우려


대구 ㈜조양·한울기공의 직장폐쇄가 석달을 넘어 100일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 5월 3일 사측의 직장폐쇄 이후 노동자들은 90일째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임금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생계 걱정 속에 살고 있다.

대구 달성군 유가읍 달성산업단지에 있는 조양 공장 앞. 1일 오전 조양이 회사 휴가 기간에 들어가 공장은 텅 비었다.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 분회장을 포함한 노동자 3명은 공장 대신 노조 사무실로 출근했다. 회사 정문을 포함해 곳곳에는 직장폐쇄 공고문이 붙어있다.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 손기백 분회장, 손동희 부분회장, 장영주 조합원(2023.8.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 손기백 분회장, 손동희 부분회장, 장영주 조합원(2023.8.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노동자들은 걱정과 불안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9년 일한 손동희(51)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 부분회장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걱정"이라며 "그전에는 한 주 정도 파업하면 노사 대화로 잘 풀었다. 직장폐쇄가 이 정도까지 길어질 줄 몰랐다"고 했다.

장영주(43) 조합원은 작년 10월 조양에 입사했다. 그는 전 직장에서는 노조가 없었다면서 수습 기간 3개월 동안 노조 활동을 지켜보고 가입했다. 하지만 수습 종료 후 정식 입사한 지 4개월 만에 조합원들에 대한 직장폐쇄가 내려졌다.

그는 "앞이 안 보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이 제일 힘들다"면서 "가족들은 파업에 참여하되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니 최전선에는 나서지 말라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노조 사무실로 출근한 조양한울분회 노동자들(2023.8.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노조 사무실로 출근한 조양한울분회 노동자들(2023.8.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직장폐쇄 이후로 이들은 석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연대단체들에게 두 달 동안 한 명당 150만원 정도의 연대기금을 받고, 후원행사를 통해 조합원들의 한 달 생계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을 꾸려 생활하는 조합원들에게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조합원 일부는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파업 초기에 동참했던 조합원 25명 중 2명은 생계를 이유로 파업 중인 노조를 탈퇴하고 조합원을 제외한 5명이 근무 중인 회사로 돌아가 조업을 하고 있다.

손기백(46)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 분회장은 "임금을 받지 못하니 가족에게 미안한 상황"이라면서 "17년간 근무하며 급여 수준이 높은 편이었지만, 직장폐쇄로 수입이 떨어져 먹고 살기 위해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도 한다. 아내도 주말에 알바하며 생계비 부족분을 메꿔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주)조양 회사 건물 앞 (2023.8.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주)조양 회사 건물 앞 (2023.8.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조양과 한울기공은 농기계 기어펌프를 조립, 생산, 납품하는 기업이다. 자회사 한울기공이 기어를 가공 생산하면 모회사 조양이 농기계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구조다. 전체 직원 규모는 29명(조양 23명, 한울기공 6명)이다.  

직장폐쇄 이후 공장은 A대표이사와 그의 가족, 비조합원 등을 포함해 7명이 운영 중이다. 인력이 부족해 평소 물량의 10% 수준만 생산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3월 주요 고객사에 '납품중단 예상 통보 건'을 발송했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니 납품업체를 이원화하라는 내용이다.

노조는 지난 5월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사측은 파업 하루 만인 5월 3일 직장폐쇄를 공고했다. 노조가 "파업 전부터 기획된 공격적 직장폐쇄"라고 보는 이유다. 노조법 제46조는, '파업 등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양한울 특별근로감독 실시하라" 노조 기자회견(2023.5.8.대구노동청 서부지청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조양한울 특별근로감독 실시하라" 노조 기자회견(2023.5.8.대구노동청 서부지청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현재 노조의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후 노사는 모두 10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임금 동결, 쟁의행위 금지, 갑질 사과, 직장폐쇄 철회 등이다.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노조 요구안은 ▲노조 인정 ▲A대표이사 막말·폭언 등 갑질 사과 ▲직장폐쇄 철회 등이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사측이 먼저 직장폐쇄 조치를 풀면 노조도 파업을 풀고 회사에 복귀해 교섭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조는 오전 7시 30분 회사 정문 앞에서 출근 투쟁을 벌인다. 

반면 사측은 ▲임금 10만원 인상 동결 ▲순환휴직 실시 ▲평화유지기간 2년 동안 쟁의행위 금지를 요구했다. 
 
양측은 서로의 요구안에 대해 모두 거부한 상태다. 특히 노조는 "임금교섭은 별도로 진행해야 하며, 평화유지 기간을 설정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정문 앞에 붙은 '직장폐쇄' 공고문(2023.8.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회사 정문 앞에 붙은 '직장폐쇄' 공고문(2023.8.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법적 분쟁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조는 조양 A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고발했다. 노동청은 지난 7월 27일 A대표이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1과 관계자는 "노동청은 노사 간 교섭을 주선해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면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다. 노동청에서 조사 후 의견을 검찰에 전달하면, 검찰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A대표이사도 손 분회장에 대해 재물손괴죄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한편, 조양한울 노동자들은 지난해 8월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같은 해 9월 임금인상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올해 2월 28일부터 2023년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더 이상 교섭에 참석하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 4월 10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에 따라 쟁의권을 얻어 5월 2일 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파업 하루만에 직장폐쇄를 공고했다. 공고문에서 사측은 노무 수령 거부, 임금 지급 중지, 사업장 출입 금지를 통보했다.

<평화뉴스>는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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