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초등학교 늘봄학교' 확대 시행을 앞두고 대구지역 학교 현장에서도 혼선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 초등교육 공약으로 지난 1년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1학기 확대, 2학기 전면 시행을 앞뒀지만, 최대 '밤 8시 학생 돌봄' 주체를 놓고 누구 몫인지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다.
교육청은 1년 시범 운영 결과, 학부모들과 학생들 반응이 좋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교원단체들은 "늘봄학교는 주먹구구식 졸속행정"이라며 "중단하고 전면 수정하라"고 반발했다.
◆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에 30일 확인한 결과, 지난 10일 대구 전체 초등학교에 '2024학년도 늘봄학교선도학교 신청' 공문을 보냈다. '늘봄학교'는 방과후수업과 돌봄교실을 합친 초등 돌봄정책이다. 교육부는 무상으로 초등학생들을 최대 오후 8시까지 돌봐준다. 지난해 시범운영을 거쳐 올 1학기 전국 2,000개교로 확대하고 2학기부터 전면 시행한다. 예산은 전액 교육부가 지원한다.
지난해 4개교 시범학교에 이어 올해 40여개교 선도학교, 신청학교 30여개로 확대해 3월 1학기부터 모두 70여개교 늘봄학교를 운영한다. 2학기부터 236개교 전체 초등학교에서 시행한다.
공문을 보면, 기존 교사는 늘봄학교 업무에서 배제하고 기간제 교원을 채용해 늘봄학교를 운영한다. 현재 각 학교, 교육청 등에서 각각 기간제 교원을 채용하고 있다. 업무 조건은 주 10시간 이내 근무자고, 초등교원·중등교원자격증 소지자 대상이다. 1학기 학교당 예산은 1,200만원~2,000만원이다. 필요한 경우 운영비를 추가 지원한다. 1학기 늘봄학교 실수요자는 현재 조사 중이다.
대구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사는 "늘봄학교 운영 결과 학부모들과 학생들 만족도가 높았다"며 "실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교원단체들 반발에 대해서는 "현재 새학기를 앞두고 아직 채용 과정에 있어서 일부 현장에서 혼선이 있었지만, 업무자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2월 중순부터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또 "채용에 어려움이 있어 인력풀을 열어놓아 일정 부분 해소됐다"면서 "기간제 채용 부분은 우리 교육청의 결정이 아니라, 교육부 차원의 정책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 교원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육인지 교육인지, 교육청 업무인지 지자체 소관인지 업무 구분이 불분명하고, 기간제 교사를 일시 채용해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업무 과중을 이유로 정규직 교사를 늘봄 업무에서 배제한다고 약속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업무를 떠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간제 교사가 일을 그만둘 경우 인력 대안도 불분명하다.
주 10시간 이내 초단시간, 단기간 근무조건으로 학교와 교육청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다. 초등교원자격증뿐 아니라 중등교원자격증 소지자까지 채용 조건을 확대하고, 연령과 표시 과목 제한 조치까지 풀었지만 역부족이다. 초등교육 현장에서 중등교원을 뽑는 것은 '몰이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 업무분장에 늘봄 업무을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교사노조(위원장 이보미)는 지난 29일 성명서를 내고 "기존 교사들에게 늘봄 관련 업무가 강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등교원자격 소지자까지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는 것은 초등교육 몰이해로 보육과 교육 구분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전북도교육청은 '늘봄지원센터'를 따로 설립해 교육청과 지자체가 돌봄교실 운영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대구교육청은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의 늘봄학교 정책을 중단하고 전면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보미 위원장은 "대구교육청은 무능과 무책임으로 늘봄학교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근거 없는 일을 교사들에게 강요하는 것에 대해 규탄 집회와 고발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간제특별위원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급박한 행정인력 수요에 대해 기간제 교사를 마구잡이 채용하는 것은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차별을 부추기는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위원장 전희영)는 30일 성명서를 내고 "전국 교사 5,877명을 대상으로 지난 25일~28일 설문조사 한 결과, 교사 97.1%가 늘봄학교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현장을 무시하는 정책을 철회하고 전국 교육청은 돌봄지원센터를 설치해 지자체와 연계해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 교육부(장관 이주호)는 지난 29일 설명문을 내고 "늘봄학교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한 기간제 교원 확보 어려움 해소를 위해 17개 시.도교육청들과 협의하에 채용 절차를 개선했다"며 "퇴직교원, 단기 계약 등 다양한 실무인력을 활용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늘봄학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공무원 인력을 증원해 나가고, 학교 안팎의 가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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