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화재로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경기 화성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대구경북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참사 이후 한 달 동안 사측은 유족과의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고, 정부는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규탄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대구·경북본부, 대경이주연대회의, 대구4.16연대는 23일 오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리셀 참사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정부와 사측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서 "정부와 사측은 재발 방지와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유족과의 교섭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피해자 유족들이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는 결의로 대부분 장례도 치르지 않고 싸우고 있지만,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어디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고 있다"며 "임금, 고용, 안전에서 차별받아온 이주노동자는 죽어서까지 차별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 조사와 특별근로감독 어디에도 피해자 유족의 참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참사 이후 긴급하게 진행된 사업장 점검은 안전으로만 국한됐고, 참사 발생의 핵심 원인인 위장도급 불법파견 점검과 감독은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진상규명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는 대답만, 전지산업·위장도급 불법파견·이주노동자 안전대책은 마련 중이라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면서 "피해자 유족들이 지쳐서 흩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때문에 ▲사측의 진상규명·피해자 유족 피해보상 집단교섭 성실 참여 대책 마련 ▲피해자 유족의 진상규명·재발방지대책 수립 참여 보장 ▲위장도급 불법파견 근절 감독 ▲전지 산업 안전대책, 위험성 평가 전면 개편 ▲이주노동자 안전대책 마련 ▲이주노동자 유가족 체류 지원 연장 등을 촉구했다.
김태영 민주노총경북본부 본부장은 "참사에 책임이 있는 사측은 죽은 노동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고 참사 마무리를 위한 협상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며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죽음은 고용 형태와 국적을 불문하고 소중한 생명이 죽은 것으로 간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장은 "자본은 단순노무업종에 종사할 수 없다는 F-4비자 이주노동자를 일하게 강요했다"면서 "하지만 참사가 벌어지자 일할 수 밖에 없도록 강요당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면서 본인들의 배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6개 부처와 경기도,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전지공장 화재 재발방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5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전지 취급 사업장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한 긴급안전지원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내용은 ▲배터리 화재용 소화기 등 소화설비, 경보·대피 설비 구입 비용 지원 ▲화재 발생 시 행동요령 포스터 번역본, 안전보건표지 스티커 외국인 고용 사업장 배포 ▲외국인 근로자 취업교육과정에 소방대피훈련 포함 등이다.
지난 6월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산면에 있는 리튬 베터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등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23명 중 5명은 한국인, 나머지 18명은 외국인 노동자로 확인됐다.
지난 7월 5일 피해자 유족들이 사측과 첫 교섭에 나섰으나 30분 만에 빈손으로 끝났다. 유족들은 지난 10일 아리셀 측 사고 책임자 5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파견법·화학물질관리법·직업안정법 위반 등 6개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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