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에서 '갤럭시 휴대폰'을 만들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21살 청년노동자가 발병 1년 만에 복직한다.
사측은 청년노동자에게 사과하고, 산업재해 규명에 협조하기로 했다. 또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12일 확인한 결과, 반올림과 피해자 수현씨(가명.남성)의 가족은 지난 8월 9일 사측과의 3차 면담에서 수현씨에 대해 상병휴직과 치료비 지원, 산업재해 증명 협조 등에 합의했다.
내용은 ▲산업재해 신청 결과에 상관없이 치료 지원금 지원 ▲산재 인정 시에도 대위권(대체청구권) 비(非)행사 ▲2025년 12월 31일까지 상병휴직 처리, 고용상태 유지 ▲산업재해 증명 필요 사항에 대한 협조 등이다.
또 회사 내 작업 환경과 관련해 ▲안전보건 표식 재부착, 정기적 안전보건교육 강화 ▲배기·흡기장치, 정화시설 등 시설 보완과 적절한 보호구 지급 ▲중대재해·산업재해 시 대표이사 즉시 보고, 신속 조치 등을 약속했다.
지난 5월 24일 반올림과 수현씨의 가족이 사측과의 면담과 공장 실사를 진행한 뒤 두 차례의 추가 면담을 진행했고, 수시로 실무협의를 가진 끝에 합의안이 나온 것이다.
사측은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수현씨의 갑작스러운 백혈병 발병으로 병마와 힘들게 싸우고 있을 때 위로보다는 해고 처리 등으로 본인과 가족이 겪었을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앞으로도 사원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수현씨의 완전한 쾌유와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수현씨 가족과 반올림은 백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근로복지공단에 추가 자료 제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12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조금 늦었지만, 산재가 인정되기 전에 회사를 상대로 최소한의 책임을 지게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산재 피해를 입은 노동자를 무조건 내쫓으려고 했던 것 자체가 하청노동자에 대한 권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재 접수와 관련해서는 회사에서 미처 모르고 있었던 위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추가 의견으로 제출할 것"이라며 "사측이 제공한 자료나 간접 정보를 통해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수현씨 아버지 A(53)씨는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대표이사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받은 점에 대해서는 소정의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일만 남았는데,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말했다. 수현씨의 건강에 대해서는 "식사를 제대로 못해 몸무게가 20kg이 줄었다"며 "병원에서 외출은 가능하다고 해 산책도 하는 등 조금씩 움직이려고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수현씨는 경북 구미시 산동읍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인 케이엠텍에서 2년간 삼성 갤럭시 휴대폰을 조립했다. 지난해 9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올해 4월 조혈모세포 이식(골수 이식) 수술을 받은 뒤 퇴원해 집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무급휴직 처리했고, 지난 2월 1일자로 해고했다. 하지만 해고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로 다시 복직 처리했다. 수현씨는 지난 4월 17일 근로복지공단 구미지사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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