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에서 '삼성 갤럭시 휴대폰'을 만들다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21살 하청노동자와 관련해, 근무 환경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28일 확인한 결과, 반올림과 피해자 수현씨의 가족은 지난 24일 구미시 산동읍 케이엠텍에서 대표이사 등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 사측 인사들과 수현(가명.남성)씨의 일터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 등 2명과 수현씨 아버지 A(53)씨,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이 참석했고, 사측에서는 대표이사와 공장장, 노무사가 참여했다.
먼저 이들은 공장 내부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제조 공간 2곳과 포장실, 옥상 배기구 등을 점검했다.
◆ 그 결과, 반올림은 "현재 근무 환경은 노출되는 유해 물질이 쉽게 제거되기 위한 환기 시설이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제조 공간 2곳 모두 공기의 순환구조가 불규칙하고, 장비의 캐비닛과 챔버에 연결된 배기 장치를 통해서만 공기 순환이 일어나고 있었다"며 "그 이외의 시설에서 유해물질이 노출될 경우 오염된 공기가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라고 파악했다.
◆ 또 '물질안전보건자료' 등 안전보건 자료를 제공받은 결과 "접착제 성분에 고온에서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을 발생시킬 수 있는 에폭시 수지가 포함돼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장 조사 이후 양측은 면담을 진행했다.
반올림과 피해자 가족, 노조는 지난 14일 ▲대표이사 공식 사과 ▲부당해고 철회, 원직 복직 ▲백혈병 발병 시점부터 산업재해 보상이 이뤄질 때까지 치료비 전액 부담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사측은 "부당해고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3년간 근무환경측정 결과와 작업환경 공개 ▲환기장치, 국소배기장치 등 보강조치 ▲휴게공간·근무일정 등 근로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다만 치료비와 유급병가에 대해서는 "비근무 중인 직원에게 근무를 전제로 지급하는 급여 지급은 정상업무를 수행하는 직원과 형평 문제를 수반한다"며 "대신 '위로금' 형태 지급을 고려하겠다"고 답변했다.
피해자 가족과 반올림 측은 조만간 사측과 2차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종란 노무사는 28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현장에 막상 가보니 고온 공정은 많이 있었고, 배기나 환기 시스템이 부족했다"며 "외부로 배출된 배기가 다시 내부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여서 수현 씨가 일했던 공정뿐 아니라 기숙사나 식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산재 여부 검토에서 이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문제"라며 "그래도 산재가 맞다고 주장할 근거들은 많이 파악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수현씨 아버지 A씨는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부당해고에 대한 사과는 받았지만, 직원 피해에 대한 보상을 위로금 형식으로 처리하려고 해 불쾌했다"며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또 누가 다치면 이런 식으로 처리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 여부에 대한 사측 의견을 종합해 받기로 했다"며 "의견을 받은 뒤 다음 면담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현씨는 경북 구미시 산동읍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인 케이엠텍에서 2년간 삼성 갤럭시 휴대폰을 조립했다. 지난해 9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올해 4월 조혈모세포 이식(골수 이식) 수술을 받은 뒤 퇴원해 집에서 요양 중이다.
사측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무급휴직 처리했고, 지난 2월 1일자로 해고했다. 하지만 해고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로 다시 복직 처리했다. 수현씨는 지난 4월 17일 근로복지공단 구미지사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한 상태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