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78년, 참혹했던 민간인 학살의 증언들을 기록한 영화가 대구 관객들과 처음 만난다.
'4.3 기억영화제 추진위원회'는 오는 4월 3일 오후 7시 30분 대구 중구 CGV대구아카데미와 오오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목소리들> 대구 상영회를 연다고 21일 밝혔다.
<목소리들>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과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관객상을 받았다. 영화에는 4.3을 경험했거나 피해를 입었던 할머니 4명의 증언을 따라간다.
지난 1948년 12월 제주 표선면 도산리에서 한꺼번에 끌려간 200여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김은순(91) 할머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민간인 학살이라는 폐허 속에서 다시 생계와 가족, 마을을 꾸려내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반적으로 대형 기획사에서 극장 측에 요청해 영화를 배급하는 상업영화와는 달리, 관객들이 스스로 관람객을 모아 영화관 측에 상영을 요청하는 관객참여형 방식이다.
이번 영화제는 오는 4월 3일 서울 22곳, 부산 6곳, 인천 3곳, 경기 15곳 등 전국 106개 극장에서 동시 상영된다. 대구에서는 CGV대구아카데미와 오오극장 2곳에서 상영되며, 경북은 경주, 고령, 구미, 성주, 안동, 영주, 포항 등 7곳에서 상영회가 열린다.
GV(감독이나 배우들이 영화 상영회에 직접 방문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 것)는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CGV대구아카데미 측에서 관람객이 80명 이상 모이면 상영관에서 관객들끼리 영화 감상평을 나누거나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관람료는 1만원으로, 신청은 오마이씨네 홈페이지에 접속해 원하는 지역의 극장을 선택(→링크)하면 된다.
추진위는 "4.3을 기억해야 하는 일은 제주도만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역사는 기록해야 기억되고, 기억해야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를 통해 국가폭력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되새기려 한다"면서 "그동안 어둠 속에 봉인됐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불러냄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지역 관객추진단 단장을 맡고 있는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은 "제주 4.3을 겪은 여성들이 이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기록한 영화"라면서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고,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시민들이 상영회에 많이 찾아와 영화를 관람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4.3위원회)'의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47년 3월 1일 제28주년 3.1절 기념행사에서 군중을 향한 경찰의 발포로 시작해 한국전쟁이 끝난 뒤인 1954년 9월까지 제주 전역에 걸쳐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승만 정부는 남한만의 단독선거에 반발한 제주도민들을 무차별 진압했다.
4.3위원회가 확정한 희생자 수는 지난해 기준 1만4,822명이다. 다만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희생자 수에 불과하다. 진상조사보고서에서는 인명피해를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인 2만5,000명에서 3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국가를 대표해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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