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시기 대구경북 주민 111명이 '좌익' 이념 낙인에 찍혀 우리 군경에 의해 학살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박선영.진실화해위)는 지난 8일 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29건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전국의 29건 사건 가운데 대구와 경북지역(포항, 경주, 안동, 경산, 영천, 청도, 영양, 울진) 8곳에서 발생한 모두 6건의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군경에 의해 자행된 희생"이라고 진실규명했다.
한국전쟁 전후인 지난 1947년부터 1951년까지 발생한 '경북 영천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당시 영천 주민 45명은 "좌익 활동이나 연관성"을 이유로 경찰에 연행됐다. 일부는 영천 임고면 아작골, 벌바위 등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
대구 10월항쟁 관련 희생자들도 같은 날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지난 1946년 10월부터 1950년 7월까지 대구에 살던 민간인 7명은 "좌익 협조"를 이유로 군경에 희생당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계곡과 중석광산, 화원면 본리리 부채골 등에서 학살당했다. 가해 주체는 대구 경찰 등으로 확인됐다.
다른 희생자들은 경북지역에 몰렸다. 경주와 청도 주민 27명에 대해서도 한국전쟁 발발 전 지역 경찰과 군인, 우익청년단 등에 연행돼 지역 일대에서 총살되거나 집과 마을에서 살해됐다고 이날 진실규명했다. 피해자들은 비무장(非武裝)한 민간인으로 대부분 농사를 짓는 2030대 남성이었다. 여성 피해자도 1명 있었다.
진화위는 또 경주 주민 14명이 한국전쟁 전후 "국민보도연맹원" 또는 "요시찰인"이라는 이유로 예비검속돼 경찰과 CIC(방첩대) 등에 의해 희생된 사건도 같은 날 진실규명 결정했다. 군경으로부터 출두 요구를 받아 예비검속된 이후 틈수골, 메주골, 울산군 강동면 대안리 계곡 등에서 집단 살해됐다. 이들 역시 비무장한 2030 젊은 농민 남성이 대다수였다.
경산과 울진 민간인 4명도 한국전쟁 이전 "좌익 협조", "인민군 점령시기 인민군에 협조" 등을 이유로 경찰에 불법 체포돼 희생당한 사건도 이날 회의에서 진실규명했다. 이들은 진량면 평사동, 압량면 현흥초등학교 옆, 울진 신림리 올시골 등에서 희생당했다. 가해 주체는 경산경찰서 소속 경찰과 국군 제3사단 소속 헌병대와 CIC(특무대) 군인들로 확인됐다.
포항과 안동, 영양에서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이 같은 날 진실규명 됐다. 주민 14명이 "좌익 활동 혐의", "빨치산" 또는 "인민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국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됐다. 1949년 2월에서 1950년 10월까지 포항과 안동, 영양지역 주민 14명이 군경에 의해 포항 구룡포읍 삼정2리 공동묘지와 고디굴, 장기면 죽정리 태봉, 흥해읍 예수골, 신광면 흥곡리 골짜기,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 영양군 입아면 금곡리 골짜기 등에서 희생됐다. 포항경찰서와 영양경찰서 소속 경찰과 국군이 가해자다.
진화위는 "국가와 지자체는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회복 조치, 추모사업 지원, 역사기록 반영을 비롯한 평화와 인권교육 등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또 정부와 국회를 향해 "세계인권선언, 제네바협약, UN 가이드라인,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발생한 민간인 희생에 대해, 희생자와 유족들이 충분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청구권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법률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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