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다치거나 아파도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대구지역 노동자들이 있다.
행정과 사서 등 대구지역 학교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다. 현행법상 이들은 산안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같은 교육공무직 노동자여도 급식, 청소, 경비 노동자 등은 산안법 적용을 받아 법의 보호 테두리에 있지만 이들은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은 정부를 향해 "산안법 적용 전면 확대"를 촉구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지부장 서춘화)는 15일 오전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지역 학교 교육공무직 직종 상당수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에서 제외돼 있어 기본적인 보호조치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구교육청은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직종 확대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대구지역 학교 교육공무직은 급식, 행정, 청소, 경비, 특수교육 등 39개 직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직종 중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직종은 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원, 당직경비원, 환경미화원 등 8개다. 행정이나 사서 등 나머지 직종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62호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을 보면 ▲학교 시설물 및 설비·장비 등의 유지관리 업무 ▲학교 경비, 학생 통학 보조 업무 ▲조리 실무와 급식실 운영 등 조리시설 관련 업무만 '현업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직종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 안전보건교육 등을 받지 못한다. 산안법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인데도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문제도 지적했다.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급식노동자는 모두 11명(퇴직자 포함)이다. 교육청이 폐암 검진을 시작하기 전인 2022년 이전 7명, 2022년 3명, 2023년 0명, 지난해 1명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노조는 "그동안 전국의 학교 급식실에서는 170명에 가까운 폐암 산재자가 발생했다"면서 "하지만 교육청의 환기시설 개선은 더디기만 하고, 급식실 결원 문제는 해마다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현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교육공무직 상당수는 여전히 법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교육청은 더 이상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면서 "노동자의 건강이 지켜지지 않는 학교에서는 교육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춘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장은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지만,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울타리 밖에 놓여 있다"면서 "학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형식적인 대책에 머무르지 말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구 한 초등학교에서 교무실무사로 20년째 근무 중인 김서정 사무국장은 "학교 행정과 학사 운영을 책임지는 사무직종들은 현업업무로 분류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관련 교육을 받지 않아 산업재해 신청 절차도 모르고, 산재 판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듣기 때문에 다쳐도 그냥 참는 현실에 놓여 있다"고 꼬집었다.
대구교육청은 이에 대해 법이 바뀌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법 확대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업직종에 해당하지 않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따로 관리하고 있으며, 산재 관련 통계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교육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청 자체적으로 확대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현업직종을 제외한 나머지 직종을 '현업 외 근로자'로 분해 산재 신청 관련 교육 등을 모두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폐암과 관련해서는 모든 노동자들에 대해 전면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의사 소견에 따라 추가적인 검사 지원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며 "2년에 한 번 검진하거나 의심자에 한해 검진을 실시하는 다른 시.도 교육청에 비해 더 확대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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