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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밥 짓고 청소 땀 범벅"...대구 학교 급식·청소노동자들 '극한노동', 건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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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복·앞치마 땀 배출 안돼 급식실 찜통
폭염에 화장실 16개 청소하는 노동자들
노조 "온열질환 위험, 비상대책반 있길"
여유 인력 배치·작업시간대 조정 등 촉구
대구교육청 "매년 대책 마련, 수시 관찰"

대구지역 학교 급식노동자들이 조리 업무를 하고 있다. / 사진 제공.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 학교 급식노동자들이 조리 업무를 하고 있다. / 사진 제공.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1. 대구 동구의 한 중학교에서 4년차 조리실무원으로 일하는 권모(54)씨는 오전 7시 30분 출근해 8시까지 재료 검수와 조리에 필요한 도구들을 준비한다. 이어 11시 30분까지 전처리와 조리에 들어간 뒤, 12시부터 1시간 30분 정도 학생과 교직원을 포함해 470명에게 배식에 들어간다.

재료 검수부터 배식까지 위생복을 껴입고,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끼고 고무장화를 신는다. 그 탓에 땀과 열기가 옷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하루에도 2~3번씩 갈아입기도 한다. 에어컨은 조리실과 전처리실 등에 설치돼 있지만, 튀김기와 솥에서 나오는 열 때문에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권씨를 포함해 노동자 6명이서 급식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잠깐 시간을 내 목이 건조해 찬물을 마시러 가기도 어려웠다.

권씨는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매일 학교 급식실에 들어가는데, 두꺼운 장갑과 모자, 마스크, 위생복을 착용하는 순간부터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면서 "지역 내 한 중학교에서는 동료가 뜨거운 찜기 앞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구급차에 실려 나갔는데도, 대구교육청은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환경미화원 A씨가 화장실에 놓인 휴지통을 비우는 모습 (2023.9.2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환경미화원 A씨가 화장실에 놓인 휴지통을 비우는 모습 (2023.9.2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2.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9년차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류모(59)씨는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3시 30분까지 4층 규모의 학교에 16개 화장실과 복도, 창틀 등을 청소한다. 에어컨도 없는 복도와 화장실을 청소할 때마다 땀 범벅이 된다. 학교 강당에 휴게 공간과 샤워실이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류씨는 "4층 건물에 꼭대기 층을 청소할 때면 옥상에서 전도되는 열기 때문에 숨이 막힐 정도로 덥다"며 "청소노동자 중 1명은 땀을 많이 흘리면 냄새 때문에 이 땡볕에 대중교통도 제대로 타지 못한다고 하는데, 제대로 된 샤워실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현업근로자의 생명안전을 보장하라"...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기자회견(2025.7.10.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교육청은 현업근로자의 생명안전을 보장하라"...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기자회견(2025.7.10.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폭염에 야외보다 더 더운 현장에서 일하는 대구지역 학교 급식·환경미화 노동자들이 대구교육청에 "제대로 된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지부장 서춘화)는 10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노동자들과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폭염 시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면서 "교육청은 폭염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 노동자 생존을 위한 실질적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와 올해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교육청에 보고된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교육청은 현재 급식노동자와 청소노동자 등을 상대로 '현업근로자 및 온열질환 취약자 폭염 예방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급식노동자의 경우 조리실 내 온·습도 수시 점검, 고열 작업 노출 시간 최소화를 위한 조리작업 공정 조정, 충분한 수분 섭취 등이다. 청소노동자는 폭염 시 작업시간 탄력 조정, 개인용 보냉장구 착용, 밀폐공간 작업 시 환기 철저 등을 내용으로 한다. 

노조는 이에 대해 "형식적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근무 조정 등의 내용은 현장 적용이 어렵고 오히려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이며, 냉방기나 샤워시설 등 필수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조합원들이 "급식실 상시대책인력 거점운영", "보냉조끼, 쿨토시 지급 의무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2025.7.10)/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조합원들이 "급식실 상시대책인력 거점운영", "보냉조끼, 쿨토시 지급 의무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2025.7.10)/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때문에 교육청에 ▲폭염 대비 비상대책반 구성, 폭염관리자 지정 ▲체감온도 31도 이상에서 작업 시 작업시간대와 방법 조정 ▲폭염 시 휴게시간 확보를 위한 여유 인력 추가 배치 ▲무더위 시간대 옥외 작업 제한 ▲작업자용 휴게실과 샤워실 설치·운영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학교 급식실은 대표적인 고온 다습 작업환경"이라며 "조리실은 화기를 사용하는 밀폐된 공간이며, 급식노동자들은 위생복과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해 체열 배출을 방해받는 등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다수 학교에서 얼음 정수기나 냉음료 설비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 최소한의 생리적 회복도 마련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구교육청도 냉방 설비 구조적 개선, 냉음료 설비 확충 등 현실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락스 등 유해 세제를 장시간 다루며 고온의 실내 환경에서 화장실과 복도, 교실 청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충분한 휴게시설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은 계단이나 당직실 등에서 휴식을 취하며, 샤워시설이 없어 땀 범벅인 상태로 퇴근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했다.

서춘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장이 "실질적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2025.7.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서춘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장이 "실질적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2025.7.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서춘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장은 "학교급식실은 지난달부터 온도가 55도를 넘나들고,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유해 화학 약품과 고온의 환경 속에서 쉴 공간조차 없이 땀 범벅인 상태로 퇴근하는 현실에 내몰려 있다"며 "하지만 대구교육청과 강은희 교육감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냉방기 설치, 보냉조끼 착용과 같은 소극적 대책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교육청은 "매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폭염 대책을 상세하게 마련하고 있다"면서 "수시 관찰과 안전 조회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교육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매년 5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고, 학교에서 작업장마다 안전수칙 교육 등을 실시하라는 지침을 학교에 전부 보내놨다"며 "학교 휴게시설은 교사들뿐 아니라 학교 전체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온열질환이 발생하면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들어온 것이 없다"며 "급식실 튀김의 경우에도 주 2회 이하로 만들도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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