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경산 코발트광산' 찾은 박선영 진화위원장..."죄스럽다, 남은 임기 진실규명 최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선영 2기 진실화해위원장이 민간인학살 현장인 경북 경산시 코발트광산을 찾았다. 나정태 유족회장이 위령탑에 적힌 희생자들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선영 2기 진실화해위원장이 민간인학살 현장인 경북 경산시 코발트광산을 찾았다. 나정태 유족회장이 위령탑에 적힌 희생자들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부모님들의 죽음은 국가 폭력의 아픈 역사입니다. 이 역사에는 네편, 내편이 없습니다. 진실규명의 대상이지 이념 갈등의 대상 아닙니다. 뼈 한점 찾아 진실규명되길 바랄 뿐입니다"

나정태(79) '(사)한국전쟁전후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유족회' 회장은 25일 오전 경북 경산시 평산동 코발트광산에서, 박선영(69)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게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은 "네편, 내편 가리지 않고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진실규명을 하겠다"고 답했다. 

수평갱도 안으로 들어온 박선영 진화위원장이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현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평갱도 안으로 들어온 박선영 진화위원장이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현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갱도 내 토사가 계속해서 무너져 내려 3차 유해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업자가 박선영 진화위원장에게 현장에 대해 설명 중이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갱도 내 토사가 계속해서 무너져 내려 3차 유해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업자가 박선영 진화위원장에게 현장에 대해 설명 중이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차 유해발굴 중 갱도 내에서 발견된 유해. 갱도 안 바구니 안에 잔뼈들이 담겨있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차 유해발굴 중 갱도 내에서 발견된 유해. 갱도 안 바구니 안에 잔뼈들이 담겨있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이 잠든 코발트광산에서 3차 유해발굴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앞서 5월 13일부터 석달째 발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1~2차 유해발굴과 달리 더 깊은 수평2굴에서의 유해발굴은 쉽지 않다. 최근 폭우가 내린 이후 토사가 쏟아져내려 작업자들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 유족은 갱도 안 집수지 내 미수습 유해와 관련해 "물을 퍼내고 빔을 쳐서 밑에 들어가 유해를 손으로 잡아보니 상당히 많이 잡혔다"면서 "토사가 더 무너지기 전에 즉시 발굴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무너지는 갱도 안으로 박선영 진화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처음으로 코발트광산을 찾았다. 

그는 이날 위령탑에서 희생자들에게 묵념하고, 진실결정문을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갱도에서 작업자들로부터 유해발굴 상황을 전달받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흘러내린 토사와 함께 일부 잔뼈가 발견되기도 했다. 

앞서 2년 간 유해발굴 작업에서 유해와 유품 4,000여점을 수습했지만, 코발트의 유해발굴 작업은 3차까지 이어지며 끝나지 않고 있다. 진실화해위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곳에서 이승만 정부 시절 우리 군경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은 3,000여명으로 추산된다. 희생자가 많아 유해발굴도 길어지는 셈이다. 

박선영 진화위원장이 나정태 코발트광산 유족회장에게 경북 경산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결정문을 전달했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선영 진화위원장이 나정태 코발트광산 유족회장에게 경북 경산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결정문을 전달했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선영 진화위원장은 지난 7월 24~25일 이틀 간 경북 경주와 경산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현장을 방문해 유족들을 만났다. 코발트광산 유해발굴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장정민 한빛문화재단 조사실장이 3차 유해발굴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5.7.25)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선영 진화위원장은 지난 7월 24~25일 이틀 간 경북 경주와 경산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현장을 방문해 유족들을 만났다. 코발트광산 유해발굴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장정민 한빛문화재단 조사실장이 3차 유해발굴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5.7.25)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픈 역사의 현장을 둘러본 이후 유족회와 경산시는 현장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박선영 위원장과 나정태 유족회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조지연(경북 경산) 국회의원과 조현일 경산시장 등이 참석했다.  

박선영 위원장은 "80년 가까이 갱도에 수천구의 희생자들이 매몰돼 있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에 대해 우리가 너무 모질었다. 죄스럽고, 죄송하다. 남은 짧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역사의 왜곡과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2기에 이어 3기 진화위에서도 국가의 코발트광산 유해발굴 진행 ▲국가 주도로 발굴된 유해와 유족의 DNA 검사 실시 ▲남은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규명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 등을 촉구했다.

나정태 유족회 회장은 "우리 사건은 진살규명 대상이지 이념 갈등 대상이 아니"라며 "75년 전 이념 갈등으로 희생된 고인들에 대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그리고 진심어린 사과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어 "3기 진화위가 발족하면 유해발굴을 중점으로 해달라"며 "2기 진화위도 한 6개월 정도 남았다. 남은 임기 잘 마무리해서 한 사람의 유족이라도 더 진실결정문을 받아볼 수 있도록 힘 써달라"고 말했다. 

(왼쪽에서 네버째부터)조현일 경산시장, 박선영 진화위원장, 나정태 유족회장, 조지연 국회의원 등 유족과 진화위와 경산시 관계자들이 코발트광산 위령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에서 네버째부터)조현일 경산시장, 박선영 진화위원장, 나정태 유족회장, 조지연 국회의원 등 유족과 진화위와 경산시 관계자들이 코발트광산 위령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2025.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창희 유족회 상임이사는 "벌써 1세기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유해발굴을 한다는 게 가슴 아프다"며 "97세 미망인 어머니는 아직도 아버지가 살아있다고 생각하신다. 코발트광산의 현재 진행형의 아픔"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폭력에 의한 학살 사건이라는 것을 일반 시민들이 여전히 잘 모른다"면서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고, 진실을 알리는 교육도 국가가 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승찬 유족회 이사는 "할아버지에 대한 진실결정문을 받았는데 어디를 봐도 사실관계만 있을뿐, 국가의 사과나 위로는 한마디도 없었다"며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끔 그런 부분도 신경써달라"고 했다.  

2기 진화위 임기가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족들은 국가의 유해발굴과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지자체도 유족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 계속해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지연 국회의원은 "군경이든, 적대세력이든 그 희생을 아픔을 저희가 치유해 나가야 한다"면서 "우리 정치인들은 이념과 무관하게 당연히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정치인 책무"라고 말했다. 조현일 경산시장도 "경산시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지원을 약속한다"며 "코발트광산 유족들의 가슴이 두번 세번 더 찢어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 경산시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