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의 '새벽배송 제한'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과로사를 방지해야 한다"며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택배사들은 "소비자 불편"을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구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이에 대해 "택배노동자 건강권과 휴식권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전국택배노동조합,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6개 시민사회·노동계·진보정당은 17일 오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선 지속불가능한 새벽배송을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바꿔내야 한다"며 그것만이 택배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소비자 편익과의 균형을 이루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는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 기관과 더불어민주당, 민주노총 택배노조,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 등 노동계, 쿠팡과 마켓컬리, CJ대한통운 등 택배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9월 출범해 두 차례 회의를 가졌다.
쟁점은 '새벽배송 제한'이다. 택배노조는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배송을 멈추고 오전 5시부터 7시까지 물량을 소화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시간 택배를 멈추더라도, 긴급한 배송의 경우 오전 5시 출근조가 나르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는 새벽배송이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지난 2012년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또 택배노조가 발표한 '2025 쿠팡 퀵플렉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간노동 중 가장 큰 어려움은 피로가 71.9%로 가장 높았고, 교통사고 위험 62.3%, 화장실 이용 불편 54.5%, 물품배송 중 안전 위험 40.1%로 나타났다.
반면 택배사들을 포함한 유통·물류 업계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 불편과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1만여명이 속한 쿠팡파트너스연합회가 택배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93%가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에 대해 "택배노동자들의 수입 감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택배노동자들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과 과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택배사 간의 살인적인 속도경쟁은 심야배송·주7일 배송을 확산시키며 노동자들을 과로사로 내몰고 택배사들은 이윤을 얻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1, 2차 사회적 합의가 분류작업 해방과 노동시간 규제라는 성과를 거뒀다면, 3차 사회적 합의는 이윤을 위해 속도를 강요하고 노동자 생명을 위협하는 배송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속도 경쟁을 중단시키고 지속가능한 산업 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나아가 속도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로 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식 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 부지부장은 "새벽배송 이슈가 사회적인 논쟁이 된 점에 대해 마음이 무겁다"며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죽음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번 사회적 대화를 통해 심야노동의 문제와 지속 가능한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배송 건당 수수료가 너무 적어 새벽배송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줄기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밤새 달린다"면서 "이번 사회적 합의에서는 노동자들이 새벽에 배송하지 않고, 일요일과 공휴일을 쉬게 하는 결과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노무제공자지원과 관계자는 "노동부 차원에서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노사가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정부에서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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