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일하다 다쳐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노동자들의 건수가 최근 3년간 7,000여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와 과로사를 막기 위해 정치권과 노동계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쿠팡도 이를 마련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때문에 대구지역 노동계는 '이행점검단'을 만들어 현장 물류센터에서 대책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감시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구경북본부, 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 진보당 대구시당·경북도당은 14일 오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국회 청문회에서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등 생명과 직결된 현안을 지적받았지만, 그 어떤 약속 이행 여부도 국민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생명·안전을 직접 지키기 위해 이행점검단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쿠팡 택배노동자 고(故) 정슬기(41)씨가 과로사의 대표적 증상으로 여겨지는 뇌실혐관질환인 심근경색의증으로 사망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김주영(경기 김포시갑)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2021년~2024년 8월) 쿠팡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모두 7,640건에 이른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와 올해 1월 청문회를 통해 과로사 문제를 다뤘고, 쿠팡 측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격주 주5일제 도입 ▲주간배송 연간 주2회 이상 휴무제 시행 ▲분류작업 문제 해결 ▲프레시백 회수 강요 금지 등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개선을 약속했는데도 현장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서비스연맹과 택배노조, 진보당은 전국에 이행점검단을 구성해 직접 점검에 나섰다.
대구지역 쿠팡CLS 물류센터(캠프)는 모두 5곳이다. 서구 2곳(3캠프, 5캠프), 달서구 1곳(1캠프), 경북 경산 2곳(2캠프, 4캠프)이다. 점검단은 이날부터 오는 8월 말까지 직접 물류센터에 찾아가거나, 쿠팡 택배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점검 사항은 ▲다회전 배송 ▲택배 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는지 여부 ▲배송마감시간 압박 ▲프레시백 회수 업무 등이다. 이후 점검 결과를 국회 환노위에 보고하고, 국회 차원에서 후속 조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쿠팡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와 올해 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불려나와 많은 지탄을 받았다"며 "특히 분류작업 전가 문제, 프레시백 노동착취 문제 등 노동자 생명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개선하겠다며 여러 약속을 내놨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과로사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점검 활동은 단순한 실태조사를 넘어, 쿠팡 택배노조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책무이자 국회 청문회라는 법적·사회적 약속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며 "쿠팡은 더 이상 약속을 외면하지 말고,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동안 책임 회피와 외면으로 일관한 과거를 반복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쿠팡CLS는 국회 청문회와 상생 협약 등 수많은 약속을 한 바 있지만, 이 약속이 얼마나 가벼운지를 잘 알고 있다"면서 "새벽 배송, 주5일제 도입, 연 2회 이상 휴무제 등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핵심적인 약속들이다. 이것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정현태 택배노조 대경지부 CJ대구중지회장은 "현재 쿠팡CLS 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보면, 하루 8시간 근무는 턱도 없다. 2회전, 3회전 배송을 하려면 제일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한다"며 "배송 시간을 지키기 위해 숨쉴 틈 없이 뛰어다닌다. 안 쓰러지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측은 '주5일 배송이 가능하도록 영업점을 대상으로 백업기사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폭염과 관련해서도 업계 최초로 차폐식 냉방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택배기사는 주5일 배송이 가능한 백업기사 시스템을 도입해 영업점을 대상으로 소속 배송기사들의 휴가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면서 "올해는 주6일 배송을 선택한 주간 배송기사들의 경우 반기마다 최소 1회 이상, 연간 최소 2회 이상 쉬는 의무휴무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서브허브 등에 차폐식 대형 냉방 구역 시스템을 도입해 30도가 넘는 외부 온도에도 작업장 내 온도를 20도까지 떨어뜨렸다"며 "작업자들의 만족도도 90% 이상이 설비 도입 후 온도 변화를 체감한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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