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밤샘 로켓배송 업무를 1년 2개월 동안 하던 서울 택배노동자 정슬기(41)씨가 두달 전 숨졌다.
사인은 심근경색의증이다. 열심히 일하던 한 40대 가장의 심장이 갑자기 멈춘 것이다.
대구경북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로켓배송 시스템이 만든 과로사"라며 쿠팡에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대구본부, 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 대구민중과함께,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윤석열 심판 대구시국회의는 15일 오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는 로켓이 아니다"라며 "쿠팡은 유족에게 사죄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공동대표 박석운, 강규혁, 김광석)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3월부터 쿠팡퀵플렉스(CLS) 위탁업체 택배노동자로 주6일 심야, 새벽 시간에 하루 10시간 반 정도 로켓배송 업무를 했다. 그는 쿠팡 경기 남양주2캠프에서 서울 중랑구를 매일 세 차례 오가며 배송을 했다.
고인은 사망 전날인 지난 5월 27일 밤부터 28일 오전 6시 40분까지 새벽 로켓배송을 했다. 사망 원인은 과로사의 대표적 증상으로 여겨지는 뇌심혈관 질환 '심실세동-심근경색의증'이었다.
쿠팡CLS와 배송 위탁업체는 당일 밤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배송을 완료해야 하는 PDD(Promised Delivery Date) 계약을 맺는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위탁 계약이 해지되거나 배송구역을 회수당할 수 있다.
대구경북 시민사회단체·노동계는 숨진 택배노동자를 추모하며 쿠팡을 향해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를 낳는 로켓배송 시스템을 바꿔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과로사이며,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이 낳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고인은 쿠팡CLS 원청의 직접 지시 아래 매일 캠프와 배송지를 세 번이나 왕복하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CLS 원청은 업무카톡방을 통해 배송 마감 시간을 지킬 것을 지속적으로 거세게 압박했고, 고인의 주당 노동시간이 위험한 수준임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타 구역 배송지원, 추가 노동까지 지시했다"면서 "편리하다는 이유로 과로사를 낳을 정도의 장시간 노동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원경욱 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장은 "쿠팡CLS 로켓배송 시스템은 주말에 두 번, 야간에 세 번씩이나 캠프를 오가며 물건을 차에 싣고 배송 완료 시간을 맞춰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우리는 로켓의 연료가 아니다. 이제라도 쿠팡은 택배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로켓 배송을 개선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 본부장은 "2020년 쿠팡 칠곡물류센터 장덕준 청년노동자의 과로사 사건 때부터 택배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수없이 요구해 왔지만, 정부와 노동부는 도대체 무엇을 한 거냐"면서 "택배노동자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 측은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라며 "과도한 업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택배 위탁업체와 계약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실상 원청인 쿠팡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쿠팡 경영관리실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의 업무 시간과 업무량은 전문배송업체와 택배기사의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쿠팡CLS는 택배기사의 업무가 과도하지 않도록 표준계약서에 명시된 주당 작업 일수와 작업 시간에 따라 관리해 줄 것을 계약 내용을 통해 전문배송업체에 요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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