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일하다가 숨지는 노동자들이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산재에 의한 사망, '과로사' 판정이 내려져도 쿠팡은 사과하거나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쿠팡의 노동실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쿠팡 청문회'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쿠팡 사망 노동자 유족들에 24일 확인한 결과, 이들은 지난 13일 국회전자청원 사이트인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클릭)쿠팡 청문회 개최 요청에 관한 청원'을 올리고 시민들의 동의를 받고 있다.
청원서를 올린 이는 경북 칠곡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와 경기 남양주 쿠팡 로켓배송 택배기사로 일하다 숨진 고(故) 정슬기씨의 아버지인 정금석이다.
청원 기간은 청원서 공개 후 30일 이내로 오는 10월 13일까지다. 요건은 30일 이내 5만명 동의를 얻으면 된다. 해당 동의를 받으면 법률 제정이나 개정, 공공 제도와 시설 운영 등에 대한 청원을 할 수 있다.
유족들은 국회에 쿠팡 경영진을 불러 '노동자 과로사'와 관련한 청문회를 실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저희는 '쿠팡을 위해 개처럼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들들의 유족"이라며 "쿠팡은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올 때면 '노동자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하지만, 산재 승인이 나와도 판정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유족을 우롱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쿠팡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사람은 알려진 것만 18명"이라며 "죽음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환경노동위 국회의원들이 실태를 파악하러 쿠팡 물류센터를 찾아도 이를 막아서고 있다"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더 이상 쿠팡 노동자들이 죽는 일이 없도록 노동실태를 조사하고,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청문회가 열려야 한다"면서 "국민이 힘을 보태달라"고 촉구했다.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인 박미숙씨는 "덕준이의 과로사를 부정하는 쿠팡이 노동자의 안전에 신경이나 썼을까 의문"이라며 "쿠팡의 혁신이란 이름으로 노동자들과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멈출 수 있게 도와달라.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국민동의청원에 힘을 더해달라"고 말했다.
◆ 경북 칠곡쿠팡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 일하다 2020년 10월 숨진 27세 청년 노동자 고(故) 장덕준씨.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덕준씨는 하루 400kg 물류를 옮기며 최대 주 62시간을 일했다. 최고기온 30도가 넘는 폭염에도 물류센터 안에서의 노동에 쉼은 없었다. 일한지 1년여만에 체중 15kg이 빠졌다. 택배 출고지원업무 '워터 스파이더'로 일하던 노동자의 삶이다. 대구 수성구 집으로 퇴근해 씻기 위해 들어간 욕실 안 욕조에서 다시 눈 뜨지 못했다. 사망 원인은 급성심근경색증이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북부지사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장씨의 죽음이 업무상질병에 의한 '산재 사망'이라고 판정했다. 야간 고정 근무와 강도 높은 육체적 노동이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쿠팡은 산재 사망 판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덕준씨 유족은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덕준씨가 숨진지 4년이 지났지만 쿠팡과의 소송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경기 남양주 쿠팡 로켓배송 택배기사로 1년 2개월 일하다 2023년 3월 숨진 41세 고(故) 정슬기씨.
정슬기씨가 숨지기 전까지 주 평균 노동시간은 78시간으로 나타났다. 과로사 산재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과로사 산재 기준은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 발병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이다.
정씨는 매일 100km가 넘는 거리를 오가며 3회전 배송을 했다. 밤샘 노동후 오전 7시까지 배송을 마치지 못하면 더 이상 일 할 수 없다는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그리고 지난해 5월 28일 새벽 퇴근 후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의증이다. 과로사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사인 증상이다. 유족은 과로사로 보고, 올해 7월 쿠팡을 상대로 산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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