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 출범 석 달된 오바마 행정부와 3월 최고인민회의를 마친 3기 김정일 체제가 한판 격돌하고 있다. [로켓정국]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추측이 난무하다. 미, 일은 단기적으로는 UN안보리의 제재를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을 설득하기 쉽지 않아 보이고 단독제재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북한은 광명성2호의 성공적 발사를 자축하며 더욱 더 강경한 입장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6자 중에 핵심은 북과 미국이고 앞으로 북과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심축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정이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극적인 타결로 정상회담의 테이블에 앉을 것인가?"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당사자로서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북미 간에 문제해결의 전망은 세 가지 정도로 보인다.
하나는 군사적 선택 즉 전쟁이다.
UN안보리의 의장성명이나 제재 혹은 미국 일본의 단독제재도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될 경우(사실상 효과가 없어 보인다. 2006년 핵실험이후 UN안보리 제재 1718호도 북의 입장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그동안의 대화 협상국면을 완전히 정리하고 군사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언제나 테이블 위에 모든 옵션이 올라와 있다고 하면서 내세우는 카드다.
실제 미국이 북에 대해 전쟁을 할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이라크와 비교해보자.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UN의 동의도 받지 못하고 침략했다. 전쟁기간 동안 그들은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했고 이라크를 지금까지 점령하고 있다. 북에는 대량살상무기중의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하고 있다.
쉽지 않은, 치명적인 '군사적 선택'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라크보다 심각한 북한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북과의 전쟁은 제3차 세계대전 수준이며 미국이 이라크처럼 단기간 안에 전쟁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른바 [전국토의 요새화]를 통해 미국이 핵무기를 통한 전쟁이 아니고서는 승산이 없다고 알려져 있고, 여기에 미국은 지하관통핵폭탄(벙커버스터)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북한은 지형상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선이 맞닿아 있기도 하고 미국과 중, 러와의 외교적 관계 때문에 쉽사리 전쟁을 선택할 수 없다.
또,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들과 전쟁을 한 적이 없다. 미,영,프,중,러를 제외하고 인도, 이란,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은 친미나라인 이스라엘을 빼고 모두 경제재제와 군사적 압박카드를 협박했지만 결국 미국이 통제할 수 있는 핵보유국으로 두기 위해서 그들과의 협상으로 마무리 했다. 지금 미국 내에서 공공연하게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이고 보면 미국의 군사적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북과 남을 가리지 않게 되고 이는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
또 하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이다.
UN안보리의 의장성명이나 제재를 통해서 북의 로켓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미국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경찰 미국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제재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없다. 그것도 아니면 아무것도 할 것이 없지 않은가? 지금의 일시적 긴장국면은 전쟁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필연코 협상국면을 내포하고 있다. 일방적 힘에 의존하여 정책을 펼친 부시와 다른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가?
대화.협상 전략...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대외적으로는 대북규탄 여론을 조성하고 앞장설 수도 있지만 북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기술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북과 협상할 수밖에 없다. 6자회담의 틀 안과 밖에서 미국은 지속적으로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기술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는 협상카드를 내밀 것이다. 93년 북미공동성명, 94년 제네바합의서, 2000년 조미공동코뮈니케의 한결같은 입장은 상호존중에 기초한 북미관계정상화와 정식수교이고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 북의 입장이었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택한다면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에 김정일 국방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는 이미 후보시절부터 필요하다면 김정일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한바 있지 않은가?
셋째는 시간 끌기이다.
89년 시작된 핵문제와 그 후 계속된 미사일, 인공위성 등의 북미간 핵심현안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면서 30년을 끌어왔다. 북 미간의 대결상태는 한국전쟁 이후 60여년이다. 그 사이에 4번의 공식합의가 있었고 그에 따른 부속합의가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이 없다. 북미가 모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시간 끌수록 걱정 커지는 미국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쪽은 북한보다는 미국일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북한이 다음단계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탄도미사일기술을 계속 개발할 것이고 2차 핵실험을 진행될 수도 있고 핵무기의 보유 숫자가 늘어나거나 소형핵탄두 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걱정거리는 커진다. 그리고 이것이 제3국으로 수출되게 될 경우에 미국은 감당할 수 없게 되고 다극화되고 있는 세계질서에 그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언론사들의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들이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한결같이 평화적 해결을 바라고 있다. 목표로서의 ‘평화’는 방법으로서도 평화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앉을 테이블을 준비해 가는 것이 우리의 선택이어야 하지 않을까?
[평화와 통일]
글. 오택진(평화뉴스 객원기자. 6.15실천대경본부 사무처장)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택진(6.15대경본부)...'그들이 앉을 테이블과 우리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