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4인 선거구', 한나라당 벽 앞에 또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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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찬 의장 "시의원들 전혀 바라지 않아" / 시민단체 "추태 되풀이 말라"


대구 기초의원 '4인 선거구', 오는 6.2지방선거에 살아날 수 있을까?

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야5당은 2월 2일 오전, 대구시의회 임시회 개회에 맞춰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낸 조례 개정안의 '원안 처리'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대구시의회 최문찬 의장을 만나 이런 뜻을 전했지만 서로의 찬.반 의견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획정위원회 개정안은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현재 27곳에서 6곳으로, '3인 선거구'를 16곳에서 14곳으로 줄이는 대신, '4인 선거구' 12곳을 신설하도록 했다. 기초의원 정원은 8개 구.군에서 비례대표 14명과 지역 102명을 포함한 116명으로 종전과 같다.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2인 선거구' 대폭 축소와 '4인 선거구' 12곳 신설이다.


▶ 지역선거구의 구역 조정 : 현행 43개 ⇒ 32개 지역선거구
중구 : 현행과 같음(2개 선거구) / 동구 : 6개 선거구 ⇒ 4개 선거구 / 서구 : 현행과 같음(4개 선거구)
남구 : 4개 선거구 ⇒ 2개 선거구 / 북구 : 8개 선거구 ⇒ 6개 선거구 / 수성구 : 8개 선거구 ⇒ 6개 선거구
달서구 : 8개 선거구 ⇒ 6개 선거구 / 달성군 : 3개 선거구 ⇒ 2개 선거구

▶ 지역선거구 의원정수 조정 :  현행 2~3인 선거구(43개소) ⇒ 2~4인 선거구(32개소)
2인 선거구 : 27개 ⇒  6개 / 3인 선거구 : 16개 ⇒ 14개 / 4인 선거구 :  0개 ⇒ 12개


일반적으로 한 선거구에서 2명을 뽑을 때는 30%이상 득표해야 하지만, 4명을 뽑을 때는 10%정도로도 당선권에 들 수 있다. 대구의 경우, 한나라당은 당연히 2인 선거구를 선호하지만, 진보정당과 무소속은 4인 선거구에 목 맬 수밖에 없다.

대구광역시 구.군의회 의원 정수 증감 내역(안)
<대구광역시 자치구.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조례안 중 '대구광역시 구.군의회 의원 정수 조정안 / 자료.대구시의회
<대구광역시 자치구.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조례안 중 '대구광역시 구.군의회 의원 정수 조정안 / 자료.대구시의회

지난 2005년도 이같은 '4인 선거구'가 대구시의회에 올랐다. 그러나 2005년 12월 24일, 대구시의회는 4인 선거구 11곳 전체를 2인 선거구로 바꿔버렸다. 이른 바 '새벽 날치기'로 불리는 사건이다. 당시 시의원 전체 27명 중 22명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다른 정당과 시민단체의 시의회 농성을 피해 제안 설명과 반대 의견 청취도 없이 5분만에 조례안을 통과시켜버렸다. 그리고, 5년 만에 다시 '4인 선거구' 신설안이 시의회에 올랐다. 획정위원회는 이성수 전 대구시의회 의장을 위원장으로, 매일신문 최재왕 기자와 대구여성회 김영순 대표,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을 포함해 언론.학계.시민사회 인사 1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만장일치로 이번 조례안을 만들었다.

대구시의원 현황 / 자료. 대구시의회 홈페이지
대구시의원 현황 / 자료. 대구시의회 홈페이지

그러나, 획정위원회의 이 조례안이 이번 시의회에서 통과될 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대구시의원은 전체 29명 중 28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며 나머지 1명은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이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4인 선거구'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최문찬 의장 / 사진.대구시의회
최문찬 의장 / 사진.대구시의회
대구시의회 최문찬 의장은 "4인 선거구제는 시의원들이 전혀 바라지 않는다"며 시의회 분위기를 전했다. 또, "4인 선거구제는 기초의회의 풀뿌리 정신에도 맞지 않다"면서 반대 뜻을 밝혔다. 반대 이유로는 4인 선거구제에 따른 선거비용과 주민 대표성 문제를 지적했다.

또, 획정위가 낸 조례안 수용 여부에 대해 "의원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획정위 안을 그대로 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의장은 2005년 '새벽 날치기'에 대해 "표현을 그렇게 해서 그렇지, 날치기는 아니다"며 "이번에야 그런 일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선거구 개정과 관련해 최 의장의 말을 들어봤다.

- 획정위가 조례안을 냈다. 어떤가?
= 다양한 주체들이 의회에 들어오는 건 좋지만, 4인 선거구는 선거비용이 많이 들고 주민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다. 시의원들도 전혀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 4인 선거구, 왜 반대하나?
= 우선 선거비용이 엄청 든다. 획정위가 낸 달성군의 예를 보자. 화원읍.다사읍.가창면.하빈면을 묶어 4명을 뽑도록 했는데, 이 동네 다 합치면 100km가 넘는다. 어떻게 다 다니겠나. 또, 이 선거구 인구가 무려 12만명이다. 기초의원 선거가 광역의원 수준이 된다. 기초는 '풀뿌리' 아닌가. 4인 선거구는 중대선거구가 아니라 대선거구다. 풀뿌리 정신에도 맞지 않고  주민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다.

- 주민 대표성, 어떤 문제인가?
= 2인 선거구는 대략 30%정도 득표해야 당선권이다. 그런데 4인 선거구는 10%, 아니 어떤 경우는 5%만 넘어도 당선 될 수 있다. 10%도 안되는 득표자가 얼마나 주민 대표성을 가질 수 있겠나. 또, 여러 동네를 묶어 놓으면, 어떤 동네에서는 몰표를 받겠지만 거의 득표하지 못하는 동네도 있을 수 있다. 그런 기초의원이 무슨 주민 대표성이 있겠나. 

- 정치적 다양성을 위해 '4인 선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다.

= 대구만 그런가. 전라도는 안 그렇나. 전남에도 4인 선거구가 없다. 경기도.울산.대전도 모두 4인 선거구가 하나도 없다. 서울에도 3곳, 충북에도 2곳 밖에 없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절반이상 4인 선거구가 없다. 인천만 10곳인가 그렇다. 정치적 다양성도 좋지만 대구에는 소선구제가 맞다.

- 대구시의원들 분위기는 어떤가?
= 한 마디로 전혀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4인 선거구로 가면 당장 선거비용이 2배이상 더 든다. 좋아할 리 있겠나.

- 획정위가 만장일치로 낸 개정안이다. 4인 선거구 0로 갈 수도 있나?
= 그건 알 수 없다. 시의원들이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해서 본회의에 올리면 의원들이 판단할 문제다. 획정위 안을 일부 수용할 수는 있지만 전체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4인 선거구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 시민단체와 야당이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면?
= 물리적으로 힘들다. 당장 4일 행자위에서 심의해 10일 본의회에서 처리한다. 시간이 있겠나.

- 2005년 '새벽 날치기'가 있었다. 또 그럴 가능성이 있나?
= 표현이 그렇지 '날치기'는 아니었다. 회의 시간이 새벽인 게 좀 그렇지만 정상적으로 했다. 이번에야 그렇겠나. 해당 상임위(행자위)가 처리해 본회의에 올라오면 바로 표결인데, 내가 의장이라고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대구광역시 구.군의원지역선거구의 명칭.구역 및 의원 정수(안)
<대구광역시 자치구.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조례안 중 '대구광역시 구.군의원지역선거구의 명칭.구역 및 의원 정수' / 자료.대구시의회
<대구광역시 자치구.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조례안 중 '대구광역시 구.군의원지역선거구의 명칭.구역 및 의원 정수' / 자료.대구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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