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하고 심심한 어느 날 양치기 소년은 일상의 변화를 주기 위해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했고 마을 사람들은 들에서 일하다가 양떼를 구하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는 일을 두 번이나 겪었다. 그러나 양치기소년의 잦은 거짓말에 사람들은 면역이 되어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늑대를 몰아내러 가지 않아 양들이 모두 늑대에게 잡아먹히게 되었다는 동화가 있다.
한국사회에는 60년이 넘은 양치기 소년이 있다. 이승만 독재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시절까지 정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반공반북이데올로기]를 조장해 북한과 연루된 각종 조직사건을 조작하여 발표하고 선거철만 되면 안보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이런 대북관련 사건을 '안보'라는 미명하에 조작하거나 근거 없이 북한 연루 개입설을 퍼뜨리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해온 세력이 바로 우리 사회에 60년이 넘은 양치기 소년인 것이다.
천안함 사고가 있은지 한 달이 지났고, 원인모를 죽음에 희생된 46명의 고귀한 생명은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암함 사고의 진실은 아직 미궁에 빠져있다. 사건 한 달이 지나도록 피로파괴인지 암초충돌인지 외부에 의한 공격인지를 밝히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합동조사단은 외부에 의한 공격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46명 희생자들의 장례식은 마쳤고 그들의 이름 앞에 ‘영웅’과 ‘용사’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정작 그들이 누구와 싸워서 용사인지 어떤 원인에 의해 죽었는지는 이 시간까지 무엇하나 속시원한 것이 없다.
그동안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에 어떤 것 하나 명확하게 답하는 것 없는 상황에서 국방부보다 청와대가 먼저 보고를 받은 것, 천안함 파괴당시의 TOD가 녹화되지 않은 점 등에 문제점과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천안함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 신중하던 입장을 보이던 정부와 정치권 언론 일부에서 갑자기 '북한 관련설'을 직간접적으로 흘리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과 보수적인 언론들은 단호한 응징을 주문하여 보복전쟁까지 입에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만으로 UN안보리 제재를 하자느니 하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46명의 죽음을 볼모로 보수진영이 다시 한 번 [반공반북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거해 법원에서 판결이 있기 전까지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피의자 또는 피고인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60년이 넘은 양치기 소년들은 북한에 대해서는 유독 유죄추정의 입장에서 말을 하고 글을 써댄다. 그리고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이 밝혀지면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그냥 넘어가고 만다. 지난한 역사동안 한국사회의 중요한 의견그룹이었고 지배세력이었던 이들 정치권과 언론세력의 이런 태도로 인해 [인혁당 재건단체사건],[민족일보]사건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며 5.18 민주화운동에 참가한 무고한 시민들이 빨갱이로 몰려 2,000여명이 죽어갔다. 무고한 생명까지 앗아간 이런 범죄행위에 대해 그들 중 누가 우리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무릎꿇고 진심으로 사죄를 한 적이 있던가?
천안함 사고에 대해 외부적 충격이라는 잠정결론이 최종결론이 되려면 절단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피로파괴 암초충돌을 확신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넘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최종결론이 외부 비접촉폭발에 의한 것이고 북한이 한 행동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려면 그에 대한 명명백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공식 '최종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보복대응', 'UN안보리제재', '전쟁불사'를 외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60년 된 양치기 소년 세력들은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대북강경책은 명백한 증거가 나온 이후에야 대책으로 가능한 일이지 지금처럼 '그럴 것이다'는 추정으로 분위기를 몰아가 남과 북이 민감한 상황에서 긴장분위기를 고조시켜 전쟁의 위험을 높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일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북풍'을 즐기려는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제재와 대결 군사적 충돌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7천만 겨레의 생명을 담보로 벌이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며 전쟁발발시에 우리에게 닥쳐올 끔찍한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60년이 된 양치기 소년은 이제‘안보’를 앞세우며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그만 조장하여야 한다. 정말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고마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
[ 천안함 사고로 희생당한 46명 장병들의 영전에 ‘평화’의 기도를 올립니다 ]
[평화와 통일]
오택진 / 6.15실천대경본부 사무처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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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 "북한에 대해서만 유독 '유죄추정'...또 '북풍'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