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 ‘함미’ ‘조금기간’ ‘사리기간’…이런 말들이 서해안 군함침몰사건 이후 신문과 방송을 장식한 단어들이다. ‘구제역’ ‘살처분’ 같은 말은 또 구제역이 재발한 이래 계속 언론에 빈번히 등장한 단어들이다. 분명히 우리 신문이고 우리 방송이 전하는 우리말인데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많이 배우지 못한데 대해 스스로 자책감을 가지는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식해서 그런 말을 모르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나 이 경우, 무식한 건 독자나 청취자라기보다는, 언론매체 종사자들이라 해야 더 맞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신문과 방송인데,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게 한 것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늙은 시어머니 못 찾아오게끔 아파트 이름을 일부러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상한 외국식 표현으로 짓는다는 우스개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분명 그런 의도는 없을 터인데, 알아듣도록 풀어서 보도해야할 언론매체들이 구태여 어려운 낱말을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렇잖아도 상당히 전문적인 용어들이 우리생활 속에 많이 섞이면서, 우리말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일간신문의 1면에 난 기사 한 토막을 사례로 들어보자.
"A신문이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에 올리기 전 단계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인 '프리(pre)아이패드' 서비스를 7일 아이폰에서 시작했다. 이로써 A신문은 휴대폰에서 신문지면․방송 ․ 라디오 ․ 속보 ․ 트위터 등 종합 미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했다."
이런 기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많을 것 같다. 이 기사의 이해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첨단 IT용어를 공부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문제가 있긴 하다. 그러나 어려운 내용의 기사라 해도 기자는 평균수준의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쓸 줄 아는 지혜와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말과 글은 많은 대중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어야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세계가 알아주는 한글이라고 자화자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우리가 우리말과 글을 얼마나 정성들여 가다듬고 있는지를 반성해 봐야 한다. 따라서 ‘함수’와 ‘함미’는 ‘군함의 앞부분’ ‘뒷부분’으로 불러야 옳고, 조수가 조금일 때를 일컫는 ‘조금(潮금)기간’-여기서 금자에 해당하는 한자는 없다-은 ‘물이 빠질 때’ 등으로 바꿔 써 줘야할 것이다. ‘살처분(殺處分)’ 같은 사전에도 없는 용어는, 구태여 한자식 표현으로 하고 싶다면, 땅에 묻었다는 의미의 ‘매몰(埋沒)처분’ 같은 말로 바꿔야 할 것이다. ‘사리기간’은 물살이 빨라지는 때를 말한다는데,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구제역(口蹄疫)은 영어로 ‘foot-and-mouth disease’로, 입과 발굽의 병이란 뜻이다. 이렇게 쉽게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아쉽다.
쉬운 우리말로 할 수 있는 표현에는 한자식 낱말을 쓰지 않아야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낱말을 쓰려면 한자를 병기(倂記)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될 수 있는 한 쉬운 용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국에 수출까지 된다는 한글인데, 말과 글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조차 앞장서서 뒤범벅으로 만들어 버리는 현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상태 칼럼 4]
김상태 /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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