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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30원에 사서 10만원에 팔다"
'고서 일생' 박창호 ④ / "재미 본 좋은 시절...어느새 추억 속 책방으로"
2010년 08월 25일 (수) 09:52:18 평화뉴스 pnnews@pn.or.kr

"단돈 30원에 산 문고판을 10만원에 판 일도 있지요."
그는 무용담을 늘어놓듯 책값 이야기를 하며 자못 우쭐해 했습니다. 그는 고서의 책이름을 열거하며 한참이나 사고판 이야기를 했습니다. 헌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일이 바로 고서점 주인의 능력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참입니다.

고서점 경영의 첫 번째 조건은 뭐니 뭐니 해도 책에 대한 안목이라고 그는 수시로 강조합니다. 귀한 책이 나오더라도 책을 보는 안목이 없으면 놓치고 만다는 것이지요. 또 안목이 있어야 고서적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투자해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래야 단골을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고서점의 주인 역시 독자의 마음을 잘 읽는데서 출발합니다. 세상의 흐름에 둔감하면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적절한 투자는 큰 이문을 남기는데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돈이 들더라도 필요한 책은 과감히 사둬야만 합니다. 온갖 종류의 책, 그 중에도 독자들이 꾸준히 찾을만한 책을 가려내고 시세를 매길 줄 아는 기술, 이것이 고서점 경영의 기본기인 셈입니다.

"서점 주인에게 책값을 후하게 주면 좋은 책을 어렵잖게 구할 수도 있지요."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닙니다. 이 또한 책을 보는 서점 주인의 안목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신서만 거래하는 책방에서는 좀처럼 구할 수 없는 책들도 고서점을 누비면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발품이라는 책값 이외의 비용은 감수해야겠지요.

   
▲ 박창호(83)님

고서점은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곳에서 거래되던 책들이 한 곳에 모인 공간입니다. 이런 이유로 고서점에는 여러 세대의 책들이 세대를 건너 뛰어 각자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이 때문에 주인의 전문성이 부족하면 고서 임자를 제대로 찾아주지 못하고 맙니다. 더구나 한적을 찾는 이들을 상대하려면 한문을 아는 일도 중요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와 같은 고서점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고서점에도 좋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1950년대를 넘어 사회적으로 교육열이 불붙기 시작한 60~70년대 문을 연 고서점들은 그나마 ‘재미를 봤다’고 합니다. 시청 앞의 남구서림, 제일서적, 우리서점, 대륙서점, 신라서점, 일신학원 앞 신흥서림, 남문시장 문흥서림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후에 대구역 지하도가 생기면서는 지하도에 고서점이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고서점을 꾸준히 찾는 단골들은 누구였을까요? 책이 귀하던 시절 아무래도 공부를 하려던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습니다. 90년대 이전 최대의 고객은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고서점을 열 때 우선 주목해야 할 ‘시장’이었습니다. 당시 고서점들이 남문시장 일대에 많이 들어선 것 또한 근처에 학교가 밀집해 있는 것과 같은 이유이겠지요. 고서점들이 소비자를 찾아 간 것입니다.

고서점은 한편으로는 권위주의 시대 판금된 책의 은밀한 유통경로 역할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회 혼란기에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었던 작가들의 책이 그 후 없어서 못 팔정도로 값이 매겨져 거래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몇몇 서점은 암울했던 그 시절에 사상 관련 서적도 취급했습니다. 운동권 학생들의 숨통 역할도 담당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고서점의 주 품목은 단연 책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었습니다. 웬만한 고서점에서는 그림이나 민속품을 기본으로 거래했습니다. 음반, 골동품, 심지어 옛날 옷도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헌책방이 시대의 역사를 비추기도 한 셈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추억속의 책방’으로 어름어름 비쳐지고 있습니다.

   


[박창원의 인(人) 24]
다섯번째 연재 '고서 일생' 박창호④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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