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9.12.6 금 22:23
> 뉴스 > 지역사회 | 새벽을 여는 사람들
   
"빨리 좀 도와주세요"...숨 가쁜 치유의 밤
<새벽을 여는 사람들 ④> 병원 응급실 / "환자 생명과 직결...힘들지만 보람도 커"
2011년 01월 28일 (금) 09:46:22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pnnews@pn.or.kr

아침 6시 30분, 119구급차가 응급실 입구에 도착하자 한 동안 조용했던 응급실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남편이 화장실에서 쓰러진 뒤 잠깐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어요. 빨리 좀 도와주세요."
함께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의 아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의료진을 애타게 불렀다. 한 밤중에 갑자기 남편이 쓰러져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불안한 눈빛으로 침대에 누운 남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심전도측정기와 혈압측정기를 들고 환자에게 달려갔다.

-"여기 심전도하고 혈압 측정해주세요."
="혈압 170에 106입니다. 심전도 결과도 나왔습니다."

-"아저씨 혀 내밀어 보세요. 왼팔 들어보시고, 다음 오른팔 들어보세요."
-"김 선생님 얼른 CT 준비 해 주시고, 신경외과 호출 해 주세요."

   
▲  (왼쪽) 119구급차에 이송된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의사...환자의 보호자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는 전공의 서익권씨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환자는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고 있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레지던트) 2년차 서익권(30)씨는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의심 된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를 찍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CT와 MRI 촬영결과 다행히 뇌출혈과 뇌경색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서익권씨는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며 "일단 시간을 두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 1년차 김태권(29)씨는 "추운 겨울이라 심.뇌혈관질환 환자들이 많아졌다"며 "보통 이틀에 한 명, 많을 때는 하루에 서너 명씩 응급실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1월 27일 새벽, 매일 긴박하게 돌아가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 탓에 취재를 꺼려해 인근 계명대 동산의료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동산의료원 응급실에 도착한 오전 2시30분,  병상 40여개 가운데 22개 병상에 환자들이 누워있었다. 어린아이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았다. 침대에 누운 환자들 사이로 분주히 오가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보였다. 김태권씨는 "오늘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라며 "낮에는 응급실 안내데스크 앞까지 환자들 침대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동산의료원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보통 응급의학과 의사 2명과 간호사 8명, 간호조무사 2명, 내과 의사 1명이 야간에 근무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하루 8시간 씩 3교대로 근무하며, 전공의의 경우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한다. 이날 당직인 서익권씨와 김태권씨의 두 눈이 빨갛게 충혈 돼 있었다. 1주일 마다 밤낮이 바뀌는 교대근무 탓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환자들을 보는 눈빛은 살아있었다.

   
▲ 병원 응급실의 새벽...(2011.1.27 대구 동산의료원)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응급의학과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응급실에서 담당할지, 해당부서에 진료를 맡길지를 결정한다. 또, 응급실 환자들을 직접 진료하고 각종수치들을 차트에 기록한다. 간호사들은 수시로 병상을 돌며 환자들의 혈압과 맥박, 호흡과 체온을 측정하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들을 간호한다.

새벽 4시 쯤, 협심증 환자인 허모씨의 아들 김모(35.달서구)씨가 "어머님이 숨이 가쁘다고 한다"며 다급하게 의료진을 찾았다. 평소 협심증을 앓아온 허씨는 상태가 악화돼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전날 오후 4시쯤 동산의료원 응급실에 이송됐다. 서익권씨는 "이 환자의 경우 관상동맥이 좁아져 중심정맥삽입술(쇄골정맥을 통해 심장까지 관을 넣어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을 받은 상태"라며 "현재 심전도가 비정상인데다 폐에도 물이 차 숨이 가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원래 심장이 안 좋았다"며 "며칠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를 치루는 동안 어머니가 신경을 많이 쓰는 바람에 상태가 더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 허씨가 며칠간 물을 마시지 못해, 아들 김씨가 10분에 한 번씩 손수건에 물을 묻혀 입가를 적셔주고 있었다. 환자 허씨의 목에 가래가 많이 생긴 것을 확인 한 서익권 의사는 간호사에게 석션(기구를 통해 가래 등을 빨아들이는 것)을 지시한 뒤 자리로 돌아와 심전도와 각종 수치들을 계속 확인하며 상태를 살폈다.  

   
▲ 응급의학 서적을 펼쳐놓고 인턴 의사들과 스터디하는 전공의 서익권씨(왼쪽 두 번째)와 진료기록차트를 살펴보고 있는 수련의 1년차 김태권씨(왼쪽 첫 번째)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전공의 2년차인 서익권씨는 수련의(인턴)들의 멘토 역할도 담당한다. 시간 날 때마다 인턴들과 응급의학 서적을 펼쳐놓고 함께 스터디하고 있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에 들어온 새내기 의사들은 1년간 인턴과정을 거친다. 이들은 인턴기간 동안 병원 내 모든 부서를 돌며 실습한다. 이날 응급실에는 수련의 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의사들은 응급실을 '병원의 야전사령부', '의료의 최전방'이라 부른다. 환자의 생명을 가장 먼저 다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부서에 비해 의사들이 기피하는 부서이기도 하다. 최근 응급의학과나 외과, 흉부외과 등 소위 '3D부서'의 인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올해 대구경북지역의 신규의사 부족현상으로, 동산병원의 경우 인턴 55명 정원에 31명만 모집돼 인력이 더욱 부족해질 전망이다. 서익권씨는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도 많은 곳"이라며 "예비의사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이 왜 의사가 되려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응급의학과 전공의 서익권씨
최근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대학병원 응급환자 사망.의식불명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서익권씨는 "88올림픽 때부터 병원마다 응급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선진국에 비해 역사가 길지 않아 응급의료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1분1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는 의사의 초진이 가장 중요하다"며 "의사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 제때 치료하지 못해 환자가 후유증을 겪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생명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고, 2차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손해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응급실 의료진들의 자부심과 사명감은 대단했다.
서익권 의사는 "환자들이 은행처럼 차례차례 순서대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조용하다가도 갑자기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몰려드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때 마다 정신이 바빠진다"고 말했다. 또 "가끔 술 취한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아 먼저 진료해달라며 막무가내로 난동을 피우는 경우가 가장 힘들다"며 "위급한 순서대로 진료를 보는데 무조건 떼를 써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반면, 서씨는 "응급실의 경우 역동적인 매력이 있다"며 "특히 의식이 없던 환자가 조금씩 반응을 보이며 의식을 되찾고, 제 발로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볼 때 의사로서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응급의학과 전공의 김태권씨
김태권씨도 "매주 밤낮이 바뀌어 다른 부서에 비해 힘들지만, 여러 분야를 두루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막내인 1년차 간호사 황하영(22)씨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곳이기 때문에 그만큼 보람도 있고 사명감도 크다"며 "다양한 케이스의 환자를 대하면서 업무에 대해 보다 깊게 알 수 있고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역에는 17개 병원에 응급실이 설치 돼 있다. 경북대학교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 돼 있으며, 영남대의료원과 계명대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대학병원과 파티마병원이 지역응급의료센터로, 곽병원을 비롯한 12개 2차병원이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이 글이 좋으시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눌러주세요.
포털 daum view(블로그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춥니다"· 긴장의 연속, 눈 팔 틈 없는 도매시장의 새벽
· 여름 악취 겨울 연탄재, 묵묵히 거리에서...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본 신문에 게재된 기사, 링크에 대한 모든 법적권리와 책임은 기사작성자 평화뉴스 에게 있습니다.
* 평화뉴스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강령과 신문윤리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제호 : 평화뉴스 * 편집.발행인 : 유지웅 * 창간.발행일 : 2004년 2월 28일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대구 아00010 * 정기간행물 등록 연월일 : 2007년 3월 14일
(우)41266 대구시 동구 국채보상로 155길 54 (상가동 202호) | 대표전화 053-421-6151 | 팩스 0505-421-61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지웅
Copyright 2008 평화뉴스. All rights reserved. 전자메일 pnnews@p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