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과 비정규노동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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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② 김용주 / "임금의 하향 안정화, '최저'의 기준은 타당한가"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2012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과 관련한 릴레이 기고를 3회에 걸쳐 싣습니다.
이 기고는 대구지역 6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인상 생활임금쟁취 대구연대회의' 제안에 따라, 안숙영(부산대 여성연구소 SSK 전임연구원), 김용주(공인노무사), 정병기(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순으로 이어집니다. 지난 5월 결성된 대구연대회의는 6월 15일부터 28일까지 "최저임금 5,410원 인상, 생활임금 보장, 비정규철폐 대행진"을 합니다 - 평화뉴스

  
많은 사람들이 가끔씩이나마 로또라는 것을 구입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많은 모순을 보여주는 로또이기는 하지만, 이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1등에 대한 직접적인 욕심보다는 짧은 시간이나마 “소박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음에 만족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매년 6월경이 되면 1년에 한번 결정되는 무언가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은 “일종의 희망”을 가슴에 품는다. 하지만 곧 그 희망은 바로 절망이 되고, 오히려 로또의 구입보다도 못한 비통함과 절망감만을 안겨주고 손쉽게 끝이 나고 만다.

그것은 바로 매년 6월말에 결정되는 “최저임금!!” 이다. 올해도 역시 2012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의 결정과 관련하여 양대 노총과 사회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시급 5,410원(월 1,130,690원)을 요구하고, 이에 반해 경영계는 올해 수준(4,320원)의 동결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인상과 관련하여 “생활임금의 쟁취”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의 생계비로서 우선적으로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계비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올해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0년 노동자들의 월평균 정액급여인 2,264,460원의 50% 수준에서의 결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법정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통계에서도 보듯이 현재의 최저임금은 ‘최저’라는 기준이 어디에 근거하여 타당한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단순히 전년도 최저임금보다 몇십원, 몇백원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 수준으로의 임금 인상. 이것이 바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현재의 최저임금제도는 하위임금을 상승시키는 효과보다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임금 기준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묶어두는 하향 안정화 시키는 의미가 현실적으론 더욱 크다. 이에 대다수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당연히’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 수준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최저임금만 지급하면 법을 준수한다는 이른바 면죄부를 부여하는 효과도 있다. 즉 1998년 외환위기를 틈타 정리해고법제가 근로기준법에 신설되면서 법 규정이 근로자들을 정리해고로부터 보호하기 보다는 많은 사용자들에게 정리해고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다.

노동계의 통계조사를 보면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200만명을 넘어서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10원이라도 많이 인상시키는 것이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불안정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왜 저임금일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상의 한 커뮤니티에 따르면, 노동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인상안이 실현될 경우 PC방에서 종사하는 파트타임 노동자들 중 약 2만여 명이 실직에 몰릴 위기에 처해지고, 그로 인해 서비스 품질의 악화 및 24시간 영업의 포기 등 이용자들의 불편도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PC방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하소연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저임금의 구조에서 말 그대로 노동의 착취를 당하고 있는 청소년 및 20대 청년들에게 실직이라는 위협적인 무기로 협박하고 심지어는 이용자들의 불편 운운하면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노동계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려는 섬뜩하기 그지없는 협박문과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몇 해 전 아파트 경비업무를 하는 감시단속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의 70%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모든 아파트의 경비 업무가 없어질 것처럼 우리를 협박하던 경영주들의 모습이 다시금 떠오르는 상황이다.

MB정권의 노동정책으로 대표되는 ‘국가고용전략 2020’은 파견노동의 확대, 기간제 기간의 확대 등 고용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중심축으로 표방하면서 결과적으론 불법파견과 간접고용형태의 확대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형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이들에게는 법정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임을 강제하면서, 지금은 그나마 안정적으로 보이는 정규직노동의 형태를 축소하고 이들을 비정규노동의 형태로 재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현재의 최저임금 투쟁은 단순히 노사간 또는 정부중심의 교섭을 통해 얼마간의 임금을 인상시키는 것보다,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하는 생활임금의 쟁취로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노동의 철폐 투쟁으로 확산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노무사 업무를 통해 우리 지역에도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몸소 체감할 수 있다. 위장도급의 형태로 운영되어 대규모 회사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그들의 절반정도의 임금도 불평없이 받을 수 밖에 없는 불법파견 노동자들, 상여금은 정규직들만 주고 우리 같은 계약직들은 안 주는데 이게 노동법에 어긋나지 않느냐고 하소연하는 계약직 노동자들,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들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냐며 오히려 의아해하는 소박한 파트타임 노동자들. 우리가 주위에서 어디서든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 그들에게 매년 6월말은 어떤 희망으로 다가올까...






[기고] - 최저임금②
김용주 /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대구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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