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KEC, 노조원 교육 '인권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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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성문, 줄 맞춰 걷고 묵언수행"... 노조, 국가인권위 진정

 

구미KEC가 1년여 만에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교육에 대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KEC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6월 13일 파업을 풀고 회사에 복귀한 노조원 180여명을 '창조', '개혁', '실천'팀으로 나눠 각각 노란색과 파란색, 주황색 티셔츠를 입혀 구분한 뒤 각 팀별로 교육시간과 식시시간을 분리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구미KEC노조와 민주노총 경북본부를 비롯한 대구경북 지역 35개 단체는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구미KEC가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들에게 반인권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교육 중단과 함께 해고자들을 복직시킬 것"을 촉구했다 (2011.06.24)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구미KEC노조와 민주노총 경북본부를 비롯한 대구경북 지역 35개 단체는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구미KEC가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들에게 반인권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교육 중단과 함께 해고자들을 복직시킬 것"을 촉구했다 (2011.06.24)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노조가 공개한 사측의 '교육생 준수사항'에는 ▶교육시간 중 휴대폰 사용금지 및 별도 장소 보관, ▶교육생 집단행동 선동 금지, ▶신발 구겨신기와 남자 직원 반바지 착용 금지를 비롯한 내용이 담겨 있다.

노조는 특히 "사측이 매일 반성문을 쓰게 하고, 이동할 때도 줄을 맞춰 걷도록 하고 있으며,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은 노조원들에게 묵언수행을 비롯한 징벌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개별 면담과정에서 사측이 '회사는 파업참가자들을 복귀시킬 생각이 없다. 대부분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을 시킬 계획이고, 동의하지 않을 경우 교육을 시키겠다'며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측의 교육에 반발한 KEC노조는 지난 6월 20일 ▶면담시 퇴직강요 중단, ▶차별적 복장 수거와 동일한 연수복 지급, ▶회고록과 반성문 강요 중단, ▶휴대폰 반납과 묵언수행 강요 중단을 비롯한 내용이 담긴 건의사항을 사측에 제출하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상태다.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왼쪽)와 구미KEC노조 김성훈 부지회장(중앙)이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2011.06.24)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왼쪽)와 구미KEC노조 김성훈 부지회장(중앙)이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2011.06.24)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에 KEC노조와 대구경북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KEC노조'와 '인권운동연대', '민주노총 경북본부'를 비롯한 35개 단체는 24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이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KEC는 반성은커녕 여전히 갖은 반인권적 교육과 희망퇴직 강요 등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당장 교육을 중지하고 대등한 노사관계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인권, 반민주적 교육 중단, ▶노동조합 인정과 대화, ▶노동자 탄압 중단, ▶해고자 즉각 복귀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6월 22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은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구미KEC노조 현정호 지회장과 금속노조 김준일 구미지부장을 비롯한 7명에 대한 선거공판에서 불법파업과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지난해 10월 21일부터 2주간 진행된 공장 점거농성에 대해서는 손괴 혐의를 일부 인정해 현정호 지회장과 김준일 지부장에게는 징역 2년, 나머지 기소자들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또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따라 불법파업과 업무방해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진 만큼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중단하고 정상적인 업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또, 노조를 인정하고 해고자도 함께 복귀시킬 것을 함께 요구했다.

'복귀 노조원 교육'과 관련한 사측의 입장과 답변을 듣기 위해 구미KEC 이덕영 연수그룹장과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왼쪽부터) 구미KEC노조 김성훈 부지회장, 인권실천시민행동 김승무 대표, 민주노총 이전락 경북본부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구미KEC노조 김성훈 부지회장, 인권실천시민행동 김승무 대표, 민주노총 이전락 경북본부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구미KEC노조 김성훈 부지회장은 "일을 하면서 회사 정상화를 위해 사측과 머리를 맞대어 남은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에 1년여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며 "그러나 회사는 노조원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도록 하기 위해 강압적, 반인권적, 반민주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권실천시민행동 김승무 대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일어났던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KEC 사태가 비단 한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업장과 정부가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사측이 안면몰수 식으로 나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일단 힘들고 어렵더라도 버텨야 한다"며 "사측과 정부가 강압적으로 나가면 결국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가떨어질 것이라는 뉘앙스를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전락 경북본부장은 "아무리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최소한 반인권적, 반민주적인 사측의 행태를 국가인권위원회가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며 "사법부의 판단에 기초해 정당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다릿돌장애인자립자활센터 류재욱 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다릿돌장애인자립자활센터 류재욱 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KEC사태는 지난해 6월 9일 정리해고와 타임오프제 실시를 두고 사측과 갈등을 빚은 노조가 파업을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해 11월3일부터 14일 동안 공장점거 농성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김준일 구미지부장이 분신했다. 그 뒤 노조는 지난 5월 25일 1년여 동안의 파업을 끝내고 복귀를 선언했으며, 사측은 20여일 뒤 직장폐쇄를 풀고 노조원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원 88명을 상내로 낸 301억3천8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노조원 28명에 대한 해고 징계를 철회하지 않고 있으며,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 180여명을 대상으로 무기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들 단체는 구미KEC 사태 해결을 위해 6월 말쯤 대구경북 지역 종교인 대표들과 KEC의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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