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대회, 언론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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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녕 전 시장의 지하철 홍보 방송, 홈페이지... / 눈길 못받는 '육상' 현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 27일~9월 4일/이하 육상대회)가 채 20여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수성구, 중구 등 대구 도심으로 향할수록 이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 조형물 등이 즐비하고, 언론에서는 연일 육상대회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80억 이상의 인구가 9일동안 이 대회를 지켜본다고 하니 왠지 뿌듯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대구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요.

현재 육상대회 조직위를 비롯한 언론의 큰 고민은 대회흥행, 즉 ‘텅빈 관중석’, ‘사표 방지’를 위한 묘안일텐데요. 조직위 관계자들은 연일 최대 규모, 명품대회, 대구브랜드 가치 상승 등을 운운하고 있는데, 정작 뚜껑을 열었더니 ‘썰렁한 관중석’이었다고 하면, 그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대구일보> 2011년 8월 8일자 1면 / 2면
<대구일보> 2011년 8월 8일자 1면 / 2면
그래서, 저도 몇가지 고민을 해봤습니다. 언론에서 채 점검하지 못했던 ‘대회 흥행을 위한 묘책’, 물론 큰 효과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전문가도 아닌 평범한 시민으로써 이곳 저곳 뒤지고, 주변에 의견을 구해 찾아낸 몇가지 아이디어입니다.

지하철 ‘육상대회 홍보 방송’
: "다른 분으로 바꿔주세요"


육상대회 참석을 머뭇거리게 하는 수만가지 이유 중, 제게 가장 자극적인 것은 지하철 방송입니다. 대구지하철을 타면 조해녕 조직위원장이 대회 홍보 안내방송을 합니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 조해녕입니다(중략),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경기장을 꼭 찾아주십시오".

이 방송을 나올때 마다 주변에 지하철 승객의 표정을 관찰해보면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대구일보>가 8일 “육상대회를 홍보하는 지하철 안내 방송이 무뚝뚝한 남자의 목소리”로 인해 편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해녕 조직위원장과 대구지하철과의 악연때문입니다.

조해녕 조직위원장은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참사 때 대구시장의 지위에 있었습니다. 사건진상규명 보다는 축소와 은폐, 특히 대구시가 주축이되 치운 사고현장에서 유골과 유품 등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등 조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의 골이 깊었습니다. 급기야 시민사회단체는 ‘조해녕 대구시장 퇴진운동’까지 진행했었구요. 이후 그는 재임기간 동안 지하철참사 추모제 행사 때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매일신문> 2003년 2월 26일자 사설
<매일신문> 2003년 2월 26일자 사설

이미 8년 전의 일이지만, 당시 상황은 대구시민들의 뇌리속에 꽤나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이 대구지하철에서 ‘육상대회 참가’를 독려하고 있으니, 시민들의 반응이 그리 밝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홍보대사, 아니면 또 다른 개성이 강한 인물로, 대구시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누군가로 방송인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육상대회 홈페이지 : 다양성, 고민하고 있습니까?

육상대회 홈페이지를 보면 ‘전세계인이 즐기는 축제’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아니 부끄러울 만큼 편협된 내용으로 구성된 정보들이 많습니다.

(1) 대회 홈페이지 영어, 한국어에 과도한 집중

이 대회 참가인원이 2009년 베를린대회 기준으로 본다면 201개국에서 약 2000여명이 참석하고, 올해 대구대회에는 더 많은 국가와 인원이 참석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언어권에 다양한 인종이 참석하는 이 대회를 소개, 안내하는 홈페이지 언어는 딱 4가지입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그나마 일본어와 중국어는 대회와 관련된 간단한 소개와 입장권 예매와 관련된 내용 뿐이고, 대회 관련 전반적인 내용과 진행상황, 대구 안내 등등이 소개된 언어는 영어와 한국어 뿐입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이번 대회기간 중 일본과 중국에 전세기를 5편 띄운다는 뉴스가 있지만, 조직위원회 홈페이지만 본다면 이들을 위한 관광을 안내 및 정보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영어로 된 자료를 보면서 대구를 방문할 것은 아닐진대, 대회 공식홈페이지의 언어 선택이 한국어와 영어에만 치중 된 것은 빠른 시일내에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대구를 안내하는 다양한 언어 사이트를 링크라도 해주시면 어떨까요?

(2) 어린이용 자료, 백인위주의 그림들

(위) 오륜기 / (아래) 육상선수권대회 어린이용 E-BOOK
(위) 오륜기 / (아래) 육상선수권대회 어린이용 E-BOOK

조직위 홈페이지에는 대회를 알리는 팜플렛이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어린이용으로 등록되어 있는데요 어린이용 자료를 보면 “육상대회 = 백인들의 잔치”라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어린이용 E-BOOK 1면 그림은 다양한 인물들이 육상대회 각종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그려놓고 있지만, 그들의 피부색 대부분이 백색입니다.

물론 다섯가지색(검정, 분홍, 빨강, 주황, 노랑)을 입힌 캐릭터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도 모호합니다. 올림픽은 ‘오대주의 결속과 전세계 선수들의 만남’을 의미한다며 오륜기(파랑, 검정, 빨강, 노랑, 녹색)를 사용하고 있지만, 어린이용 자료에서 사용한 다섯색의 캐릭터는 오륜기에서 사용하는 색과도 다릅니다.

백인위주의 캐릭터 구성, 출처가 모호한 5색의 캐릭터, 어린이 들은 이 팜플렛을 보면서 육상대회와 관련 무엇을 공부할 수 있을까요?

(3) 대회현수막 ‘살비’ 캐릭터 : 왜 달리기만 할까?

시내 곳곳에는 이 대회 참석을 알리는 수많은 현수막이 대회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정작 현수막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대회의 캐릭터 살비의 모습은 한가지로 고정되어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제가 대구 전역의 현수막을 조사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육상대회 경기종목을 보면 달리기, 허들, 장애물, 경보, 원반․포환․해머․창던지기, 높이뛰기, 마라톤 등 다양한 종목들이 있는데, 유독 대회 캐릭터는 달리기 즉 한가지 모습만을 사용하고 있던데요.

그 원인은 조직위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직위 홈페이지 대회마스코트 게시판에는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것 처럼 세가지 마스코트만 제시되어 있습니다. 마치 육상선수권대회가 ‘달리기’로만 구성될 수 있다는 오해를 살만한데요. 

 

대회 마스코트 / 사진 출처. 조직위 홈페이지
대회 마스코트 / 사진 출처. 조직위 홈페이지

육상대회 각 종목별 마스코트는 조직위 어린이 사이트를 가야만 겨우 찾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 사이트-→ 주니어서포터즈 → 나도 홍보대사 게시판까지 가야 겨우 찾을 수 있는 대회 마스코트.

대회 마스코트 / 사진 출처. 조직위 어린이 사이트
대회 마스코트 / 사진 출처. 조직위 어린이 사이트


대회 공식 마스코트 ‘살비’에 대한 신비주의(?) 전략이 아니라면, 다수의 사람들이 이 마스코트를 활용해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육상선수권대회가 ‘달리기’이외에도 여러가지 종목들이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관계자' 인터뷰 : 육상관계자도 포함시켜 주셨으면


육상대회 관련 기사를 읽다보면 참으로 많은 단체 관계자들이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그런데 그들 관계자를 좀 더 꼼꼼히 분석해보면 ‘육상 관계자’이야기는 거의 찾을 수가 없습니다.

육상대회 전에 언론인들 뿐만 아니라 다수의 분들이 꼭 한번 더 시청해야 할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2007년 5월 18일 <대구KBS PD리포트 시선 - 육상선수들 이야기 : ‘나는 달리고 싶다’(PD 이지운, 구성 박미영)>편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시민들의 환호성에 가려진 선수들, 현장 지도자의 목소리, 대구 육상의 현실문제’ 등을 꼼꼼하게 담았는데요. 

 

대구KBS PD리포트 시선(2007년 5월 18일)
대구KBS PD리포트 시선(2007년 5월 18일)
위 : 도민체전이 열리고 있는 상주시민운동장, 대기실도 제대로 없는 운동장 한 구석에서/선수들은 이불 등을 준비, 모자라는 잠을 취하고 있다. /아래 : 고등학교 육상 코치 '우리선수들 한테 과연 얼마만큼 도움이 되겠나...'
위 : 도민체전이 열리고 있는 상주시민운동장, 대기실도 제대로 없는 운동장 한 구석에서/선수들은 이불 등을 준비, 모자라는 잠을 취하고 있다. /아래 : 고등학교 육상 코치 '우리선수들 한테 과연 얼마만큼 도움이 되겠나...'

△ 문경시청 육상팀의 불투명한 미래 △ 성산초등학교 이재원 군은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육상을 포기할 예정 △ 도민체전이 열리고 있는 상주시민운동장 한구석에 선수들이 만든 ‘대기실’ △ 구조조정 소문이 도는 ‘영남대 육상부’, △ 초등학교 선수들이 연습공간이 없어서 경북체육고등학교에 모여 단체 훈련 △ 선수관리의 허점 문제 등.

어린시절 부터 끼를 보인 선수들에게 미래는 없고, 현재 활동하는 선수, 실업팀 선수들 또한 열악한 시설과 시민들의 무관심,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진로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한국육상의 현실일텐데. 대회 10여일을 앞두고 쏟아지는 각종 뉴스에서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언론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최대 규모’, ‘최고 명품대회’, ‘브랜드 가치 급상승’이라는 화려한 미사어구보다는, 이 대회를 마친후  대구가 아마츄어 육상 선수에게, 지도자에게 ‘꿈의 도시’가 된다는 등의 소박한 화두와 목표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크고 화려한 말잔치 보다, 작고 소박한 목표,
외형적 규모와 사이즈에 주목하기 보다는, 알차고 내실 있는 구성.
특정언어, 종목, 인종에게 집중하기 보다 지구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세심한 배려.

대회를 앞둔 대구시 조직위원회 및 수많은 관계자가 고민해야 할 사항인 것 같습니다.
조직위 보도자료를 살짝 옆으로 밀쳐두고, 언론이 주목해야 할 또다른 시선이기도 하구요.






[평화뉴스 미디어창 145]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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