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론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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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칼럼] "기득권과 사대주의, 노론과 새누리당은 어찌 이리 흡사한가"


 조선왕조를 망친 것은 노론이었다. 노론은 조선 왕조의 실권 세력이었다. 더러 개혁적인 남인, 북인이 권력을 잡은 적이 있었지만 잠시 뿐이었다. 노론은 줄기차게 권력을 틀어쥐고 부귀영화를 누렸을 뿐 아니라 지극히 편파적이고 옹졸하여 작은 이견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은 강력한 파벌을 형성해서 끼리끼리 밀어주면서 다른 세력이 커지는 것을 늘 경계하고 아예 싹을 잘랐다. 그리하여 3백년간 철옹성을 쌓았다.

  그들의 교리는 이론적으로는 주자학이었으며 실천적으로는 개혁을 거부하는 수구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노론의 정책은 대내적으로는 민중에 대한 차별, 억압과 특권계급의 옹호였고,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 사대였다. 주자학 교리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조그만 융통성도 사문난적이라 하여 배척했다. 아니 배척 정도가 아니고 아예 정적으로 간주하여 박해하고 죽였다. 수많은 양심적 학자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노론에게 사대주의는 외교정책의 근간이었다. 명청 교체기에 지는 해 명에 대한 의리에 집착하여, 떠오르는 해 청을 오랑캐 취급했다.

  약간의 균형외교만 했더라도 청의 침략을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미련할 정도로 명에 굴종하고 청을 무시하는 바람에 병자호란이란 국난을 자초하고 말았다. 청의 침략을 당해 남한산성에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어 결국 삼전도에서 인조는 청 태종 앞에 무릎을 꿇고 ‘3배 9고두’의 치욕을 당했다. 3번 머리를 숙여 절하고 한번 절할 때 마다 이마를 3번씩 땅에 찧는 것이 3배 9고두다. 그것도 세게 찧지 않는다고 꾸중을 듣고 다시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명색이 한 나라의 임금이란 자가 이런 수모를 당했으니 이걸 어찌 나라라 하겠는가.

  인조는 바로 앞의 왕이었던 광해군을 소위 ‘폐모살제’의 죄를 묻는다며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이 추대한 왕이다. 광해군 때 정권을 잡은 북인 세력이 추구했던 균형외교가 하루아침에 폐기되고 그 대신 철저한 대명 사대외교가 똬리를 틀었다. 이것이 결국 청의 분노를 불러와 병자호란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 병자호란은 임진왜란과는 달리 우리가 약간이라도 국제 정세를 파악하고 균형외교를 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다분히 우리가 자초한 어리석은 전쟁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모든 정책을 뒤엎어 ‘뭐든지 반노무현’으로 간 게 이명박 정부다. 경제정책에서 전혀 시대에 맞지 않은 성장주의, 개발주의를 부활시켰고, 복지정책은 포퓰리즘이란 딱지를 붙여 멀리하면서 부자, 재벌을 위한 감세와 4대강 사업에 매진했다. 외교정책과 대북한 관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의 균형외교, 동북아 균형자론은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그 대신 들어선 것은 친미 일변도의 사대적 외교노선이다. 그들은 자기들의 견해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반미, 종북주의자로 매도하는데, 이는 해방 이래 극우파들이 늘 쓰던 빨갱이 때려잡기 수법이다. 친미, 사대주의의 반대가 어찌 종북주의 하나뿐이랴. 친미 사대주의의 반대는 균형외교다. 지금처럼 미국의 패권시대가 종막을 고하고, 중국이라는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는 동북아의 명청 교체기일수록 우리의 균형외교는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외교 사전에는 미국이란 단어밖에 없는지, 균형외교를 버리고 대미 편중주의를 채택했다. 쇠고기 수입에서부터 굴욕적 자세를 보이더니 급기야 한미FTA도 대폭 양보하는 선에서 서둘러 통과시켰다. 그리하여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한미FTA에서 거의 유일한 실익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의 관세 폐지를 5년 유예하는 양보를 함으로써 한미FTA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한미FTA는 이제 실익은 거의 없이, ‘투자자-국가소송제‘라는 강력한 무기가 우리의 정책주권을 끊임없이 위협할 거대한 지뢰밭일 뿐이다. 어디서 지뢰가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터지는 것은 확실한 시한폭탄이다.

  북한과의 관계도 지난 10년간의 노력으로 모처럼 찾아온 훈풍이 사라지고 바야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불안이 다시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앞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데도 긴 세월, 숱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남북관계라는 것이 약간이라도 개선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나, 허물기는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을 이명박 정부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어떤가? 민중의 권리는 도처에서 후퇴하고, 부자, 강자들은 도처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숱한 조직에서 반민주적 출세주의자들을 중용하는 바람에 조직의 평화가 깨어지고,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부자 감세,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주요 실적이라면 실적인데, 그야말로 부자 천국, 빈자 지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장밋빛 환상으로 가득찬 ‘747’이란 유치한 경제공약을 내세웠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었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기강 세운다)가 좋아보였던지 정작 집권 뒤에는 줄푸세를 충실히 집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줄푸세 정부였다.

  지난 4년은 명목으로는 이명박 정부였지만 경제정책으로는 박근혜 정부였다. 84조원의 부자 감세가 국회를 통과하는 동안 박근혜 의원은 반대하지 않았다. 22조원이란 돈이 4대강 파괴에 낭비되는 동안 박근혜 의원은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난 4년간의 저성장, 양극화 심화, 정부 부채 증가 등 경제 실정은 이명박의 실패이자, 동시에 박근혜의 실패다. 이래놓고 박근혜 의원은 현 정부의 실정에 자신은 책임이 없는 양 행동하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에게서 박해를 받은 피해자처럼 행세한다. 당 이름만 바꾸고 신장개업했으니 국민이 모르고 지나가리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새누리당은 국민의 심판을 면할 수 없다.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국민은 현실을 똑똑히 봐야 한다. 노론 세력이 3백년 집권하면서 조선왕조를 망쳤다. 조선이 망했을 때 일본에게서 훈작과 은사금을 받은 조선인 매국노 76명 중 8할이 노론 출신이었다. 노론 세력은 민중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부귀영화만을 추구하던 파렴치한들이었다. 이들은 나라의 명운에도 아무런 관심 없이 다만 자신의 영달밖에 모르는 매국노들이었다. 이들은 나라가 망하면 누구보다 빨리 친일파가 되고, 미국이 들어오면 재깍 친미파로 둔갑했다. 약자의 고통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부자, 강자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며, 외교적으로는 사대주의로 일관한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은 현대판 노론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역사에는 반복이 없다는데, 노론과 새누리당은 어찌 이리 흡사 한가.

  국민들이여, 이제 정신을 차리고 노론을 거부하자. 3백년 해먹었으면 너무 오래 해먹었고, 그만 하면 나라를 충분히 망쳤으니 이제 집에 가서 조용히 쉬게 해야 한다. 노론은 이기적 행동에는 누구보다 기민하지만 근본적으로 공직 부적합자들이다. 특히 대구, 경북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에 대한 짝사랑을 그만 두어야 한다. 한때 ‘사랑은 이제 그만’이란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렇다. 수십년 짝사랑해도 돌아오는 건 없고, 선거철이 되면 잠깐 얼굴 비치다가 서울 가서 영달을 추구하는 데 부지런한 정치인들이라면 ‘짝사랑은 이제 그만’이 아닌가. 짝사랑도 한 두 해지, 수십년 짝사랑은 너무 한 것 아닌가.






[이정우 칼럼 3]
이정우 /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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