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송전탑' 현장, 경찰 방관 속 '폭력' 피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7.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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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 직원에 밀려 환경운동가 한때 실신 / 환경연합 "경차 직무유기...고소.고발 고려"


청도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하던 환경운동가가 용역업체 직원에 밀려 부상을 입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13일 오전 12시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고압송전탑 공사현장 앞 도로에서 용역업체 직원에 밀려 머리에 타박상을 입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 정 국장은 청도대남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응급치료와 엑스레이(X-ray) 촬영을 받았다. 이후, 정밀검사를 위해 오후 5시쯤 경북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용역업체 직원에 밀려 부상을 입은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2012.7.13) / 사진 제공. 이은주 삼평1리 부녀회장
용역업체 직원에 밀려 부상을 입은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2012.7.13) / 사진 제공. 이은주 삼평1리 부녀회장

정 국장은 이 날 오전 11시쯤 "고압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하며 농성 중인 삼평1리 주민들을 찾았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는 순간 시공사 동부건설과 서광이엔씨가 동원한 용역업체 'TPS' 직원 4-5명이 그를 둘러싸고 출입을 막았다. 정 국장은 "출입을 방해하지 말라"며 "물러가라"고 했다. 하지만, 용역업체 직원들은 배와 어깨를 이용해 계속해서 정 국장을 밀치며 욕설을 했다.

이 때문에, 정 국장은 도로 건너편 경찰들을 향해 "보고만 있지 말고 무력사용을 제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들은 이를 외면했고 용역업체 직원들은 계속해서 정 국장을 위협했다. 그렇게 20분 정도 대치하던 가운데, 용역업체 직원이 배와 가슴으로 정 국장을 밀쳐 아스팔트에 넘어뜨렸고, 정 국장은 머리에 부상을 입고 10분정도 실신했다. 이어, 마을 주민이 달려와 용역업체 직원과 경찰에게 항의했다.

그때서야 상황을 지켜만 보던 경찰 중 한 명이 정 국장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경찰은 쓰러진 정 국장에게 "장난 아니냐. 일어나라"는 말만했고, 용역업체 직원에 대해서는 어떤 제지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은 13일 성명서를 내고 "폭력을 행사한 용역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공사현장도 아닌 대로변 도로에서 욕설과 폭력을 퍼붓는 것은 범위를 벗어난 행동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경찰이 폭력을 행사한 용역을 비호한 일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규탄했다.

청도대남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정수근 국장(2012.7.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도대남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정수근 국장(2012.7.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응급실에서 만난 정수근 생태보존환경국장은 "넘어질 때 충격으로 정신이 멍하다"며 "폭력 행사한 용역에도 화가 나지만 신변보호를 외면한 경찰에 더 화가 난다"고 했다.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용역업체 직원에 대해 "폭행.상해죄로 고소나 고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이언주 삼평1리 부녀회장은 "장정들이 달려들어 사람을 넘어뜨리는데 경찰은 보고만 있더라"며 "이게 어느 나라 경찰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 회장은 "우리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눈 앞에서 넘어져도 도와줄 수 없어 미안했다"며 "용역업체 직원들이 제발 사람들을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종업 청도경찰서 정보 계장은 "그 사람이 넘어질 상황이 아닌데 할리우드 액션을 한 것 같다"고 반박했고, 용역업체 직원에 대해서는 "젊은 사람들 혈기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또, "경찰의 일은 주민이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적법한 일을 방해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대책없는 철탑공사 피눈물이 흐른다'...삼평1리 주민들이 23호 송전탑 공사 현장 입구에 꼽아 놓은 피켓(2012.7.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책없는 철탑공사 피눈물이 흐른다'...삼평1리 주민들이 23호 송전탑 공사 현장 입구에 꼽아 놓은 피켓(2012.7.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개발지사는 지난 2006년 1월 사업계획서를 통해 경남과 경북지역에 각각 765kV, 345kV의 전압을 송전하는 16km 선로 연결 공사를 발표했다. 이는 부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주변 대도시로 송전하는 철탑 공사로 한전은 '영남 지역의 중.장기 전력수요 공급'을 사업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모두 40개의 철탑을 건설할 계획이며, 각북면에는 삼평1리에 22-24호기, 덕촌리에 25호기, 이 밖에도 우산리와 지슬리까지 모두 18개의 철탑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전은 지난 2006년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며 삼평1리 주민 10여명만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거쳤고, 지난 2010년 11월에는 일방적으로 24호기 철탑 건립 부지를 변경했다. 그 결과 고압 송전선로는 주민들의 가정집과 농경지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게 됐다. 이후, 삼평1리 마을주민 전체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함께 싸웠다. 하지만, 싸움이 길어지자 "반대" 목소리는 잦아들었고, 현재는 60대 이상 할머니들을 비롯한 마을 주민 20여명만 외로운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삼평1리 23호기 송전탑 예정지 공사장에서 새벽부터 오후 2시까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삼평1리 할머니들(2012.7.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삼평1리 23호기 송전탑 예정지 공사장에서 새벽부터 오후 2시까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삼평1리 할머니들(2012.7.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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