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보다 더 열린 마음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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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칼럼] "정치개혁,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오만 버리는 것부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김두관 후보 측에서 [문재인으로 질 것인가? 김두관으로 이길 것인가?]라는 문구를 선거홍보물에 표현했다. 이 문구를 보고 김두관 캠프가 곤혹을 치르겠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관련뉴스가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리게 되고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문재인으로 진다는 ‘단정’과 김두관으로 이긴다는 ‘예상’은 김두관 캠프의 주관적 판단이자 희망이었고 일종의 간접적 네거티브였는데 이는 민주당 경선인단의 시각과는 달랐다. 김두관 후보가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장점 이를 테면 서민출신, 이장에서부터 도지사까지의 정치경력, 타 후보와 정책적 차별화를 꾸준히 진행했어야 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주관적인 희망과 상대방에 대한 공격으로 민심을 얻기 힘든 시대란 말이다.

 며칠 전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정책비전선언문]을 발표했다. 관심을 갖고 읽어 내려가던 차에 아래 문장에서 턱 걸렸다.

[.....저는 모두가 안 된다고 말할 때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밤새워 v3를 만들 때의 그 열의로 부정과 불의, 부패한 낡은 체제와 싸울 것입니다.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저 안철수..오로지 저만이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이룰 수 있습니다.....]


 평상시 말한 것은 지키고 말 뒤에 숨은 의도가 없다고 하는 안철수 후보에 대한 평가를 보면 비전 선언문의 내용은 그 스스로의 생각 그대로일 것이다. 안철수 자신만이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안철수의 주관적 희망이자 의지일 터이다. 타 후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오로지 저 만이...이룰 수 있습니다’는 표현은 다른 후보들은 안 된다는 말과 같다. 좀 더 행간을 읽어보면 다른 야당후보들이 정권교체를 할 수는 있지만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정치개혁은 기존의 정당정치인 출신이 아닌 자신만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대통령이 되고자 출마를 준비하는 예비후보로서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가 출마선언에서 밝힌 덧셈의 정치, 통합의 정치와는 멀어 보인다. 정치개혁의 첫 걸음은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경향신문> 2012년 10월 8일자 4면(정치)
<경향신문> 2012년 10월 8일자 4면(정치)

 이명박 정부 4년을 거치며 좋은 조건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던 4.11총선에서 제1당이 되지 못한 민주당이 정치개혁의 대상임에 분명하다. 정치철학의 변화, 지역정당의 탈피, 인적쇄신, 진정한 정책정당으로서 발돋움 등 쇄신해야 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민주당이 자신들의 한계 안에서이긴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과 싸워온 것 또한 인정해야 할 일이다.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이 정치개혁의 대상이므로 스스로 혁신을 위해 노력하라는 주문과 동시에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곳곳의 민중들이 부정과 불의, 부패한 낡은 체제와 싸울 때 본인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였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이 ‘안철수 현상’을 통해 분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 스스로가 자신만이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선언하기보다 함께 정치개혁을 이뤄나가자고 촉구하고 밑거름이 되겠다는 입장이 기존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함께 포용해나갈수 있는 자세일 것이다.

 정치개혁의 첫 번째 대상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등의 전문 정치인이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이룰 수 있는 힘은 ‘국민’에게 있다. 안철수 후보에게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 "국민들의 삶을 외면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무시하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정치에 실망하고 절망했다"고 말한 그 국민들이 선거철만 되면 그런 정치인을 다시 뽑고 있는 것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안철수 후보가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정당의 대선후보가 국민들의 70%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아직도 ‘우리가 남이가’가 통하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독식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진심’을 말하고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말하며 정치에 입문하였지만 그들 대부분은 변절하였거나 기성 정치권에 포섭당하면서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결기’를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은 소수화되어 ‘정치개혁’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수준만큼 딱 그만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 역사와 정치를 모든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상대는 안 되고 나만 할 수 있다는 자세보다 기존정당에게 ‘정치개혁’을 촉구하고 그 방안도 제시하는 것이 도리이며 이와 함께 주권자들에게도 ‘깨어있는 국민’이 되자는 주문을 해야 한다. 한국정치에서 ‘메시아’는 없다. 곧은 인격에 성실하고 치밀한 준비로 ‘스스로’를 준비시킨 정치집단이 때를 만나 민심을 등에 업고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대중과 함께 바꿀때 그때 한걸음의 발전이 있을 뿐이다.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 [제노사이드]에 나오는 문구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다수는 ‘안철수의 생각’보다 ‘안철수의 인격’을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무소불위의 국가권력을 가지게 될 대통령이 될 사람으로서 충분한 인격적 자질을 갖추고 있는 좋은 사람 안철수에 대한 지지가 기본바탕에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로서 거짓말하지 않고 부정부패하지 않은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를 뽑고 싶은 것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대통령을 뽑고 싶은 것이다. 똑같은 말이라도 안철수의 말이 더 울림이 있고 전달력이 있는 것은 그의 언변이 아닌 ‘인격’에 바탕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와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당면해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굳게 손잡고 정치개혁을 위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나로서는 안철수 후보가 좀 더 열린 자세로 선거에 임했으면 한다. 안철수의 ‘생각’과 문재인의 ‘운명’이 아름답게 만나 정권교체를 이뤄도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대단히 배고프니 말이다.





[오택진 칼럼] 9
오택진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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