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대통령의 기준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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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칼럼] "유신, 올바른 역사인식에 기초한 성찰이 먼저다"

 
  대통령 선거라는 사각링 위에 가장 먼저 올라 구석구석 살피고 있는 박근혜, 결선투표 없이 곧장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출마선언을 하지도 않았는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안철수 원장. 2012 최고의 드라마 ‘대통령 선거’가 지루한 오랜 초반 도입부를 마치고 서서히 주연들이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관람하고 있는 주권자인 국민들은 어떤 후보에게 최고의 주연상을 줄 것인가? 2012 대통령선거의 주연상의 기준은 ‘좋은 사람’인 것 같다. 그렇다. 확실히 유권자들은 ‘좋은 사람’을 찾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킬 줄아는 대통령,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대통령, 어디 내 놔도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 ‘좋은 사람 대통령’을 찾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좋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않겠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2007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의 기준이 ‘좋은 사람’ 이었는지 돌아볼 일 아닌가?

 5년 전 먹고 살기 힘들었던 국민들은 욕쟁이 할머니가 ‘경제를 꼭 살려라이. 알겄냐’라며 국밥을 주었던 이명박을 당선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BBK사건’과 같은 각종 도덕성 논란에도 2위 정동영 후보와 600만 표의 차이를 내며 당선된 것은 당시 국민들이 ‘경제살리기’에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은 어떨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5년 전보다 나빠졌는데 국민들은 ‘경제살리기’만을 기준으로 보고 있지 않다.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는 리더로서의 종합적인 인간됨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학습효과이고, 내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마워하는 유일한 이유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진짜 ‘좋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지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겠는가에 대해서 저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 언행일치, 도덕성 등이 기준이 될 수 있겠다. ‘좋은사람’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은 안철수 원장에 대한 ‘정준길 사건’ 이후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으로 옮겨 붙고 있다.

 최근 ‘5.16군사쿠데타와 유신’ 그리고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발언이 논란이다. 5.16군사쿠데타와 유신은 뒤로 하더라도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근혜의 발언은 그가 대통령을 할 만한 '좋은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발언이다. 알려진 대로 박근혜 후보는 ‘대법원의 상반된 판결이 있었고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후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재심판단을 존중한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의 사과의사 표명 이후 박근혜 캠프에서는 후보의 뜻이 아니라고 밝히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불러왔다. 이번 인혁당사건 관련한 일련의 과정의 시작은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이다.

 소위 [인민혁명당 재건단체 사건]은 수사과정에서의 불법폭력과 말로 다할 수 없는 고문, 수사기록 변조, 사형집행 명령장이 75년 4월 9일 사형집행 당일이 아니라 4월 8일 대법원 선고일에 미리 도착해 있었던 점, 대법원 선고 후 열여덟 시간만의 사형집행까지 [인혁당 재건단체 사건]이 원천무죄인 증거는 수없이 많다. 이 모든 사실을 박근혜 후보가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두 가지 중 어떤 경우라도 그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아니라 박정의 대통령의 공을 챙기고 과를 극복하려는 대통령 후보라면, 박정희 시절의 명백한 ‘과’인 [인혁당재건단체 사건]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먼저일터인데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은 그것이 ‘박근혜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한겨레> 2012년 9월 14일자 6면(종합)
<한겨레> 2012년 9월 14일자 6면(종합)

 ‘좋은 사람’ 대통령의 첫 번째는 진정성과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사에서 진실을 밝힌 사람들은 진실왜곡과 조작으로 억울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다 수십 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으로 피의 진실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폭도’에서 ‘민주화운동’으로 바뀐 80년 5.18 민주화운동이 그랬고 ‘빨갱이’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인혁당재건단체 사건]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누명을 씌운 뒤에 스스로 반성하여 진실을 밝힌 일이 얼마나 있던가?  또한 우리 역사에서 책임을 진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아니라 책임지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다. 제주 4.3항쟁에 대해 국가권력이 휘두른 무자비한 폭력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은 이승만 대통령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었음을 기억하자.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비판과 비난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 누구의 딸이라는 이유로 비판과 비난을 하는 것은 ‘빨갱이의 자식’과 같은 또 다른 주홍글씨이며 연좌제 같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치사에서 유신과 인혁당 재건단체 사건에 대한 인식은 그가 대통령 후보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주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매 사안마다 발언을 해 왔고 박근혜 후보도 ‘유신’과 ‘인혁당사건’에 대한 발언의 역사가 있다. 2005년 국가정보원의 진실위원회의 인혁당사건 발표 때는 '모함'이라고 했다. 7년이 지나고 대선을 90여일 앞둔 지금 '인혁당 사건'에 대해 일관성 없는 발언 끝에 '사과'표명을 하고 '유가족들이 동의하면 방문하겠다'고 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정치인의 모습인지 묻고 싶다. 올바른 역사인식에 기초한 성찰이 먼저다. 사과와 유가족에 대한 위로는 그 다음이다. 진짜로 ‘모함’당해 죽음 당한 사람들과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박근혜 후보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용서할 사람은 준비되어 있는데 사과할 사람이 그런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칫 잘못하면 박근혜 후보의 최대의 적은 박근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택진 칼럼] 8
오택진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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