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구미지역 약 10여일간 단수, 올해 9월 말에서 현재까지 구미지역 ㈜ 휴브 글로브의 불산 누출 사태.
전국을 기반으로 하는 방송, 신문은 대규모 재해로 인해 고통 받는 해당 지역 주민을 위로하고, 정부의 발빠른 대책을 요구하긴 커녕 해당 재난을 ‘외면’과 ‘무시’로 일관하며, 이들의 가슴을 더욱 쓰라리게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일 비슷한 사건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일어났다면 다른 지역에서는 눈과 귀가 닳도록 해당 뉴스를 접하고, 정국이 들썩이고, 정부당국도 신속한 대응책을 내놓았을텐데 말입니다.
이 상황을 KBS개그콘서트 <정여사>코너로 패러디 해봤습니다.
송병철(전국일간지·방송사 관계자, 이하 송) : “손님은 왕이다. 오늘도 열심히 해야지”
김대성(수도권 거주자, 이하 김) : “제가 얼마 전에 여기서 제품을 구입해갔는데, 뭔가 조금 이상이 있어서 바꾸러 왔어요”
송 : “아 그러세요, 먼저 제품을 보여주세요”
김 : “음, 이거 지난 해 5월, 올해 9월 말~10월 초 신문과 방송저녁 메인 뉴스”
송 : “이미 다 보셨네요”
김 : “제가 사용을 해보니깐 이상이 있더라구요”
송 : “어떤 이상이 있습니까?”
김 : “구미 관련 뉴스가 거의 없어”
송 : “원래 저희는 지역 뉴스를 잘 다루지 않습니다”
김 : “나도 알아요. 근데 이 시기 신문, 방송은 지역뉴스가 없어도 너~~무 없어”
송 : “이거 바꿔드릴 수가 없습니다”
김 : “안되겠어, 너는, 우리 마미 불러야겠어, 마미 오면 너 끝이야!”
(정여사, 브라우니 등장)
정여사 (수도권 거주자, 이하 정) ; “어떤 문제, 어떤 problem이 있어서 내가 여기 왔지”
송 : “따님이 지난해, 올해까지 사용하신 신문과 방송 뉴스를 바꿔달라고 하셔서요”
정 : “바꿔죠”
송 : “바꿔드릴 수가 없습니다”
정 : “나 정여사야, 여기서 얼마나 많은 상품을 사간지 알아?”, “나도 신문과 방송을 봤는데 다른 이유가 있으니깐 바꿔달라고 하는 것 아냐”
송 :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정 : “정부가 잘못했다는 말이 없어”
송 : “원래 우리가 권력과 친해요”
정 : “알지, 광고를 많이 주니깐, 정부를 비판할 수 없다는 것 아는데, 이건 없어도 너~~무 없어”
송 : “혹시 여사님이 뉴스 못 찾으신 것 아니에요?, 가끔 하나씩은 찾을 수 있는데”
정 : “너 지금 내 시력관리 하니, 지금”
“브라우니 물어”, “이래뵈도 우리 브라우니도 전국일간지(방송) 출신이야”
“얼마나 저널리즘 정신으로 똘똘 뭉쳤는데”
“브라우니 구미 사태 보도해, 뉴스 제작해”
브라우니 : “…”
정 : “음, 서.울,병”
다소 장황하게 주절주절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국을 기반으로 하는 실질적으로 수도권 언론의 ‘서울병’ 때문에, 큰 사고에 노출된 지역민이 너~~~~~무 외롭고 힘들어 이중삼중 피해를 본다는 내용입니다.
전국방송, 뉴스 … 구미 특별재난지역 선포 이후 ‘호들갑’보도
4대강 공사를 위해 설치한 낙동강 구미취수장의 임시보가 무너져, 경북 구미시와 일대 50여 만의 식수가 약 1주일 동안 공급이 중단되었던 지난 해 5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달 27일 구미 ㈜ 휴브글로브의 불산누출 사태로 주민 3천여 명은 여전히 고통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두 재해의 공통점은 △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 – 빵점 △ 지방정부의 초기 대응 – 빵점 △ 전국 일간지, 전국 방송 – 재해 외면 △ 지역신문과 방송에서는 다각도의 분석이 있었지만 수도권 데스크가 선택한 뉴스는 피해상황만 짧게 전달, 정부의 문제점 등 후속취재 하지 않은 채 지역언론에서 보도한 내용 중 일부만 취사선택 △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 공유 – 위로 및 소식 공유 등입니다.
구미 불산 누출 재해는 9월 27일 발생했고, 추석 연휴가 있었고, 정부가 합동조사단을 파견한 것은 약 1주일 뒤인 10월 4일이었으며, 8일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언론에서 이 문제를 적극보도하고, 정부가 언론과 자체내 정보망을 통해 위기의 정도를 공지하고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텐데요.
이번 재해의 경우 지역언론인은 방독면까지 쓰고 현장을 취재하면서 구미시와 관계당국의 위기관리시스템 문제를 진단했고, 정부의 외면속에 주민들 스스로가 피난행렬을 떠났다는 점을 꼼꼼하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데스크는 사건의 심각성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서 관련 뉴스밸류를 낮게 평가했었습니다. 그리고 8일 정부가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자, 그제서야 정부의 늦장대응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대구에 살면서 구미 사태에 대한 애타는 마음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과 뉴스를 접하면서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앞서서도 말씀드렸지만, ‘만일 수도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이라는 생각에 울컥 하기도 했구요.
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자 뒤늦게 호들갑 보도를 한 방송에 대해선 미디어비평가 임동기씨가 <구미 불산가수 누출 ‘언론’은 없었다>(10월 9일)와 KBS미디어비평 <불신 부른 ‘불산사고’ 보도> (10월 19일)을 통해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비평가 민동기씨가 9월 27일~10월 7일까지 방송3사의 ‘구미 사태’ 보도 현황을 분석했고,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조선,중앙, 동아일보가 해당기간 동안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조사해봤습니다.
비슷한 시기 지역방송의 경우 매일 3~4꼭지씩 구미 사태를 다루었지만, 정작 서울데스크에서 선택된 뉴스는 뒷부분에 배치되거나 단신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지역방송은 이 문제를 다양한 방면에서 접근했지만, 서울 데스크의 선택은 ‘피해 상황’과 ‘주민 목소리’에만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전국일간지 또한 큰 차이는 없습니다. 지역신문도 이 사안을 매일 주요하게 다루었던 반면, 그들은 추석 휴간기간을 뺀 약 1주일 기간 동안 뉴스량은 3~5꼭지, 즉 하루에 한건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나마 보도된 내용 대부분은 불산가스 누출지역의 참혹한 상황, 주민들의 불만, 피해상황 뿐이었습니다. 정부의 늦장대응(사건 발생 1주일 만에 현장조사단 파견), ㈜휴브 글러브의 사업장 안전시스템 문제 등을 애써 지면에서 외면했습니다.
지역 '무시'… 지난해 구미 단수 사태도 마찬가지
전국일간지와 방송의 지역 재난재해 무시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경북 구미시와 일대 50여 만의 식수가 약 1주일 동안 공급이 중단되었던 시기, 지역신문과 방송은 이 위기상황을 지속적으로 보도했지만, 그들은 보도태도는 역시 ‘외면’이었습니다.
이번 구미 불산 사태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5월, 구미지역 50만여 가구가 1주일 동안 단수로 극심한 고통과 불편을 호소하던 상황이었지만, 전국 방송은 이 절심함을 무시했습니다. 단수 1주일 동안 이들이 보도한 기사는 각각 4,3,2건이었으며 뉴스 배치도 대부분 우선 순위에서 밀렸습니다.
구미 단수 사태가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것(물론, 수자원공사는 ‘4대강 공사와 상관없다고 발표’)이라면, 정부나 관계기관의 반응 및 대응은 서울에서 취재하는 등 서울과 지역이 협조하는 것이 필요할텐데, 그들은 애써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전국일간지 즉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지면배치였는데요. 구미 단수 1주일동안 중앙, 동아는 해당 기사를 <대구경북>면에만 배치했습니다. 즉 <대구경북>면은 이 지역민들만 볼 수 있는 지면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나 동아일보의 경우 지역섹션을 여러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광주쪽에서는 <광주전남>, 수도권의 경우 <메트로> 등의 섹션을 통해 해당 지역 뉴스를 전하게 되거든요.
즉, 대구경북섹션에 배치된 기사는 해당 지역민들만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는 4대강 속도전으로 인한 구미 단수 사태를 대구경북권역 뉴스 정도로만 생각했나 봅니다. 다른 지역 독자들이나 수도권에 있는 정부, 국회의원들은 볼 수 없도록.
지역의 재해재난 외면한 '수도권 언론'
수도권에 데스크를 둔 신문, 방송들의 ‘지역 무시’보도태도는 단순히 ‘서울 중심주의’,‘서울병’만으로 설명하기엔 다소 심심합니다. 산업안전 보다는 경제적 이익만 쫓는 정부의 시책에 찬성했고, 정부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4대강 사업을 ‘잘한다’고 칭찬했던 것이 이들 언론입니다. 물론 그 댓가로 그들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엄청난 물량의 광고를 제공받았습니다.
흔히들 우린 언론을 개(Dog)에 비교합니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개념을 크게 3가지 정도인데요. 감시견 (watch dog), 애완견(pet dog), 보호견(guard dog)입니다.
외지역의 재해재난을 면한 수도권 언론은 자신이 속한 권력시스템 전체를 지키려는, 지방분권 보다는 수도권 중심 시스템을 굳건하게 지키려는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충실한’ 보호견(guard dog)의 역할만 쫓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단수에 불산 가스 사태로 고통을 겪으신 구미지역민 여러분!!!
진짜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병과 사건 후유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실텐데요. 이번 사태가 단순히 ‘보상금 찔끔 지급’만으로 해결되지 않도록, 마음 속 깊게 패인 병까지 치유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watch dog’ 브라우니도 함께 키우시면 어떨까요?
[평화뉴스 미디어창 206]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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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단위 방송.신문, 단신이나 지역면 배치..."재난재해, 사태 심각성 외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