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론' 보도의 사실과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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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영남> "가속도 박근혜, 격차 여전" / 박근혜 대구 유세, 2만 운집?


대선 막판, 표심을 유도하기 위한 언론들의 활동이 활발합니다. 그런데 그 활동의 방향이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돕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향하고 있는데요.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 중에 신문이 할 수 있는 아주 ‘나쁜’사례들, 특히 사실관계를 왜곡한 사례들이 요 며칠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대구경북의 정치성향으로 인해 지역신문의 보도경향이 정당간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는 힘들 겁니다. 즉, 전체 보도분위기가 새누리당으로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이 언론이 생명처럼 여겨야 할 사실(fact)관계를 과장, 확대, 포장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인데요.

선거막판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거나, 후보 도심 연설때 모인 군중을 셈할 때  지역의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의 무리수가 저를 매우 불편하게 합니다.

여론조사, 오차범위 오류 언제까지?

지난 12일, 13일 지역의 <영남일보>와 <매일신문>은 각각 1면에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합니다. 하지만 두 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여론조사 ‘오차범위’룰을 적용하면 전혀 다른 형태의 해석이 나오게 됩니다. 즉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는 지지율 숫자는 그냥 일상적인 숫자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오차범위 등을 대입시켜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룰을 적용하면, 현재 영남일보 해석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즉 영남일보는 사실관계 왜곡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영남일보는 1면 제목으로 <가속도 붙은 박근혜/다자.양자 대결 모두 50%돌파 우세 유지>라고 표현을 했는데, 과연 이 해석이 맞는지 꼼꼼히 따져 봤습니다. 제목에 따옴표가 없다는 점은 언론사 판단에 기준에 따르면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영남일보> 2012년 12월 12일자 1면
<영남일보> 2012년 12월 12일자 1면

이 조사는 영남일보와 국제신문이 포함된 한국지역언론인클럽에서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9~10일 실시한 조사결과 한 것입니다. 이 조사는 유권자 2천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RDD(임시전화걸기)방식, 오차범위는 95%신뢰수준에 ±2.2%입니다.

지역언론인 클럽에서는 지난 8월부터 정기적으로 후보 지지율 조사를 해왔고, 이날 발표된 내용이 5차 조사결과인데요. 일단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다자구도에서는 박 50.2%, 문 45.2%, 양자대결의 경우 박 50.1%, 문 46.9% ”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를 두고 영남일보는 박 후보의 지지율 50% 이상, 가속도가 붙었다고 1면 제목을 편집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래서 지난 11월 26일에 보도된 4차 조사결과와 비교해봤습니다. 동일한 같은 업체에 의뢰해 같은 샘플을 사용한 조사결과는 여론의 추이를 분석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첫 번째, 박후보의 지지율에 정말 가속도가 붙었을까요?, 지난 11월 26일 발표된 4차 조사와 이번 5차 조사결과를 비교해봤더니, 새누리당 박후보는 지지율이 47.1 → 50.1%(약 3%증가), 민주통합당 문 후보의 경우 44.4% → 46.9%로 (2.5%) 지지율이 각각 증가했습니다. 한달 전에 비해 양측 후보 지지율 추이가 함께 증가하고 있는데요. <영남일보>는 1면에 <박후보의 지지율에 ‘가속도’>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두 번째는 이날 조사결과는 다자 및 양자 구도로 지지율 추이를 밝히고 있는데요, 다자구도에서 박-문은 각각 50.2%, 45.2%, 양자구도에선 박 50.1-46.6%입니다. 여기에 오차범위는 95%신뢰수준에 ±2.2%를 넣어서 해석하면, 지지율차이가 (-2.2~+2.2) 즉 4.4%포인트 차이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오차범위 내 박빙’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거든요.

영남일보 조사에서 다자구도에선 지지율 차이가 5% (오차범위에서 약 0.6%차이), 양자구도에서는 지지율차이는 3.2%. 즉 박-문 양자대결구도에서는 ‘누가 앞선다’라고 말하기 힘든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5차 조사결과의 사실관계를 요약하면, 두 후보의 지지율은 4차 조사에 비해 조금씩 상승, 양자대결에서 지지율 차이는 오차범위내 박빙이다입니다. 이런 사실을 <영남일보>는 “가속도 붙은 박근혜, 다자양자대결 모두 50% 돌파 우세 유지”라고 표현한 것이죠. 매우 과장된 해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일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신문>은 13일 1면에 <박-문 격차 6.8%~0.5P>라고 1면 제목을 편집했습니다. 역시 제목에는 따옴표가 없죠?, 이 신문 또한 1면 제목이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매일신문> 2012년 12월 13일자 1면
<매일신문> 2012년 12월 13일자 1면

<매일신문>은 박-문 후보의 지지율을 조사한 5개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 여론조사 결과를 하나로 묶어서 전체 추이를 보도하고 있는데요.  5개 조사는 KBS, SBS, MBN, 문화일보, JTBC에서 각기 다른 여론조사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에 의뢰한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자료에는 조사대상자, 신뢰수준, 표본오차 등이 꼼꼼하게 메모되어 있습니다.

5개 언론사에서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오차범위를 적용해서 해석한다면 4개 언론사 KBS, MBN, 문화일보, JTBC 결과는 오차범위내 박빙, SBS 조사의 결과만 유의미한 지지율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즉, 오차범위를 고려해 사실관계를 기술한다면 “SBS만 6.8% 포인트 차이, 나머지 기관 조사는 두 후보간 지지율 차이 초박빙”입니다. 이를 <매일신문>은 <‘박-문 격차 6.8%~0.5P>라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죠. 

후보 연설 모인 군중, 정말 2만?

또 있습니다. 현재 SNS에서는 지난 8일 진행된 새누리당 박 후보의 ‘광화문 유세 사진 조작 논란’으로 뜨겁습니다. 주말 ‘광화문 대결’에서 각 후보별 지지자들이 세대결을 벌였는데, 상대적으로 인원수가 작았던 박후보측을 지지하는 언론사에서 사진을 교묘하게 트리밍하는 등의 수법으로 ‘세력이 비슷했다’라는 여론을 만들고 있는데요.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대구를 방문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역언론의 애정은 지나칩니다. 동성로에 모인 군중의 수를 새누리당이 추산한 내용으로 제목을 편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집회, 시위, 또는 야외 행사에서 모인 인원을 추정할 때 주최측과 경찰측에서 짐작해서 계산하는 인원에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일반적으로 주최측은 다소 과장하고, 경찰은 그 규모를 축소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언론이 보도할때는 양측의 주장을 함께 실어줍니다. 독자가 적절하게 판단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영남일보>와 <매일신문>은 각각 출처가 없는 ‘2만명’과, 새누리당이 제시한 군중의 숫자를 제목으로 편집하고, 따옴표도 달지 않았습니다.

박 후보가 대구를 방문한 다음날인 13일 <영남일보>는 <2만명 운집 동성로서 “北 미사일 발사는 세계에 대한 도발”> <매일신문>은 <동성로 메운 1만 5천 인파 “박근혜~”>라고 편집했습니다. 영남일보는 이날 모인 인원이 ‘2만명’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출처를 공개하지 않았고, 매일신문은 ‘새누리당 추산’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출처도 없는, 새누리당이 발표한 당일 모인 군중 숫자가 <영남일보>, <매일신문>에서는 사실관계로 둔갑 해당 기사의 제목으로 편집되었던 것이죠.

<영남일보> 2012년 12월 13일자 3면(정치)
<영남일보> 2012년 12월 13일자 3면(정치)
<매일신문> 2012년 12월 13일자 4면(선거)
<매일신문> 2012년 12월 13일자 4면(선거)

더군다나 대구에 살고 있는 제가 궁금한 것은 동성로 그 공간에 과연 1만5천~2만명의 인파가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되는가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공간에서 진행되는 시위, 집회, 또는 동성로 축제 등등 다양한 형태의 행사에서 이 공간에서 모인 인원을 집계할 때 5천명까지 추산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박 후보가 온 날, 그 공간에 1만 5천~2만명의 인원이 모였다고 합니다.

개념 있는 언론이었다면, 자신이 추산한 ‘2만명’이 진짜 맞는지 경찰에 물어보거나, 새누리당이 추산한 ‘1만 5천’이라는 사실이 맞는지 먼저 확인했겠죠. 하지만 두 신문에는 이 모든 절차는 빠져있었던 것입니다.
 
요즘 저널리스트 역할을 많은 누리꾼들이 담당하는 것 같습니다. 일부 언론들이 ‘교모하게 거짓말’로 만들어놓은 컨텐츠가, SNS공간에서 수많은 누리꾼들이 ‘사실(fact)’관계를 확인하고, 조작의 흔적을 밝히고, 그 결과를 공유합니다.

언론은 하나의 유기체입니다.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와 끊임없이 호흡하고, 상호 소통하면서 스스로의 존재감과 자존감, 생명력을 확인해가고 있는데요. 선거를 하루 앞둔 우리지역언론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13]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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