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 심상찮은 2030 '박근혜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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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취업, 알바..."이명박근혜, 불신" / 안보, 여성, 5선..."믿음직, 동향"


"박근혜 후보요? 최저시급도 잘 모르는데 동향사람이라고 무조건 뽑아줄 순 없어요. 대딩(대학생) 대부분이 알바(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데 20대 삶을 모르는 것 같아요"

대구 동성로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조민아(26.봉덕동)씨는 한일극장 앞 박근혜 후보 유세현장에서 이 같이 말했다. 조씨의 남자친구 이대철(28.복현동)씨도 "박 후보의 반값등록금 공약도 거짓말 같다"며 "MB처럼 안 지킬 것 같다"고 했다. 또, "대학생 사이에서는 '이명박근혜'라고 부를 정도로 박 후보 인기가 없다"며 "MB 5년 간 취업, 등록금, 알바로 20대들이 너무 많이 시달려 그렇다"고 말했다.

박 후보 유세단을 지켜보는 유권자들(2012.12.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 후보 유세단을 지켜보는 유권자들(2012.12.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선을 사흘 앞둔 16일 일요일 오후, 대구의 도심 동성로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유세가 30분 차이로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5시 30분 한일극장 앞에서, 민주당은 6시 대구백화점 앞에서 각각 주호영 의원과 배우 출신 최종원 전 의원을 앞세웠다. 두 유세장의 거리는 100여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사이를 오가는 20대와 30대, 40대 유권자에게 '대선'에 대해 물었고, 본인 이름과 나이, 지지후보와 그 이유를 분명히 답한 40명의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보수성향이 강한 대구 특성상 박근혜 후보 지지가 더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대 유권자 20명 가운데 14명이, 30대 10명 가운데 6명이 "문재인"을 꼽았다. 대부분의 대구지역 여론조사에 박근혜 후보가 60%대 중반, 문재인 후보가 20% 안팎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그러나, 40대 유권자는 10명 가운데 8명이 "박근혜"를 꼽아 지역 정서를 대변했다.

붉은색과 노란색 옷차림의 두 후보 유세장에는 팔짱 낀 연인과 삼삼오오 쇼핑 나온 대학생, 직장인과 가족이 지지연설에 귀 기울이며 박수를 치기도 하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박 후보 유세장은 유동인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지지연설 내내 20대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안보"와 "여성", "대구사람"과 "5선" 등을 이유로 박 후보를 지지하는 20-30대 유권자들도 있었고, 40대 이상은 대부분 박 후보를 지지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한일극장 앞 유세현장(2012.12.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한일극장 앞 유세현장(2012.12.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군인신분인 강모씨(22.태전동)는 "NLL 논란으로 빚어진 최근 국가안보 문제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을 믿지 못하겠다"며 "보수정당 박 후보가 믿음직하다"고 말했다. 이혜나(23.평리동)씨는 "여성대통령이 나올 때도 됐다"며 "특히 대구사람이 된다면 지역발전에 도움 될 것"이라고 했다. 최문수(33.범어2동)씨는 "가장으로서 사교육을 억제시킬 안정감 있는 5선 박 후보가 대통령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고등학생 딸과 박 후보 유세를 지켜보던 김수명(47.율하동)씨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말없이 손가락 한 개를 올렸다.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박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며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교육, 경제, 정치, 금융 분야 등 많은 정책이 변할 텐데 내 나이쯤 되니 사회 안정이 최고인 것 같아서"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대구백화점 앞 유세현장에 모여든 유권자들(2012.12.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대구백화점 앞 유세현장에 모여든 유권자들(2012.12.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문 후보 유세장 앞은 이제 막 투표권을 얻은 대학 새내기부터 넥타이를 맨 30대 직장인까지 박 후보 유세장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젊은 층이 몰려들었다. 특히, 최종원 전 의원 연설에는 한때 100여명의 유권자들이 모여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취업한지 두 달 된 강종석(29.지산동)씨는 "반값등록금은 이미 MB가 사기 쳤기 때문에 박 후보 공약도 믿을 수 없다"며 "후배들을 위해 문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씨(32.범물동)는 "2년째 시험에 낙방했다"며 "공무원 수를 줄이고 취업을 힘들게 한 MB와 새누리당은 심판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공약으로 공무원 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문 후보를 지지한다"며 "박 후보는 이명박 정부 공동책임자로 젊은 세대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원 전 의원의 문 후보 지지연설(2012.12.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종원 전 의원의 문 후보 지지연설(2012.12.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나오던 황미경(27.만촌1동)씨는 "문 후보를 지지한다"며 그 이유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대한민국의 진실'이라는 5분짜리 동영상을 보여줬다. 황씨는 "이 동영상은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받은 것"이라며 "여태껏 정치에 무관심했는데 이 영상을 보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박 후보 부정적인 면을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황씨의 남동생 황태훈(24.만촌1동)씨도 "박 후보가 전두환에게 6억을 받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거나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서 재벌 청산에 소극적인 태도는 개혁과 멀어보인다"며 "그런 면에서 문 후보는 개인비리도 없고 개혁을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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