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너무도 당연, 알바도 공부도 미룰 것"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12.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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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학생들..."꼭 투표" / "반값등록금, 정권교체" vs "포퓰리즘, 대구 출신"

 
"투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이유가 필요 없어요. 이 한 표를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걸 생각하면 우리 세대는 투표권을 더 무겁게 생각해야 해요"

올해로 두 번째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김지예(28.경북대 사회학과)씨는 이 같이 말하며 "내 인생과 미래, 가족을 이번 대선에도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씨는 "지난 2007년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에 친구들의 관심이 대단하다"며 "20대 투표율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 18대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지난 13일 마지막으로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장.노년층에 비해 투표율이 낮았던 20-30대 투표율이 이번 대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경북대 북문에 걸려있는 대선관련 플래카드와 대학생들(2012.1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북문에 걸려있는 대선관련 플래카드와 대학생들(2012.1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민주통합당은 야당성향이 강하지만 투표율이 낮은 20-30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투표율 77% 달성을 위한 '바람개비 운동'을 포함한 각종 온라인, 오프라인 투표 독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도 기존 지지세를 결집시키기 위해 길거리 현수막을 이용한 '투표 독려' 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17일 오후 젊은 층의 민심을 확인하기 위해 경북대를 찾았다. 북문 입구와 상가 주변, 중앙도서관을 오가는 20-30대 대학생, 취업준비생, 대학원생 35명에게 투표 여부와 지지후보를 묻고 그 이유를 들었다.  이들 중 6명을 제외한 29명은 이번 대선에 "꼭 투표할 것"이라고 말해 높은 투표 의지를 보였고, 26명은 "지지후보까지 확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18명은 문 후보를, 8명은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혀 상대적으로 문 후보에 대한 더 높은 지지를 나타냈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학생들은 "대구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대학 인재 고용 촉진", "치안"을 이유로 "대구출신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반값등록금'이나 '지역균형발전'에 대해서는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시험 공부를 하던 중 식사를 하기 위해 북문으로 나오던 허정광(23.경영학부)씨는 "경제와 치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권교체는 필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국민 안전과 대구지역 경제 활성화"라며 "박 후보는 4대악을 근절시키고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식사를 하러 온 학생들로 붐비는 경북대 북문 앞 상가 지역(2012.12.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식사를 하러 온 학생들로 붐비는 경북대 북문 앞 상가 지역(2012.12.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허씨 옆에 있던 이우성(25.경제통상학부)씨도 그의 말을 거들었다. 그는 "20대들이 많이 투표한다면 매우 고무적이겠지만 대학생들이 정치에 대해 뭘 알겠냐"며 "여기저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유언비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휩쓸리기 쉽다"고 했다. 때문에,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야당이나 문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며 "박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관 앞에서 만난 박가연(21.사회복지학과)씨는 "처음으로 대통령을 뽑게 됐다"며 "설렌다"고 말했다. 박씨는 "복지 공약을 내세운 박 후보를 지지한다"며 "첫 여성대통령이 나온다면 의미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씨 동기생 이혜연(21.사회복지학과)씨도 "박 후보를 지지한다"며 "같은 여성으로 여성이 겪는 폭력 문제나 취업 문제를 잘 해결해 줄 것 같다"고 했다.

북문 상가주변에서 만난 김정식(26.화학공학과)씨는 "투표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부모님이 워낙 투표하라고 강요해서 하기로 했다"며 "지지하는 후보는 없지만 아버지가 지지하는 박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도 사회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연륜 있는 부모님이 지지하는 사람을 뽑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이상민(30.행정학부)씨는 "반값등록금은 상징적 문구지 실제로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야당의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했다. 때문에, 이씨는 "현실성이 부족한 공약을 내세우는 문 후보를 뽑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인 취업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출신 박 후보를 뽑아 지방대 인재를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나오는 학생들(2012.1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나오는 학생들(2012.1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문 후보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은 이명박 정부 실정에 대해 비판하며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 앞에서 시험공부를 하다 휴식을 취하러 나온 강성욱(26.물리학과)씨는 "학자금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반값등록금 공약은 절실하다"며 "박 후보의 장학제도 개선 방침은 혜택이 크지 않아 생색내기 공약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 후보의 국공립대 실질적 반값등록금 공약이 가장 솔깃하다"고 했다.

이창성(27.수학과)씨는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낮추거나 반값등록금을 하거나 무엇보다 후보의 실행 의지가 중요하다"며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고 사립대와 연관성이 깊은 새누리당 출신 박 후보가 이를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박 후보보다 서민대통령을 표방하는 문 후보가 이를 실현할 의지가 높아 보인다"고 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러가던 이영준(22.정치외교학과)씨는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에 너무 많이 실망했기 때문에 여당을 신뢰할 수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박 후보도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정치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며 "투표 당일은 알바도 공부도 미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북문 앞 버스 정류장 근처(2012.1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북문 앞 버스 정류장 근처(2012.1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문대 주변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선에 대해 얘기하고 있던 김모씨(32.중어중문학과)씨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지만 그의 사퇴로 문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며 "주변에는 안 후보 사퇴에 실망해 투표를 안한다는 사람도 있어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는 근본적으로 유신독재 시대 인물"이라며 "소통이 화두인 이 시대에 불통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김씨와 얘기를 나누던 양모씨(29.중어중문학과)씨도 "민주당을 좋아하진 않지만 박 후보가 싫어 문 후보를 지지한다"며 "평등, 소통, 통합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에 박 후보 정치 스타일은 너무 꽉 막혀 있고 비밀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문 후보는 소탈해보이고 소통이 잘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20-30대들이 많이 투표하러 나오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며 "70%를 넘겨야 정권교체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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