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성공, 환호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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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홍철 칼럼] '우주개발'의 군사적․정치적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


'우주강국'의 꿈?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언론의 ‘환호’가 대단하다. 보수와 진보 가릴것없이 이 ‘쾌거’를 찬양하고 있다. 가령 <한겨레>는 1월 31일자 사설 <나로호의 성공, 우주개발을 향한 절반의 성취>에서 “우주기술은 이제 꿈의 첨단기술이 아니라 현실의 생활기술이 된 지 오래”라면서, 우주기술과 통신위성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위해 “행정과 정치의 지나친 개입”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경향신문> 역시 같은 날 1면 머릿기사 <한국, 마침내 우주의 문을 열다>에서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서 한국은 러시아․미국, 북한 등에 이어 자국 영토에서 자국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리는 데 성공한 11번째 ‘스페이스클럽’ 가입국이 됐다”고 쓰고, 다분히 긍정적인 태도로 세 면에 걸쳐 이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경향신문> 2013년 1월 31일자 1면
<경향신문> 2013년 1월 31일자 1면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집권여당은 말할것도없고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등 야당들도 하나같이 ‘환영’ 일색이다.

‘우주강국’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러한 입장들은 로켓 개발과 같은 우주기술 개발이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제를 하나같이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한겨레> 사설처럼 한국의 우주기술은 “내비게이션, 이동통신, 기상관측, 재해감시, 자원탐사” 같은, 이미 ‘현실의 생활기술’이 되어버린 분야에서 ‘평화로운 목적’으로만 이용될 것이라는 것 역시 은연중에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들이 과연 타당하고 신뢰할 만한 것인지를 냉정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우주기술 개발과 같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그것이 시민들의 삶과 우리 사회의 안전과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균형감 있게 성찰해야만 한다.

우주공간의 군사적․상업적 이용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저술을 해온 칼 크로스먼 뉴욕주립대 교수의 논문 <우주공간으로 뿌려지는 탐욕의 씨앗>(2001년)은 이러한 비판적 성찰에 도움을 준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우주공간으로 뿌려지는 탐욕의 씨앗

인간이 처음 달을 밟기 훨씬 전부터 이미 인류는 우주공간의 소유권에 대한 계획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1967년부터 효력이 발효된, 유엔 총회의 ‘외계공간조약(Outer Space Treaty)’은 우주공간을 향한 경주에서 큰 도약이 되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에 의해 비준된 이 조약은 지구 바깥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국제법의 역할을 한다.

“인류의 우주공간에의 진출로 생겨나는 엄청난 새로운 가능성에 직면하여, 외계공간에 대한 탐험과 평화적인 이용으로 전체 인류가 얻게 될 이익을 위해서”라고 OST의 전문(前文)에 명시되어 있다. 또한, “달과 그밖의 다른 천체들을 포함한 우주공간은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며” 우주에서의 전쟁 가능성도 배제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조약이나 협정의 문제점은 늘 누군가가 그것을 벗어나려 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2000년 11월 20일 유엔 총회에서는 163개국이 OST와 특히 “우주공간은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재확인하는 투표를 하였다. 이런 절차가 필요했던 이유는 바로 미국이 우주공간을 군사적으로 독점하려는 그들만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우주사령부와 그 내부조직의 문건에 분명하게 기술되어 있듯이 미국 군부는 “우주를 통제하고” 지구를 “지배하기”를 원한다. 미 우주사령부는 “육군과 해군 및 공군의 우주군대를 조정”하며 “우주공간의 이용을 제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하여” 1985년에 설립되었다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다. 미국 군부의 문서들은 우주를 ‘궁극적인 고지(高地)’라고 부르고 있다. 엄청난 자금이 우주에서의 전쟁을 위해서 투입되고 있는데, 그 안에는 우주에서의 사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레이저 무기개발도 포함되어 있다. ‘미사일 방어체제’ 역시 미국의 우주공간에 대한 군사적 프로그램의 한 단계다. 또 과거 로날드 레이건이 공표했던 ‘별들의 전쟁’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군사계획 역시 사라진 것이 아니다.

1996년의 미공군위원회 보고서〈새로운 세계의 전망 ― 21세기의 공군과 우주〉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앞으로 20년 이내에 새로운 기술에 힘입어, 전술적 · 전략적 충돌에서 무력의 과시로서 에너지와 질량을 전달하는 데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우주기지로부터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 기술의 진보는 레이저 무기의 사용이 대량 살상에서 경제적인 방법이 되게 할 것이다.” 

또하나의 미국 우주사령부의 보고서는〈비젼 2020〉인데, 그 표지에는 레이저 무기가 지상의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비젼 2020〉에서는 “우주사령부는 우주에서의 군사행동을 지배하여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우주의 군사력을 통합하여 지구상의 어떠한 분쟁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전쟁수행 능력을 갖춘다”고 선언하고 있다.

1996년에 나온〈비젼 2020〉은 우주와 지구를 통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여러 세기 전에 국가들이 상업적인 이익을 보호 · 증진하기 위하여 해군을 육성하고, 유럽국가들이 해상을 장악함으로써 세계를 정복했던 것과 비교하고 있다.〈비젼 2020〉은 또한 글로벌 경제를 강조한다. “경제의 세계화는 지속될 것이며, 그 결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간격은 점점더 벌어질 것이다”라고 우주사령부는 말한다.

미국의 올가미

황대권은 <경향신문> 1월 31일자 ‘녹색세상’에 기고한 칼럼 <로켓 발사 경쟁>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미국의 원대한 우주 군사기지 구상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미국의 ‘미친 짓’을 한사코 반대한다. 명분을 만들면 된다. 미국의 가상 적국을 부추겨 우주개발에 나서게 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나 이란 같은 나라가 적격이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적국의 군사력을 강화시킨 예를 들라고 하면 한정 없이 들 수 있다. … 사회주의권 몰락, 김일성 사망, 미국에 의한 오랜 무역금지 압박, 연이은 자연재해 등으로 국력이 거덜나다시피 한 북한으로서 최소한 자원을 가지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곤 ‘핵미사일 개발’밖에 없었다. 누가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북한은 초보적 수준의 우주개척에 보란 듯이 성공했다.”

이것은 보기 드물게 날카로운 분석이다. ‘미국의 올가미’에 걸려든 북한의 ‘성공’은 결국 미국의 우주 군사기지화를 위한 명분과 비용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북한의 공격능력을 과장함으로써 공포심에 사로잡힌 남한”과 주변국들에게 미국이 주도하는 군산복합체제로의 편입을 독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용전가를 포함해서 말이다.

지난 1월 28일 외신들은 미국, 중국, 일본이 요격미사일과 정찰미사일을 쏘아올렸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틀 뒤 한국까지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로켓 발사 경쟁’이 의미하는 바를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E.F. 슈마허의 말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거대기술은 “핵발전소와 같이 실제로 어떤 작업이 완성되고 나면 얼마나 무익한지 위험한지 상관없이 그 일을 운영할 마피아 집단”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은 단순히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명백히 군비경쟁의 일환이며, 지구적 차원의 평화와 관련된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다. 따라서 나로호 발사 성공에 ‘환호’하며 이것이 가진 군사적․정치적 함의를 외면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태도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변홍철 칼럼 19]
변홍철 / <하이하버연구소> 소장,  전 《녹색평론》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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