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전환의 도시 대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철 칼럼] "향수에 젖어 변화 못하는 도시에 희망은 없다"


지난 달 국채보상공원 기념관에서 대구경북학회가 주최하는 ‘전환의 도시 대구’ 북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그 시간을 함께 즐겼다. 공연도 준비되었고 막걸리도 제공되었다. 대학총장, 공무원, 시의원, 시민운동가, 학자, 시인, 언론인, 대학원생 및 대학생 등이 격의 없이 둘러앉아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었다. 마치 프랑스 소설에서 봄직한 지식인 살롱과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전환의 도시 대구’는 1971년 영어로 출간된 책 이름이다. 1968년 국제개발학회(SID)는 개발도상국가의 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 때 연구진은 대상 국가로 한국을 선택하고, 도시는 대구로 결정하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구는 당시에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의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SID는 4년의 준비 끝에 ‘전환의 도시 대구’를 영어로 발간하였고 이번에 그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판된 것이다.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대구가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속도로 빠르게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던 도시의 하나였다는 사실은 지금으로서는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반세기가 미처 지나기도 전에 부끄럽게도 대구는 보수성과 정체성을 대변하는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날 북 콘서트에서 대구의 이러한 상황을 두고 나비의 우화(羽化) 과정에 빗댄 이야기가 나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나비는 두 번의 변신을 거쳐 화려한 날갯짓을 하는 생명체로 완성된다. 나비 알에서 애벌레, 다시 애벌레에서 나비로의 변신이다. 애벌레에서 나비로의 두 번째의 변신을 흔히 우화라고도 한다.  

말하자면, 나비 알에서 애벌레로의 변신에 대해서는, 대구는 세계의 어느 도시보다도 신속하고 효율적인 과정을 통과하였다. 40여 년 전 대구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근대 교육의 중심이 되고, 신문명을 받아들이고, 첨단 과학을 발전시키고, 전위적인 예술가를 배출하는데 있어 세계적인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내었다. 그 때문에 SID는 대구를 주목하고 ‘전환의 도시 대구’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구는 두 번째 변신인 애벌레에서 나비로의 우화 과정에서 심각한 지체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나비가 되지 못한 애벌레가 지금 대구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날 참석한 누구는 이를 두고 대구는 성인이 되지 못하고 청소년기에 머물고 있는 자폐적 증상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자조 섞인 말투로 푸념하였다.  

두 번의 변신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나비로의 화려한 비상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성공적인 변신에 자족하고 그 기억에 머물러 있으면서 언젠가는 다른 나비처럼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을 꿈꾸고 있는 애벌레의 착각, 아마도 이 비유가 대구의 현재의 모습을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변신의 성공적 모습에 대한 자아도취로 더 이상의 변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도시가 대구이다.      

지금 대구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또 한 번의 전환이다. 초기 근대 공업화에 성공적 사례를 만든 대구는 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도시로의 전환을 치열하게 준비하여 그 과정을 무사하게 수행하고 통과해야 일류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이 대구의 슬픈 자화상이다. 유능하고 창조적인 젊은 청년들이 이에 좌절하고 도시를 떠나고 있다. 나비의 꿈을 꾸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청년들은 과거의 향수에 젖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도시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청년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못하고, 또한 젊은 그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는 도시는 전향적인 변신을 시도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대구가 또 한 번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젊은 청년들로 하여금 도시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를 일치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들에게 무한한 도전의 기회와 활동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대구가 앞으로 주체적으로 수행해야 할 새로운 변신은 새로운 상상력과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모든 기획의 중심에 유능하고 창조적인 젊은 청년의 미래에 대한 꿈의 실현과 그들의 지역 내 안착이라는 사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전환의 도시 대구’는 40여 년 전에 발간된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대구가 향후 수행해야만 하는 미래의 과제이기도 하다. 대구경북학회는 21세기 초엽 현재의 시점에서, 타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내부자의 관점에서 쓰인 ‘전환의 도시 대구’ 후속편을 2013년 상반기 중 출판할 예정이다. 이 책에는 화려한 날갯짓의 나비로의 두 번째 변신을 위해 대구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다양한 논의가 포함될 예정이다. 그러나 논의는 논의일 뿐. 대구의 당면한 과제는 논의의 수준에서가 아니라, 실제적 차원에서 두 번째 전환을 빠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애벌레가 마침내 나비로 변신하여 훨훨 날 수 있어야 대구 사람들의 답답한 숨통이 트이지 않겠는가. 

‘전환의 도시 대구’ 후속편의 북 콘서트에서는 더 많은 젊은 청년이 참가해 오랜 동안 이 도시를 사랑해 온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대구의 자랑스러운 전통의 하나인 지식인 살롱의 활발한 움직임도 이참에 함께 복원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가만히 속삭여 본다. 





[김영철 칼럼] 30
김영철 /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kimyc@kmu.ac.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