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평화뉴스
  • 입력 2013.07.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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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화 칼럼] "좋은 일자리, 골목상권 살리고 갑을관계 바꾸는 시민의 힘"


이제 차분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우리에게 협동조합은 무엇인가를.
지난 반년간은 우리사회에 협동조합 열풍이 부는 시기였다. 관이든 민이든 기업이든 시민단체이든 비영리단체이든 어느 곳 가리지 않고 모두 협동조합을 의논하고 공부하고 설립을 준비해왔다. 많은 곳에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상황이 과연 좋은 상황일까? 이 상황이 정상적인 상황일까? 이 질문에 대해 우선 정상적(?)인 상황은 맞는 것 같다. 법을 만들고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에서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밀고 있는데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물며 지난 5년간 복지서비스 영역, 비영리부분, 시민단체 등에서 경험해 온 바,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의 경험이 바로 협동조합 설립을 활성화시킨 심리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마당에. 때문에 현재의 열풍은 당연한 과정이자 예상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좋은 상황인가'라는 질문은 어떤가 살펴보자. 6월말 기준으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일반협동조합 1,405개, 사회적협동조합 50개, 일반협동조합연합회가 6개이다. 이들 협동조합 중 일반협동조합연합회는 그 연합회의 목적을 살펴보지 않아도 연합회 조합원인 개별협동조합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고, 사회적협동조합은 그 자체로 비영리법인이니만큼 우선 논외로 해보자. 일반협동조합 1,405개 중에서 사업자협동조합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다음으로 소비자협동조합이고 직원협동조합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¹ 이는 협동조합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 설립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바꾸어 말하면 소비자 협동조합이나 직원협동조합 분야는 상대적으로 선택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골고루 성장해야 해야 협동조합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협동의 경제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1) (일반)협동조합은 그 역할과 성격에 따라 사업자(생산자)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직원(노동자)협동조합을 분류할 수 있다. 이 분류를 쉽게 이해하는 방법으로, 협동조합의 매출에서 생산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잉여(금)이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가령, 주식회사에서 이윤은 당연히 투자자 몫이다. 잉여를 소비자 판매가격을 인하하거나 좋은 물품을 공급하는데 사용하면 소비자협동조합, 사업자(생산자)의 구매 가격을 인상하면 생산자협동조합, 직원들의 임금이나 근로환경을 개선한다면 직원(노동자)협동조합, 취약계층 복지확대나 공익사업 등에 사용하면 사회적협동조합이다.

특히 직원협동조합² 사례가 드문 것은 문제이다. 사업자협동조합이나 소비자협동조합과 직원협동조합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긴박함이나 절실함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직원협동조합은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이라고 보면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먹고 살기 위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스스로 고용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것이다. 청년이든, 취약계층이든, 시니어든, 주부든, 건설노동자이든, 디자이너든, 정비공이든, 운전기사이든 누구든지 협동조합을 통해서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해고 걱정 없고, 이익은 고스란히 직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협동조합은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

2) 협동조합기본법에는 직원협동조합으로 명명하고 있는데, 노동자협동조합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맞다.

한편, 협동조합을 만드는데 좀 더 고뇌하고 고민해서 만들었으면 한다. ‘왜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가?’, ‘그냥 주식회사를 만들면 되지 않겠나?’, ‘꼭 협동조합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는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정말로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해 봐야 한다. 고민과 준비 없이 만든 협동조합은 금방 무너지게 된다.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지만(서류가 많아서 좀 골치 아프다) 만들고 나서 더욱 힘들다. 곧바로 시장과 경쟁해야 하고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경상경비 압박에 시달린다. 경영과 마케팅에 대해 어려워하고, 그러다가 조직내부에 운영이나 전망과 관련한 이견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사면초가에 휩싸이게 된다. 철저한 준비 없이 시작한 협동조합은 매우 쉽게 망한다. 벌써 사업을 포기한 협동조합이 나오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현재의 상황이 부정적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보다 많은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 그만큼 사회는 건강해진다고 믿고 있다. 당분간 양적성장이 지속될 것이다. 분야도 넓어지고 규모도 다양해지고, 협동조합을 악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폐업하는 사례도 많아지겠지.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건강한 협동조합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을 것이다. 건강한 협동조합은 미션을 잘 수행하면서 지속가능성이 있는 협동조합이다. 건강한 협동조합이 많아지려면 마을에서, 시민단체에서, 노동운동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통해서 창업하고 일자리를 만든다. 소비자들이 모여서 통신협동조합을 만들면 어떨까. 프랜차이즈가맹점주협동조합은 어느 분야보다 시급하다. 갑을관계를 바꾸는 힘이 생긴다. 시민들이 조합으로 참여하는 SSM은 어떨까? 골목상권을 살리는 SSM, 생각만으로 신난다. 그 잉여는 지역민에게 돌아가고 지역민에게 돌아간 돈은 다시 지역에서 소비되는 경제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대구백화점을 협동조합으로 바꾸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투자자와 소유자에게 돌아가던 이익이 수많은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일이 벌어진다. 말 그대로 대구백화점이 되는 것. 시내버스 회사를 시민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으로 만든다면? 시내버스 원가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겠지. 막대하게 쏟아 붓는 시 재정을 줄이겠지. 시민들이 모여서 예술협동조합을 만들면 좋은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래! 협동조합은 신나는 일이다. 삶의 곳곳에서 이 신나는 일을 시작해 보자.






[윤종화 칼럼 16]
윤종화 / 대구시민센터 상임이사.  yoonj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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