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위로 올라간 노동자, 촛불을 든 건설노동자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0.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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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건설노조 1백여명, 대구시청 앞 촛불문화제..."김범일 시장, 불법하도급 해결해야"


"옆에 있던 동료가 저 높은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렇게 14일이 지났다. 눈물이 난다. 여력만 되면 내가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동생이자 친구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건설노동자의 울분섞인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때까지 촛불을 계속 들 것이다"


23일 저녁 6시. 어둠이 내린 대구시청 앞에 건설노동자 1백여명이 촛불을 들고 하나 둘 모여들었다. 건설현장에서 막 일을 마치고 온 노동자들은 쌀쌀해진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촛불을 켜고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대구시청사를 마주하고 앉았다.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서재지구 동화아이위시 아파트 건설현장 50m 높이 크레인 위에서 지난 10일부터 14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동료들 때문이다.

정창식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부지부장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결국 불법하도급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대구시 책임"이라며 "김 시장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노동자가 휴대폰을 통해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배진호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조직부장과 권오준 수석부지부장의 육성을 들려주자, 촛불을 들고 있던 동료 노동자들 사이에서 "잘 지내냐", "반갑다", "아프지 마라", "미안하다"는 울음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촛불을 든 대구경북 건설노동자들(2013.10.23.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촛불을 든 대구경북 건설노동자들(2013.10.23.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한 아파트 건설현장 노동자 3명이 "단체협약 이행"과 "어용노조 해체"를 촉구하며 14일째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가운데, 건설노동자 1백여명이 촛불을 들고 대구시에 "사태해결"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는 23일 대구시청 앞에서 '어용노조 해체 민주노조 사수 건설노조 촛불문화제'를 갖고, 건설노동자들의 고공농성과 관련해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문제 해결에 대구시가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문화제는 저녁 6~7시 30분까지 조호제 대구경북건설지부 교선차장 사회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으며, 대구경북지역 건설노동자 1백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단체협약 이행", ▶"시다오께 노조(하도급업자 어용노조)해체", "석종건설 퇴출", "불법하도급 중단", "불법하도급 시행 건설업체 관리・감독"을 대구시에 촉구하며 "문제해결까지 농성과 집회를 계속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앞으로 매주 화~금요일 저녁 6시 대구시청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며, 지난 14일부터 매주 월요일은 동화아이위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대구지역 건설현장 무법천지 불법하도급과 착취 속에 건설노동자 죽어난다. 대구시는 즉각 사태해결에 나서라" 플래카드(2013.10.23.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건설현장 무법천지 불법하도급과 착취 속에 건설노동자 죽어난다. 대구시는 즉각 사태해결에 나서라" 플래카드(2013.10.23.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지난 8월 건설노조는 동화아이위시 아파트 건설현장 본청 '동화주택', 하도급업체 '석종건설'과 '다른 단체는 교섭단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작업자 채용 시 민주노총 건설지부 조합원을 우선 채용한다', '지역노동자를 80% 이상 직고용 한다'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석종건설은 이 단체협약을 어기고 지난 9월 25일 설립한 한국노총 영남건설노조와 재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또,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대신 영남건설노조 소속 노동자 12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기존 노동자들에게는 "일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현재 이들은 다른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는 '하도급업자의 경우 계약을 맺은 사람 이외에 또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하도급을 할 수 없다'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를 위반한 것으로, 건설업을 등록한 시.군.구청에서 영업정지처분이나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노조 측이 사측에 수차례 문제해결을 촉구했지만 사측은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후, 배 조직부장과 권 수석부지부장, 박경태 지구장은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건설현장 다단계 하도급"을 비판하는 노동자들(2013.10.23.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건설현장 다단계 하도급"을 비판하는 노동자들(2013.10.23.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현재 고공농성중인 노동자 3명은 크레인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으며 조합원 2명이 크레인 아래에서 도르래를 이용해 하루 3끼 식사와 통신수단을 반입하고 있다. 건강상태는 아직까지 양호하다. 경찰 병력은 14일 이후 전원 철수했고 석종건설 소속 용역직원 3-4명만 농성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한편, 석종건설은 지난 14일 동화아이위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몸싸움을 벌인 것과 관련해 이길우 대구경북건설노조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 5백여명을 '업무방해혐의'로 고소・고발하고, 노동자 8명에게는 하루 2천6백만원 상당의 손배가압류를 청구했다.

대구시청사 앞을 바라보며 "단체협약 이행"과 "어용노조 해체"를 촉구하는 건설노조(2013.10.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청사 앞을 바라보며 "단체협약 이행"과 "어용노조 해체"를 촉구하는 건설노조(2013.10.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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