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도 살리고 공직 오염도 막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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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비정상적 관행, 공직소득ㆍ부동산 초과이익 환수를"


총리 후보 안대희 씨가 사퇴하였다. 총리 지명을 받은 후에 그는 "비정상적인 관행과 부정부패 척결로 공직을 혁신하고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잡겠다"고 하였다. 그런 안대희 씨가 바로 “비정상적인 관행”인 전관예우의 수혜자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사퇴하고 말았다.

안대희 씨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전관예우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전관예우라는 오해와 비난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 조심했습니다.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늘 잊지 않았고, 이들의 편에 서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필자는 안대희 씨와 친분이 없지만 그의 해명을 믿고 싶다. 능력과 청렴도에서 훌륭한 분이고 야당도 이 점을 인정한다는 말이 들린다.

전관예우의 수렁에서 건져 올리려면

그래서 그의 사퇴는 매우 안타깝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근본적으로는 전관예우를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에서도 대응한다고 하니, 이 글에서는 아까운 후보를 전관예우의 수렁에서 건져 올리는 방법만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아예 인사청문회를 없애고 싶은 쪽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세월호 사태로 해경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해서 조직의 해체가 정답인 것은 아니다. 인사청문회가 국민의 상식과 달리 운영되어 온 점도 있고 정치권이 서로 상대편에 대해 일관성 없는 기준을 적용하기도 했다. 그래도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더욱 근신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상류층의 민낯이 국민에게 공개되는 효과도 있다. 햇빛은 최고의 방부제인 것처럼 잘못은 드러낼수록 예방과 치유가 쉬워진다.

그렇다면 인사청문회는 두되 후보의 과거를 문제 삼지 말아야 할 것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공직자로서의 품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인데 검증을 위해서는 후보가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김용준 총리 후보의 검증에 대해 “신상 털기”라고 불만을 표시한 적도 있지만, 그 외에 무슨 방법이 있나? 점을 칠 것인가, 관상을 볼 것인가?

공직소득 초과액을 환수하는 방안을

그렇다고 잘못이 밝혀진 모든 후보를 낙마시킨다면 일부의 염려처럼 공직 후보의 씨가 마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도덕 수준을 개탄하고 반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결점의 인간은 드물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 악성도가 특히 높은 잘못을 저지른 경우가 아니라면 큰 틀에서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 인재도 살리고 공직의 오염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인사청문회의 단골손님인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제시해왔다. 대부분의 부동산 투기는 “비정상적인 관행”에 속하므로 이를 반성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원죄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자는 취지다. “적절한 조치”로는 부동산을 통해 매입가격의 원금과 이자를 초과하는 이익을 얻었을 경우에 초과이익을 정부에 귀속시키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이런 원리를 안대희 씨의 경우에 적용하면 이렇다. 대법관-변호사-총리로 이어지는 경력 중 변호사 부분이 문제이므로, 그 기간에도 계속 공직에 있었다고 할 때 얻었을 수입만 보장하고 초과액을 정부에 귀속시키면 된다. (변호사소득 – 공직소득)을 환수한다는 것이다. 공직소득으로는 앞으로 취임할 공직의 (안대희 씨의 경우에는 총리직의) 보수를 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장원리(?)에 따라 산다면 공직을 포기하면 된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변호하기도 한다. “(안대희 씨는) 30년 공직 생활을 깨끗하게 마쳤잖아요. 최종 근무지에서 1년간 사건 수임을 금지하는 변호사법도 지켰고요. 자꾸 수임료를 문제 삼는데 맛있는 식당에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무슨 탈세라도 했다면 모르지만….” (출처: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 칼럼에서 인용)

시장원리(?) 대로 살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공직자로 적합하지 않다. 적폐든 관행이든 잘못을 척결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할 공직자는 단지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사람은 공직에 나서지 말고 그냥 시장에서 돈 많이 챙기면서 살면 된다.

더구나 전관예우는 시장원리도 아니다. 시장이란 정당한 노력과 기여의 대가를 보장할 때 제대로 작동하는 장치이며 특권과 특혜는 오히려 시장의 적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의 저서 <불평등의 대가>를 인용해 둔다. “시장은 진공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정치는 대개 상위 계층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불평등은 대부분 시장 왜곡의 결과다.”






[김윤상 칼럼 58]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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