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곳에 자립을...대구 첫 지원 네트워크 출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7.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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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단체 [노동·주거·자활 네트워크] 쪽방·노숙인 등 일자리 상담·교육, 주거 개선 지원


3일 대구 서구 원대동3가 일대. 낡은 시멘트 벽과 슬레이트 지붕으로 이뤄진 한 평 남짓한 쪽방. 18년째 이 곳에 사는 유모(57)씨 방에는 선풍기도 TV도 없다. 전자기계는 고장난 밥솥이 유일하다.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유씨가 선택한 방법은 부채질. 창문도 없는 좁은 방의 온도는 떨어질 줄 모른다.

그는 2008년까지 용접공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04년 사고로 다리와 팔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40만원을 지원받아 생계를 유지했지만 월세 15만원, 전기세, 교통비, 식비를 대느라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 받고 있다. 약값이라도 벌기 위해 파지를 주워 고물상에 팔아 보지만 턱 없이 부족하다. 일자리를 구하러 공사판도 가봤지만 기술이 없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더위를 식혀줄 방 한칸과 약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터는 그에게 너무 절실하다.

대구 서구 원대동3가 일대에 있는 좁은 쪽방촌(2012.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서구 원대동3가 일대에 있는 좁은 쪽방촌(2012.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쪽방주민과 노숙인 등 사회적취약계층의 집과 일자리 지원을 위해 대구지역 시민사회가 힘을 뭉친다.

다울건설협동조합(건설근로자취업지원 대구서부센터), 대구광역자활센터, 대구주거복지센터, 대구쪽방상담소 등 4개 단체는 3일 다올건설협동조합에서 취약계층 주거 복지와 고용 창출, 자활을 위한 '노동·주거·자활 네트워크' 출범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조기현(50) 다울건설협동조합 대표, 박송묵(50) 대구광역자활센터장, 최병우(45) 대구주거복지센터 소장, 장민철(40) 대구쪽방상담소장 등이 참석했다.

대구 지역사회의 사회적취약계층을 위해 각각 노동, 주거, 자활 분야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지원사업을 펼쳐 온 이들 단체는, 올해 초부터 각 분야 기능을 하나로 모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데 합의했다. 서울의 '두꺼비하우징', 강원도의 '노나메기' 등이 각 지역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이미 이들 단체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대구지역에서 이 같은 민간네트워크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주거·자활 네트워크' 출범식...왼쪽부터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대표, 박송묵 대구광역자활센터장, 최병우 대구주거복지센터 소장,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2015.7.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동·주거·자활 네트워크' 출범식...왼쪽부터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대표, 박송묵 대구광역자활센터장, 최병우 대구주거복지센터 소장,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2015.7.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은 앞으로 상호 협력을 통해 공동사업을 한다. 대상은 쪽방주민, 노숙인, 일용건설근로자 등 대구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먼저 일자리 상담과 교육 후 당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각각 고용을 매칭시킨다. 특히 집수리, 신축 등 건설 관련 부분을 특화 교육한다. 일거리가 없을 때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일자리 공모사업에 공동 참여한다. 협력 방향에 적합한 다른 사업도 공동 추진한다.

주거와 관련해서는 쪽방과 여인숙 등 열악한 환경에 놓인 주거취약계층의 집을 고치는 등 주거환경을 개선한다. 더 나아가서는 이들이 마을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스스로 집을 짓는 사업도 할 계획이다. 취약계층들이 함께 일을 하고 건축 기술을 배워 자립의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대표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에 대한 나눔과 배려 실천에 대해 공감해 네트워크를 발족했다"며 "주거, 일자리 지원을 통해 취약계층 자립을 돕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송묵 대구광역자활센터장은 "지속적인 취약계층의 고용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병우 대구주거복지센터 소장은 "각자 역할을 하던 4개 단체가 취약계층 주거와 일자리, 자활을 위해 힘을 뭉쳤다"면서 "따뜻한 집, 지속적인 일자리를 통해 그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도 "서로가 바라는 희망과 꿈이 궁극적으로 같다는데 동의해 오늘의 자리를 만들었다"며 "지역사회 공동체로서 약자들의 버팀목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쪽방주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다울건설협동조합의 취업 교육장(2015.7.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쪽방주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다울건설협동조합의 취업 교육장(2015.7.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3일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월세 10~20만원으로 여관이나 여인숙 등 1평 남짓한 쪽방에서 생활하는 대구지역 쪽방주민과 노숙인 등은 모두 1천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쪽방상담소는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대구시에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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