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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막는 장관, 핵발전소 옆에 살 마음 있나?
[주간 프레시안 뷰]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 합법이다"
2015년 11월 06일 (금) 14:40:02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 위원장 pcoop@pressian.com

11월 11일로 예정된 영덕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정부와 이권 세력이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어제(11월 5일)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이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영덕에서 추진 중인 주민투표에 대해 "주민투표법에 따른 합법적인 주민 투표가 아니며 아무런 법적인 근거나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주민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영덕군수도 최근에 비슷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를 받아쓰는 일부 언론은 '적법성 시비', '불법'같은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위축시켜서 투표장에 못 가게 하겠다는 속셈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영덕에 "주민투표는 불법"이라는 취지의 현수막들이 대량으로 나붙고 있습니다. 또한 핵발전소 건설로 돈을 버는 기업들이 현수막을 대거 붙이고 있습니다. 현수막 문구와 현수막을 건 주체들을 보면 한심합니다.

   
▲ 영덕 주민투표 불참을 독려하는 현수막 / 사진 제공.영덕주민투표추진위

"천지원전, '안전 최우선'으로 건설하겠습니다"(현대건설), "영덕 주민의 신뢰, 철저한 원전 안전으로 보답하겠습니다"(두산중공업), "천지원전 건설, 영덕군의 희망찬 미래를 함께 열어가겠습니다"(한화건설), "천지원전 건설, 영덕군의 희망찬 미래를 함께 열어가겠습니다"(한국원자력연료), "영덕의 미래를 여는 천지 원전, 안전하게 설계하겠습니다"(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안전한 천지원전 건설, 한전 KPS도 함께 하겠습니다"(한전KPS 주식회사)

이 회사들은 모두 핵발전소가 건설되면 돈을 버는 회사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현수막으로 영덕군 안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권 집단이야말로 외부세력입니다.

지금 '외부세력'이라고 지칭되는 녹색당이나 환경단체, 종교계야 영덕에 핵발전소가 들어오든 안 들어오든 무슨 경제적 이득을 보겠습니까? 자발적으로 주민투표를 돕기 위해 영덕을 찾는 사람들은 자기 돈 들여서 영덕주민들이 민주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런데 핵발전소 지으면 이득 보는 집단은 이렇게 순수한 집단이 아닙니다. 돈을 보고 영덕에 들어온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고 진짜 외부세력입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영덕핵발전소 옆에서 노후를 보낼 것입니까? 자신들은 책임도 지지 못할 일을 책상에 앉아서 결정하는 이들이야말로 외부세력입니다.

어쨌든 이런 진짜 외부세력들은 주민투표가 적법하지 않다, 불법이다는 식의 주장들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이야기가 맞는 걸까요?

법률전문가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는 지난 4일 '영덕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는 합법'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설사 핵발전소 건설이 국가사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유치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사항이 맞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래 주민투표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정부의 방해로 그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는 주민투표는 적법하다는 것입니다.

   
▲ '영덕 주민투표는 합법입니다' 기자회견(2015.10.27) / 사진 제공.영덕주민투표추진위

사실 이 문제는 이미 법원에서 판단한 적도 있는 문제입니다. 2004년 2월 14일 전북 부안에서는 핵폐기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주민투표도 민간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정부가 주민투표를 하지 않아서, 시민사회, 종교계 등이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주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저는 부안 주민투표에서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사무처장을 맡아서 주민투표 준비를 총괄했었습니다. 그 때에도 이런 주민투표가 불법이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찬성 쪽 주민들이 주민투표금지가처분신청을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에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민간 차원의 주민투표는 불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정부는 '적법한 주민투표를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법이 아닌 것을 불법이라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불법적인 행위입니다. 정부가 법적인 근거도 없이 국민들의 '행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주민투표가 적법하지 않다면, 정부는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면 됩니다. 그래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행위는 하지 못하고, 말로만 '적법하지 않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것입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법적 효력이 없는 주민투표'라는 주장도 합니다. 그 말 자체는 맞습니다. 정부가 주민투표법에 따른 주민투표를 못하게 해서 민간 차원으로 하는 것이므로, 투표 결과가 법적인 구속력을 갖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주민투표의 결과는 법적 효력 여부에 관계없이 정치적 효력을 갖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북 부안에서 치러졌던 핵폐기장 찬반 주민투표도 법적인 구속력은 없었지만, 주민들의 반대의사가 확인되자 결국 핵폐기장은 백지화되었습니다. 일본에서도 핵발전소 유치여부에 대해 법적 구속력없는 주민투표가 실시된 적이 있었고, 반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자 핵발전소가 백지화된 사례가 있습니다.

민심은 천심입니다. 민심을 거스르고 핵발전소같은 위험한 시설을 지역에 들여올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민심이 표출되는 것 자체를 가로막으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정부의 행태야말로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행위입니다.

결론적으로 11월 11일 치러질 영덕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는 합법입니다. 법원에 의해 확인되었고, 법률전문가단체들도 그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주민투표를 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영덕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는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시골 주민들을 무시하고 핵발전소를 밀어붙이려는 정부와 이권집단에 맞서는 주권자들의 정당한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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