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주민들, 11월 11일 '신규 원전' 주민투표 실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9.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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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에 이어 두 번째 '원전' 찬반 투표..."결과 수용" / 선관위 "법적 효력 없다"


경북 영덕군 신규 원자력발전소 유치와 관련해, 주민들이 오는 11월 11일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영덕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위원회(임시위원장 손성문)'는 9일 영덕군 영덕읍 신라약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간주도의 '영덕 핵발전소(원전) 찬반 주민투표'를 오는 11월 11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민투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일방적 원전 유치에 주민들이 유일하게 제동을 걸 수 있는 의사표현 방식으로, 지난해 10월 강원도 삼척시 원전 찬반 주민투표 후 영덕군이 국내 두 번째다.

투표추진위는 "영덕 주민들은 영덕에서 계속 살아가는 사람들로 신규 원전 유치라는 중대한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원전 유치를 주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주민 열망은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지난 4월 영덕군의회 여론조사에서 주민 65%가 투표를 해야한다고 했고, 8월 투표추진위 여론조사에서는 68%가 요구했다"면서 "여론은 원전 반대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영덕 원전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주민들(2015.7.27) / 사진.투표추진위
영덕 원전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주민들(2015.7.27) / 사진.투표추진위

그러나 "이희진 영덕군수는 주민투표 요구를 계속 거부하며 주민들의 열망을 저버리고 있다"며 "중요한 사안에 대해 주민 스스로가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정부와 영덕군이 거부한 국민의 권리를 되찾고자 민간주도의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오늘 투표일을 공표한 뒤 앞으로 민주적인 절차의 주민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11월 11일 주민투표 날짜를 공표한 후 공식적으로 주민투표를 위한 활동에 나선다. 앞으로 4만 군민 주민투표 결의대회를 열고, 오는 9월 14일에는 탈핵천주교연대 생명평화미사와 탈핵천주교연대 출범식에 참석한다. 또 오는 10월 5일에는 주민투표를 총괄하는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출범하고 투표 시간과 투표 장소 명부 작성 결과 발표 방식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당일 투표는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법으로 정하고 있는 방식을 대부분 따른다. 11월 1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주민투표를 진행하고, 법적 개안 조건인 33.3%의 투표율에 맞게 개표를 한다. 이후 투표 결과는 이희진 영덕군수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전달한다. 원전 반대 표가 과반을 넘을 시에는 주민 의사를 수용해 신규 원전 전면 백지화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번 주민투표 유권자는 남정면, 달산면 영덕읍, 지품면, 축산면, 영해면, 창수면, 병곡면 등 9개 읍·면과 204개 행정리에 사는 주민 4만여명이다. 투표추진위 위원회에는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등 5대 종단 인사들과 지역 주민, 시민단체 인사 등 모두 36명이 이름을 올렸다.  

'원전 건설 찬반 투표 촉구' 피켓을 든 영덕주민(2015.7.14) / 사진.투표추진위
'원전 건설 찬반 투표 촉구' 피켓을 든 영덕주민(2015.7.14) / 사진.투표추진위

박혜령(46) 영덕원전 주민투표 추진위 사무국장은 9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영덕은 1986년 핵폐기장 후보 지정 후 2005년 주민투표로 막을 때까지 핵 문제로 수 십년 동안 반목과 갈등을 겪었다"며 "이제는 또 신규원전 건설로 주민 생존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더 이상 주민들은 핵이라는 문제로 지역이 갈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지역 미래는 주민 스스로 결정한다. 주민투표를 받아 들이지 않은 영덕군은 더 이상 주민을 대표하지 않는다. 이에 따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영덕군과 영덕군선거관리위원회는 "민간주도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영덕군 한 관계자는 "국책 사업이 확정된 부분에 대해 어떤 객관적 사실도 입증할 수 없는 주민만의 투표는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했고, 영덕선관위 한 관계자도 "국가 사무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며 "삼척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효력이 전혀 발생할 수 없다. 의견 수렴의 대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4호기 전경 /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4호기 전경 /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앞서 7월 7일 추진위는 '영덕 핵발전소 유치 찬반주민투표 청구인대표자증명서'를 이희진 영덕군수에게 보냈다. 주민투표법에 따라 주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지자체 결정에 대해 주민들은 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군수는 7월 21일 추진위에 공문을 보내고 주민투표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22일 신고리 7~8호기를 영덕에 건설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150만kW의 대규모 원전 2기를 2026~2027년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완공 후에는 명칭을 신고리 7~8호기가 아닌 '영덕 1~2호기'로 바꾼다. 2029년까지 6GW 신규 원전 2기도 영덕이나 삼척 중 한 곳에 추가 건설한다. 신고리 7~8호기에 신규 원전 2기까지 지으면 영덕에는 원전 4기가 들어선다. 영덕 원전 예정 부지는 영덕읍 석리, 노물리, 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대 324만㎡다. 예정 부지 반경 30km 안에는 영덕군 전체와 영양, 포항 북부, 울진 남쪽지역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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