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쌀 수입으로 나락값 폭락...농민은 운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1.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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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농민단체 '우리농업 지키기 기원제' / "정부, 농산물 가격 보장하고 '물대포' 사과해야"


안동에서 추수한 쌀로 만든 떡볶이, 영주 사과, 성주 참외, 풍기 인삼, 경산 대추. 18일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가을걷이 한마당'에 최근 추수한 먹음직한 경북 농산물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농민들은 자신들이 직접 추수한 여러 농산물을 각자의 부스에 올려놓고 넉넉한 인심으로 오가는 이들에게 시식을 권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곡식을 바라보는 표정들은 하나같이 뿌듯했다. 

가을걷이 한마당 우리농업 지키기 기원제(2015.11.18.대구백화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가을걷이 한마당 우리농업 지키기 기원제(2015.11.18.대구백화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농산물 뒤에 걸린 현수막과 피켓에는 농민들이 최근 겪고 있는 어두운 걱정거리들이 한가득 적혀 있었다. 밥쌀용 수입 확정과 한·중FTA(자유무역협정) 체결,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추진 등이 농민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의 이유다.

또 지난 11월 14일 서울 광화문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전남 보성군 한 60대 농민이, 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다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어 농민들의 속내는 더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고사를 지내는 남주성 전농경북도연맹 의장(2015.1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사를 지내는 남주성 전농경북도연맹 의장(2015.1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의장 남주성)과 식량주권수호 대구경북본부는 18일 대구백화점 앞 야외과장에서 2015 가을걷이 한마당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대구경북지역 농민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우리농업 지키기 기원제, 농산물 직거래 장터, 풍물놀이 등을 진행했다. 농산물 장터에서는 10개 시·군에서 온 농민들이 자신들이 직접 추수한 농산물을 판매했다.

특히 기원제에서는 돼지머리, 사과, 밤, 시루떡 등으로 고사상을 차리고 이땅의 모든 농부의 안녕을 기원했다. 이들 단체는 기원제 축문을 통해 "방사능, 광우병, 과도한 농약사용 등 건강을 위협하는 먹거리로 온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수 천년간 농토를 일궈온 농민들은 물밀듯 밀려오는 외국산 농산물로 나날이 폭락하는 농산물 가격에 깊은 절망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영주 생강을 전시하는 농민(2015.1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주 생강을 전시하는 농민(2015.1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수 천년 동안 우리의 밥상을 지키고 먹거리를 책임진 밥쌀은 우리의 생명이자 농부들의 피와 땀으로 반드시 지켜야할 우리의 주권, 미래, 희망"이라며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밥쌀을 수입하고 한중FTA, TPP까지 추진해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매국적 행위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밥쌀 수입마라, 농산물 가격 보장하라, 농민도 사람이다는 주장을 하며 11.14 민중집회에 참가한 백남기 농민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고 잔인한 공권력 폭력으로 농민을 짓밟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정부는 반드시 사과하고 이에 대한 준엄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농민이 없는 나라에게는 민족의 미래가 없다"면서 ▷밥쌀 수입 중단 ▷한중FTA 추진, TPP 가입 반대 ▷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고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밥쌀수입으로 쌀값폭락' 피켓을 든 한 농민(2015.1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밥쌀수입으로 쌀값폭락' 피켓을 든 한 농민(2015.1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남주성 의장은 "나락값은 지난해 5만2천원에서 올해 4만2천원으로 25% 폭락했다"며 "담배 한 보루, 개 사료 보다 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정부는 매년 나락값이 바닥 없이 폭락해도 밥쌀용 쌀을 전면 개방하고, 이 나라 저나라 FTA를 추진하고, 아예 TPP까지 가입하려 한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울면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농민들의 생존권을 더 힘들게 하는 대통령이 야속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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