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가족의 절규..."김석기, 국회의원 자격 없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1.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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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등 30여명, 경주서 김 전 서울경찰청장 규탄..."살인진압 책임자, 국회의원 후보 사퇴해야"


"살기 위해 망루에 오른 철거민 절규를 외면하고 무고한 목숨 6명을 앗아간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총선에 나간다고 한다. 대법원도 진압의 아쉬움을 인정했다. 아직 그를 용서할 수도, 잊을 수도 없다"

2009년 1월 20일 서울에서 발생한 용산참사로 철거민 중 가장 긴 5년4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이충연(44) 용산4구역 상가공사철거대책위원장은, 18일 오전 경주역 근처 김석기(61)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제20대 국회의원 경주시 새누리당 예비후보 사무실 앞에서 이 같이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용산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철거민 이충연(44)씨(2016.1.18.김석기 새누리당 경주 국회의원 예비후보 사무소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용산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철거민 이충연(44)씨(2016.1.18.김석기 새누리당 경주 국회의원 예비후보 사무소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7년전 용산참사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 등 모두 6명이 참사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남일당 망루에서 아버지를 잃고 교도소에서 4년을 보낸 뒤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이씨는 참사 7주기 이틀을 앞두고 당시 참사 경찰 책임자였던 김석기 후보의 사무실 앞에 서서 유가족의 울분을 쏟아냈다. 

용산참사 유족들이 참사 7주기를 앞두고 당시 경찰 책임자였던 현재 경주 국회의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살인진압 책임자"라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용산참사 유가족회와 용산참사 7주기 추모외원회 등 30여명은 18일 오전 경주역 근처 김석기 경주 국회의원 새누리당 예비후보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09년 후 7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유가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며 "김 후보는 지금이라도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주 국회의원 새누리당 예비후보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사무소 앞에 걸린 현수막(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주 국회의원 새누리당 예비후보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사무소 앞에 걸린 현수막(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충연씨를 비롯해, 전재숙, 권명숙, 김영덕, 천주석, 정영신 등 참사 유가족과 당사자 등 시민단체 활동가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날인 17일 오후 경주에 도착해 경주역과 김 후보 사무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18일 오후 1박2일 일정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갔다.  

이들은 "하루 아침에 여섯명이 죽었다"며 "김 후보는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무리하게 공권력을 투입해 6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살인진압 책임자"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후보는 참사와 관련해 '무전기를 꺼 놨다'는 변명을 하며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다 국민적 지탄에 몰려 공직에서 사퇴한 인물"이라며 "뿐만 아니라 법정에 서야함에도 법원의 증인출석 명령에 불응했다"고 비판했다.

김석기 예비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석기 예비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355일만에 치러진 참사 장례에서는 '범법자들의 유가족에게 돈을 줄 수 있는가'라며 당시 망자들과 유가족들을 모독했다"며 "앞서 2012년 총선에서는 '진압은 정당했다'는 망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낙하산 임명되고 유가족들이 당시 사장인 김 후보를 만나겠다고 매일 공항공사를 찾았지만 김 후보는 사과는커녕 한 번의 대면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유가족들에 대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경비용역 깡패까지 동원해 폭력적으로 끌어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런 부도덕한 자가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이 되려는 것은 유가족과 망자, 국민과 경주시민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설 곳은 국회가 아닌 감옥이다.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김 후보가 예비경선을 통과해 이후 새누리당의 경주시 국회의원 후보가 될 경우, 경주에서 본격적으로 김 후보 규탄 집회나 기자회견 등을 열 방침이다.

용산참사 당시 남편 이상림씨를 잃은 유가족 전제숙(74) 씨는 "7년 전 살고 싶어 망루로 올라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김석기는 뻔뻔하게 또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경주에 와 경주시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더 이상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경주로 왔다. 경주시민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 직무유기, 학살진압, 살인진압 책임자는 국회가 아닌 감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뉴스는 김석기 후보의 입장을 듣기 위해 김 후보와 김 후보측 사무장 휴대폰으로 수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김 후보의 사무소에 들어가려 했으나 김 후보 측에서 고용한 사설업체 직원들이 기자의 출입을 막았다.

"김석기가 갈 곳은 국회가 아니라 감옥이다"(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석기가 갈 곳은 국회가 아니라 감옥이다"(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지난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 철거민 수십여명은 서울 용산 남일당 옥상에서 서울시의 강제 철거를 반대하는 망루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특공대까지 투입해 농성을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 등 6명이 사망하고 관련자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같은 해 10월 28일 용산참사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철거민 8명에게 징역 4-5년의 중형을 가담정도가 약한 2명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용산철거대책위 위원장 이충연씨 등 2명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천모 씨 등 5명에게는 각각 징역 4년, 김모 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조모 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이후 대법원은 2010년 11월 11일 기소 철거민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경주시 선거구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정수성 후보가 57.33% 득표율로 당선됐으며, 당시 무소속 김석기 후보는 28.87% 득표율로 낙선했다. 오는 4.13 총선에서는 18일 현재, 김석기 예비후보를 비롯해 새누리당 김원길(53), 이주형(40), 이중원(67), 정종복(65) 예비후보 등 5명이 새누리당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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