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성난 국민들의 전략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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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칼럼] 박근혜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야권, 스스로 일군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단호하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심판했다. 지역과 지역구의 상황, 후보자의 됨됨이, 정책과 공약, 조직세 등 여러 가지 선거를 좌우하는 요인이 있다. 그러나 전국적 개표결과를 두고 설명 가능한 것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뿐이다. 수도권의 더불어민주당 대거 당선, 부산, 울산, 경남, 대전, 충청, 대구 등에서의 야당 당선과 야권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독선은 4년째 계속되고 있다. 노동 인권정책이 후퇴하고, 민주주의는 실종되고 있으며, 남북관계는 파탄났다. 국민과의 소통은 애초에 고려사항이 아니었고 저항하는 시민들에 대한 탄압은 도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서민들이 느끼는 경기는 곳곳에서 “IMF때보다 더하다”는 한마디 말로 민심을 표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 여당으로 박근혜 정부에 충실했다. 집권 여당으로 중심을 잡고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정당이 되어야 했지만, 그들은 입은 다물고 시키는 대로 하는 충견이었다. 비상식적이고 오만한 공천파동 등은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다.

 성난 민심은 더불어민주당도 심판했다. 전국적 투표결과로만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으로 1당이 되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28석 중 3석만 당선되었고 정당비례투표에서는 25.54%를 얻어 국민의당에 이은 3당이 되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은 정당득표율 36.5%에서 11%가 빠졌다. 지역구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정당비례투표에서 3당이 된 것은 무엇을 얘기하는가?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이뻐서 투표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전체적으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성난 민심을 표현하기 위해서 새누리당이 떨어질 수 있는 당선 가능한 후보에게 전략적 투표를 했다. 수도권, 충청, 영남 유권자들이 대체로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호남은 새누리당이 당선가능하지 않으니 더불어 민주당에 대한 심판을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투표결과를 보고 자만하지 않고 새겨야 할 대목이다.

<한겨레> 2016년 4월 14일자 1면
<한겨레> 2016년 4월 14일자 1면
<동아일보> 2016년 4월 14일자 1면
<동아일보> 2016년 4월 14일자 1면

 박근혜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이 국민의당으로 쏠렸다.
 국민의당이 38석을 가져간 것은 앞의 두 분석과 동일하다. 호남 유권자들의 더불어 민주당에 대한 성난민심이 ‘국민의당’으로 옮겨갔고 지역구 승리로 이어졌다. 지난 19대 정당비례득표율에 비해 하락한 새누리당 9%와 더불어민주당의 11%에 6%가 더해져 26%의 정당지지를 받았다. 기본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었고 ‘국민의당’ 양강구도를 대체할 제3당이라는 컨셉을 잘 유지했다. 허나 ‘국민의당’은 새로운 정당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안철수와 김한길, 박지원 그 전에 나온 천정배, 정동영, 박준영 등이 합쳐진 작은 보스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연합 정당이다. 국민이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당으로 정당비례투표를 많이 준 것은 아직 진보정당보다는 ‘안철수’라는 이미지가 유효하다는 얘기로 보인다.

 진보정당은 아직 갈 길 멀다. 진보정당은 정의당 6석, 무소속이지만 진보성을 띄고 있는 울산 동구와 북구의 당선으로 지역구와 정당비례특표를 통해 8석을 얻었다. 정당비례득표는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을 합쳐 9% 정도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얻은 10.3%보다 못하다.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를 거치면서 여러 내홍이 있었다. 통합진보당은 해산당했고 정의당은 독자행보를 계속하며 힘을 붙여나갔다. 진보신당 사회당 등이 노동당으로 합쳤고, 노동당 내 일부가 정의당으로 옮겨가는 등 여러 가지 이합집산이 계속되었다. 20대 총선 결과는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정당으로는 아직 매우 미약하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속에서 튼튼히 집을 짓고 정당활동을 하는 것과, 진보정당 상호간의 신뢰를 회복한 소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향후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인다. 아니면 이번 총선처럼 ‘국민의당’과 같은 정당에게 수시로 그 자리를 뺏기게 될 것이다. 

대구도 전체적으로는 새누리당이 우세했지만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고 유권자들 ‘자존심’을 건드리는 선거였다.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개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온지도 오래되었다. 그만큼 대구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에게 충실하다는 얘기인데 이번 선거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 선거였다. 기성정치인에 대한 불만이 있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갈망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유승민 의원을 정점으로 한 친박 진박을 나눈 공천파동등은 유권자들에게 새누리당의 민낯을 제대로 공개했고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마음이 들게 한 것이다. 당선된 새누리당 후보들도 득표율이 낮아졌고 야권과 무소속 후보들에 득표율은 올라갔다. 김부겸 홍의락 후보와 같은 현역의원이 출마했다면 훨씬 더 득표율은 높아졌을 것이다.

<매일신문> 2016년 4월 14일자 1면
<매일신문> 2016년 4월 14일자 1면

 김부겸과 홍의락의 당선은 ‘보수싹쓸이’를 막았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그동안 대구는 새누리당이든 무소속이든 당선된 사람은 모두 ‘보수’였다. 2012년부터 시작된 김부겸의 도전은 몇몇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높이 살 만한 일이다. 수도권에서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정치여정을 누구도 오지 않으려고 하는 이곳 대구에서 도전을 이어간 것은 기성정치인들이 배워야 할 일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어 대구에서 야당정치를 하거나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지게 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김부겸은 중앙정치를 하다가 지역으로 내려온 유명한 사람이다. 이를 대구 야당정치의 모델로 삼기는 어렵다. 대구에서도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여 지역구로 당선되는 야당인사를 만나고 싶다. 홍의락의 당선은 북구을 유권자들의 뿔난 민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북구 갑에서 공천탈락한 양명모 후보를 다시 북구 을에 전략공청한 것은 안 그래도 새누리당에 성난 민심에다가 북구을 유권자로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홍의락 의원을 현역 컷오프 시킨 것은 또 우리지역구 출마하는 야당 후보를 니들이 뭔데 탈락시키냐하는 묘한 마음이 함께 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대구에서 진보정당의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당 심판 구도에서는 힘있는 야당으로 표가 쏠리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1:1구도가 만들어져야 보다 많은 득표를 하게 되고 정당과 후보를 알릴 수 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여 지역구로 당선되는 첫 야당인사가 진보정당 후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진보정당으로 도전한 정의당 조명래 후보, 녹색당 변홍철 후보, 민중연합당 황순규 후보, 노동당 최창진 후보, 무소속 조석원ㆍ조정훈 후보님 수고하셨다.

 이제 정국은 여소야대 국면으로 치러지는 2017년 대선으로 맞춰진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달라진 정치구도에서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들이 민심을 읽고 반성하며 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정도의 양심을 가진 세력이었으면 지난 4년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장기집권을 위해 다른 방법으로 민심을 자신에게 끌어올 방법을 세울 것이다. 친정부적인 언론을 십분활용하고 저항적인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색깔입히기를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인 쇼는 있을 수 있으나 진심어린 반성을 없을 것이다. 야당은 일단 숨고르기를 하면서 다음을 내다 볼 것이다. 총선뒤에 따라오는 이전투구는 승리뒤에도 따라온다. 책임을 묻고 사람을 물러나게 하고 성과는 스스로가 가지려 할 것이다 . 2017 대선까지 다양한 변수가 등장할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통합이 또 다시 물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야권이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군 것이 아니다. 성난 국민들의 민심이 만들어준 여소야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대권을 잡고 싶으면 해야 할 일은 국민들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성난 민심은 시시각각 변하며 2017년의 민심이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택진 칼럼] 33
오택진 / <연구공간Q+> 대표.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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