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교육청,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교사 '징계' 논란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5.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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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분 1천여명·징계 6명 "정치중립 위반" / 전교조 "편향된 교과서 반대 상식, 철회"


대구·경북교육청이 '한국사 국정화 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을 한 교사 1,200여명에 대해 주의와 경고 등 행정처분을 하고 6명에 대해 징계를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청은 "공무원 정치중립 위반"을 이유로 밝힌 반면, 전교조는 "편향된 교과서 반대는 교사의 상식"이라며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대구시교육청(교육감 우동기)은 16일 오전 박영수(39) 전교조대구지부 사무처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교육청은 박영수 사무처장이 ▷성실 의무(국가공무원법 제56조) ▷복종 의무(국가공무원법 제57조) ▷품위유지 의무(국가공무원법 제63조) ▷집단 행위의 금지(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정치활동의 금지(교원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등 모두 5가지 사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경징계'를 요구했다. 현재 징계 절차는 우동기 교육감의 결재만 남은 상태다.

대구시교육청이 보낸 박영수 사무처장의 징계의결요구서 / 자료. 전교조대구지부
대구시교육청이 보낸 박영수 사무처장의 징계의결요구서 / 자료. 전교조대구지부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그는 지난해 10월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이후 교육부는 시국선언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을 각 교육청에 보냈다. 또 전교조 대구지부 전임자 3명을 '공무원 정치중립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는 대구에서만 998명(1차 511명, 2차 487명)이다. 이 가운데 130명에게 '주의'나 '경고' 등의 교내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고발당한 전임자 3명 중 1명인 손호만 지부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로 노조 전임자 복귀 명령에 따르지 않아 직권 면직돼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구교육청은 나머지 1명에 대해서도 오는 17일 열릴 1차 징계위원회에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시국선언 교사 탄압 중단",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2016.5.16. 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시국선언 교사 탄압 중단",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2016.5.16. 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경북도 마찬가지다. 경북도교육청(교육감 이영우)은 전교조 전임자 4명에 대한 징계위를 열었다. 이미 2명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가 끝났다. 이들은 각각 '학교장 불문경고', '견책' 등의 경징계를 받았다. 16일 현재 나머지 2명에 대한 3차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이들은 대구와 마찬가지로 교육감 승인이 나면 징계 처분을 받게 된다.

경북에서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은 모두 1,374명(1차 905명, 2차 469명)이다. 이 가운데 학교장 권한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교사는 1,115명이다. 이 같은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대구·경북·울산 3곳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대구지부, '참교육 전교조지키기 대구공동대책위원회', '성과퇴출제 저지와 노조탄압 분쇄를 위한 민주노총 대구지역 공공부문 대책회의'는 16일 오전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징계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교사에 대한 부당징계강행 규탄 기자회견(2016.5.1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교사에 대한 부당징계강행 규탄 기자회견(2016.5.1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들은 "국정 교과서는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적으로 만들어져 오류가 500곳이나 된다. '초등학교 국정 사회 교과서 수정본'에는 위안부 표현이 삭제됐고, 5.16 군사쿠데타가 정당화됐다"며 "오류와 편향된 시각으로 쓰여진 역사교과서를 교사들이 반대하는 것은 상식이고 정당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또 "교육청이 교육부 지침을 핑계 삼아 시국선언에 참여한 양심 있는 교사들을 징계로 억누르려 한다"며 "교육 자치를 망각하고 스스로의 권한을 포기한 채 관료로서의 행태만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시국선언 교사들에게 내린 행정처분 무효 ▷징계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징계 당사자인 박영수 전교조대구지부 사무처장은 "대구교육청의 징계는 내용적 근거와 절차적 형평성 모두 갖추지 못했다"며 "말이 안 되는 논리로 특정 정치권력이 양심과 정의에 따른 교사를 탄압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호만 지부장은 "시국선언뿐 아니라 법외노조, 최근 세월호 수업 등과 같이 전교조에 대한 탄압과 교권 침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전교조는 단 한 사람의 징계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영수 전교조대구지부 사무처장 (2016.5.1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영수 전교조대구지부 사무처장 (2016.5.1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연주 대구교육청 대외협력 주무관은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교육감 재량으로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적법하게 징계가 내려지고 있다"고 답했다. 또 대구·경북·울산교육청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시·도 교육청은 각자의 판단에서 진행할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과 12월 전국에서 교사 3만7천여명이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을 했다. 이후 교육부는 전교조 전임자 84명을 고발하고, 각 시·도교육청에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에 대한 징계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대구·경북·울산 등을 제외한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교육청은 징계 명령을 거부했고, 교육부는 징계 미이행 교육감 1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대구교육청은 지난 11일 장학사를 파견해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4.16교과서)'로 수업을 받은 호산고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내용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장학사들은 2학년 담임교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아침자습시간에 교실에 들어가 설문지를 통해 수업방식, 동의여부 등을 물었다. 교육부가 편향성을 이유로 416교과서의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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