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전·현직 교수들 "반역사적 국정화, 고시 철회해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2.07 17: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찬석 전 총장 등 교수 123명 "역사는 사관 몫, 정권개입 불가"...역사교실 등 '불복종운동' 논의


박근혜 정부의 중·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에 대해 경북대학교 전·현직 교수들이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역사교실·교재 등 대안을 통해 국정화 '불복종 운동'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북대 전·현직 교수 123명이 참여하는 '한국사를 사랑하는 경북대 교수모임'은 7일 오후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북대 인문대학 교수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역사해석과 집필 주관자는 정부가 될 수 없다"며 "정부는 즉각 반역사적인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3일 정부 행정고시 확정 발표 후 고시 철회를 요구한 것은 대구지역 대학사회에서 경북대가 처음이다.

'경북대 전·현직 교수 123명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철회 촉구 기자회견'(왼쪽부터)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 김윤상·주보돈·김규종 교수(2015.12.7.경북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전·현직 교수 123명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철회 촉구 기자회견'(왼쪽부터)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 김윤상·주보돈·김규종 교수(2015.12.7.경북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교수들은 국정교과서 고시 철회를 위해 지난 3주간 전·현직 교수 대상 서명운동을 펼쳤다. 서명에는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과 김기현, 김민남, 김윤상, 류진춘, 배한동, 이정우 퇴직교수 18명을 비롯해 행정학부, 인문대학, 자연대학, 사범대학, 사회대학, 법학전문대학원, 생활과학대학, IT대학, 경상대학 등 9개 단과대학 교수 105명 등 모두 123명의 경북대 전·현직 교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인문·사범대학이 각각 47명, 29명의 교수가 동참해 가장 많이 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과 김윤상 행정학부 석좌교수, 사학과 주보돈·황보영조 교수, 김규종 노어노문학과 교수, 물리학과 이형철 교수, 사회대학 배성우 교수, 정치학과 배한동 명예교수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경북대 교수모임은 "절대왕조 제왕도 사관 기록을 넘볼 수 없었다"며 "역사 평가는 사관의 몫으로 정권개입은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교과서는 정부가 경원시하는 북한·몽골, 라오스·캄보디아 같은 전제국가, 터키 같은 이슬람 국가, 아이슬란드처럼 작은 나라들이나 활용한다"며 "어른들의 횡포로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어린 학생들을 볼라치면 우울하다"고 비판했다.

경북대 북문에서 '국정화 고시 철회'를 촉구하는 역사학도들(2015.1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북문에서 '국정화 고시 철회'를 촉구하는 역사학도들(2015.1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정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교과서 집필진의 면면마저 비밀주의에 부치고 있다"면서 "밀실에서 이뤄지는 국정교과서 작업이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인지는 명약관화한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경북대 교수모임은 정부의 고시 철회를 요구한다"며 "역사해석의 지평은 역사학자와 시민 그리고 역사에 맡길 것을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북대 교수모임은 앞으로 정부가 행정고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시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안 역사교실, 역사교재 등을 통해 국정교과서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펼치는 것을 논의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와 연대해 장기적으로 국정교과서의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역사 인식을 재고하는 작업도 할 예정이다.

황보영조 교수
황보영조 교수
황보영조 교수는 "고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국정교과서 검증부터 시작해 제대로된 역사 교육을 위한 여러 대안들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찬석 전 총장은 "국정화는 전제주의 국가나 하는 비상식적 정책"이라며 "모든 학자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밀실에서 추진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윤상 석좌교수는 "국정교과서는 정부가 진행하는 민주주의 흔들기 작업 중 대표적 예에 불과하다"며 "절차적 민주화를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날 역사가 후퇴해 안타깝다"고 했다.


주보돈 교수는 "하나의 역사는 퇴보다. 국정화는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편찬위원장이 사적 관계로 집필진을 꾸리는 것으로 안다"면서 "식민근대화론 등의 학자로 알려져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김규종 교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목소리를 낸 교수들에게 고맙다"며 "스스로 검열하는 흐름을 막아야 후학에게 덜 부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대구경북에서는 학계와 시민사회 등에서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앞서 9월 24일에는 대구경북 교수와 교사 329명이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을 발표했다. 대구경북 시민사회와 정당도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월 5일에는 시민 711명이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대구지역 5개 대학 역사학도들도 11월 3일 국정화 고시 철회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당, 정의당 대구시당 등 정당들도 국정화반대 서명운동과 촛불집회, 1인 시위 등을 벌였다.

한편,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 11월 23일 2017학년도부터 국정으로 전환되는 중·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집필진을 47명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필진 명단은 비공개에 붙여 비난을 사고 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