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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헛된 신화', 분배·복지·정의는 깡그리 무시됐다"
이정우 교수 강연 / 박정희 '친일·쿠데타·경제정책' 등 비판..."역사의 진실 바로 알아야"
2016년 05월 18일 (수) 12:43:39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pnnews@pn.or.kr
 
"신화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를 제대로 보는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

이정우(65) 경북대 명예교수는 17일 저녁 경북대 강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의 경제발전은 분배와 복지를 무시한 채 중공업,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었으며, "독재에 의한 경제 발전은 초반에는 급격히 성장할 수 있지만 오래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수많은 국민들이 서독의 탄광과 중동의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일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박정희 표 고속 성장을 맹신하고 있다. 지금도 그의 딸이 '선성장 후분배'를 계승하고 있다. 다 굶어죽을 판인데 분배는 언제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강연은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5.18민중항쟁 36주년 대구경북행사위원회'의 공동주최로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기념해 열렸으며, <박정희-신화와 진실>을 주제로 학생과 시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됐다.

   
▲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 인문학 역사교실에서 이정우(65) 경북대 명예교수가 '박정희-신화와 진실'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2016.5.17. 경북대학교)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정우 교수는 "보수 인사들 사이에서 박정희·이승만 동상을 세우자는 주장이 나왔고, 박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 가면 그를 반인반신으로 추앙하는 분위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살아있으면 경제를 살릴 수 있었을 거라고 믿고 있으며 보수언론은 '용인술의 천재'라는 보도를 진리인양 유포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박정희 신화를 제대로 알고,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2014년 '아시아포럼21' 토론회에서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종필 전 총리는 광복 70주년 그의 회고록에서 "광화문 세종대왕상 뒤에 이승만, 박정희 동상이 세워지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또 구미시는 해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제와 숭모제를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탄생 100주년 기념 '박정희 뮤지컬'을 제작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우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이라고 평가받는 경제 성장에 대해 "미래 세대를 생각하지 않고 대통령 선거와 인기를 위해 개발에만 집착한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무리한 토건공사가 오늘날 심각한 불균형과 서민경제 파탄을 불러왔다"면서 "땅값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공장부지·임대료 부담, 주택난, 임금인상요구 등 한국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 정책은 독일·이탈리아·일본 등 군국주의 모델과 비슷하다"며 "통제를 통한 고성장과 재벌과 결탁은 오래가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또 "수출주도 성장은 동아시아의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미국의 지배전략 일 뿐"이며 "성장과 개발정책 과정에서 분배·복지·정의·환경·인권 등 소중한 가치가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일제 때 혈서까지 쓰면서 만주 군관학교에 입학했고, 독립군을 토벌하는 관동군 소위가 됐다. 해방 후 남로당 활동 경력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몰리자 동료 100여명을 고발했다"며 "그의 일생이 기회주의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 재임 당시의 전속 이발사 증언에 따르면 헤진 런닝셔츠를 입고 변기에 벽돌을 넣어 물을 아끼는 검소하게 생활했다고 하지만, 미 의회 청문회와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회고록 등을 보면 거액의 부정 자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박정희-신화와 진실'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는 학생과 시민 150여명이 참석했다.(2016.5.17. 경북대학교)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박 전 대통령이 권력을 잡는 계기가 됐던 5.16에 대해서는 "당시 행정 최고책임자인 윤보선 대통령과 장면 총리의 무능과 기회주의적 태도 때문에 '성공할 수 없고, 성공해선 안 되는 쿠데타'가 너무 쉽게 성공했다"며 "'쿠데타는 실패한다'는 선례를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후 신군부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고, 기회주의가 득세하면서 진리와 정의보다 반칙과 성공이 최고인 사회가 됐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친일과 독재의 해악은 여전히 곳곳에 있다"면서 "돈과 성공이면 진실과 정의는 아무것도 아닌 나라가 됐다. 내세울 것은 경제 하나였지만 그 마저도 졸속성장으로 부작용이 많다"고 우려했다. "박 전 대통령 시기처럼 반 복지와 토건국가, 재벌체제로 대표되는 현 정책은 뒷 정권을 어렵게 한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건 공사를 되돌리고, 분배에 신경 쓰면서 중소기업에 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헛된 신화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며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강조했다. "비뚤어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다. 제대로 알고 나면 판단력이 생기게 된다"며 "국가가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찾아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명예교수는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하버드 대학원에서는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부터 38년간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임하다 지난해 정년퇴임 후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2003년부터 3년간 청와대 정책실장, 정책특보, 정책기획위원장 등을 맡았으며, 2012년 19대 대선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위원장을 맡아 경제민주화 정책을 책임졌다. 주요 저서로는 <불평등의 경제학>,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노무현이 꿈꾼 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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